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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년 만에 적자 청산한 컬리, 흑자 전환의 실체 

엄지용 유통물류 버티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 대표

2025. 05. 26

컬리가 10년 적자를 딛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물류 구조를 통합하고, 뷰티 등 고마진 상품과
유료 멤버십으로 수익 체질을 다시 설계한 결과다. 수익성을 증명한 컬리의 다음 과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완성하는 것.
이를 위해 모색하고 있는 전략과 흑자 전환에 기여한 배경 등에 대해 취재했다.

2014년 창업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던 컬리가 마침내 손익 구조 전환을 달성했다. 지난 5월 13일 컬리는 올해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연결 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창립 10년 만에 첫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컬리가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증가한 5807억 원으로 집계됐다. 물론 컬리의 영업이익은 여전히 적자이며, 향후 금리 환경 변화나 외부 투자 환경 재편에 따라 손익 추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컬리는 이를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개선 신호로 보고, 앞으로도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물류는 비용이 아니다” 컬리의 통폐합 전략

컬리의 흑자 기반 구조 개선에 기여한 핵심 배경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물류 거점 통합과 자동화 설비 도입 등의 운영 효율화, 뷰티컬리를 중심으로 한 고마진 상품 구성 전환, 3자 판매자 기반 마켓플레이스 확장, 멤버십 재편과 유료 고객 기반 확대 등이다. 

이커머스 기업에게 물류는 흔히 ‘비용’으로 여겨진다. 다품종·저마진 상품을 빠르게 배송해야 하는 구조에서 물류는 매출총이익을 잠식하는 대표적인 고정비 항목이다. 실제로 컬리는 창업 이후 줄곧 “물류 투자로 적자가 심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컬리는 2024년 조정 EBITDA(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흑자를 만든 핵심 요인 중 하나로 ‘물류 효율화’를 꼽는다. 물류는 비용이 아니라 구조 개선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걸 이번 실적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그 핵심은 거점 통합과 자동화 설계에 있다. 컬리는 2023년 상반기, 수도권 동남부 핵심 물류 거점이었던 서울 송파구 장지동 물류센터 운영을 종료한 것. 이후 해당 기능을 경기도 평택에 신규 구축했으며 이후 2023년 7월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대규모 물류센터로 통합 이전했다. 평택 물류센터의 면적은 약 19만8300㎡(약 6만 평) 규모로, 하루 약 22만 박스 처리가 가능하다. 기존 서울 서부권역 배송을 담당하던 김포 물류센터보다 규모가 2배 이상 크고, 자동화 설비 도입도 강점으로 꼽힌다. 

2023년 4월에는 경남 창원에도 동남권 물류센터를 신설했다. 창원 거점을 통해 컬리는 경상권 주요 도시(부산·대구·울산·창원 등)에서도 수도권과 동일한 ‘오후 11시 마감’ 샛별배송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마감 시간 연장은 고객 구매 전환율 제고로 이어졌고, 수익성뿐 아니라 매출 확대에도 기여한 요소로 평가된다.

두 센터 모두 2023년 가동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운영 효율은 2024년 들어서면서 수치로 증명되기 시작했다. 자동화 설비 운영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물류 생산성이 전년 대비 20% 향상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평택·김포 거점으로의 집중 출고는 간선 이동 비용 절감 효과도 가져왔다. 컬리의 2024년 운반 비용은 1691억 원으로 전년(1692억 원) 대비 소폭 줄었지만 같은 기간 매출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비용 효율성은 개선된 셈이다. 이밖에 통합형 보냉 박스 도입도 수익 구조 전환에 일조했다. 과거 컬리는 냉장·냉동 상품을 개별 포장해 배송했으나, 물류센터 통합 이후 ‘통합 포장’ 체계로 전환하면서 포장비를 절감했다. 2024년 컬리의 포장비는 5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고, 매출 대비 비중도 2.5%까지 낮아졌다. 



보통 물류센터 확장은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컬리는 기존 노후 시설을 정리하고 자동화를 전제로 설계된 센터로 교체하는 방식의 리디자인 전략을 택하며 흑자 전환에 큰 기여를 했다. 컬리 김슬아 대표는 2025년 주주총회에서 “대형 물류센터 오픈으로 인건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안정화 이후 생산성이 빠르게 회복됐고 인건비는 오히려 줄었다”고 설명했다.

