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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③ | 이경섭의 속 시원