2024년 컬리 멤버스는 무제한 무료배송, 구입 금액별 할인 등 회원 혜택을 폭넓게 다변화했다.

2024년 컬리 멤버스는 무제한 무료배송, 구입 금액별 할인 등 회원 혜택을 폭넓게 다변화했다.

고마진, 반복 구매 이끈 ‘뷰티컬리’와 ‘컬리 멤버십’

상품 믹스 변화도 빠질 수 없다. 컬리는 마진율이 낮은 신선식품 중심의 구성에서 벗어나 고마진 신규 카테고리인 뷰티컬리를 집중 육성했다. 2024년 기준 뷰티컬리 거래액은 약 5000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23%나 성장했다. 이에 컬리 관계자는 “뷰티컬리의 마진율이 식품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높다”며 “전체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초반대지만 손익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고 말했다. 뷰티컬리는 직매입 상품 비중이 높고, 일부 브랜드는 전용 패키지나 공동 마케팅을 전제로 한 계약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물류도 식품과 통합된 네트워크 내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별도 인프라 없이 매출총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마켓플레이스 모델의 성장이다. 컬리는 직매입·직배송 중심에서 3자 판매자(seller)가 입점해 수수료만 수취하는 구조로 점차 전환 중이다. 이른바 ‘큐레이션형 마켓플레이스’다. 이를 위해서 사전 심사를 통해 판매자를 선별하고, 상품위원회를 통해 입점 상품을 엄선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이 전략이 매출총이익률 개선뿐 아니라 상품 구색 확대와 검색 전환율 향상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실제 비식품군에서 마켓플레이스 비중은 빠르게 증가 중이며, 리빙·패션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추세다. 직매입과 수수료 기반 모델을 병행하는 이중 구조는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수익성 개선 여지를 넓히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유료 멤버십도 수익성 체질 개선에 기여했다. 2023년 출시된 컬리 멤버스는 1년 만에 가입자 160만 명을 돌파했고, 이들이 컬리 전체 거래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월평균 구매 횟수는 4.3회로 비회원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초기에는 월 1900원의 사용료를 내면 쿠폰을 제공하는 단순 구조였지만, 2024년 개편을 통해 전용 특가, 구매 금액별 할인, 구매 패턴 기반 혜택, 무료배송 쿠폰 등으로 그 구조를 다변화했다. 단기적으로는 회비를 통한 고정 수익을, 장기적으로는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수요 예측력 향상은 재고 관리와 물류 운영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평택 물류센터와 함께 컬리의 수도권 새벽배송 주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컬리 김포 물류센터 내외부 모습.

평택 물류센터와 함께 컬리의 수도권 새벽배송 주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컬리 김포 물류센터 내외부 모습.

다만 멤버십 유지율과 할인 재원의 손익 영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컬리는 올해 마케팅 예산을 다시 확대할 계획도 밝힌 바 있어 신규 유입과 충성고객 유지의 균형이 관건이다.

컬리의 구조 개선은 일정 부분 성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컬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단순 조정 EBITDA 손익 흑자를 넘어서 장기 생존이 가능한 사업 모델인가에 대한 회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쿠팡은 직매입 상품, 전국 물류망, 24시간 내 배송이라는 3대 축을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로켓프레시를 통해 컬리가 선점했던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컬리의 샛별배송은 평택·김포·창원 기반의 지역 서비스에 머물러 있고, 커버리지나 속도 면에서 열세다.

컬리는 이에 전면전이 아닌 측면 차별화를 택했다. 프리미엄 큐레이션, 품질 신뢰도, 충성고객 기반 전략을 통해 오픈마켓·대형 플랫폼과 다른 길을 간다는 구상이다. 수익 모델도 일회성 판매보다는 반복 구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틈새 사업자로서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폭발적 외형 성장을 통한 IPO(주식 상장) 가능성 등은 아직 미지수다.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기업 가치 상승에 설득력을 더할 성장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에 컬리 관계자는 “2분기부터 마케팅과 고객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며 공격적인 통합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성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컬리 #컬리흑자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컬리 커넥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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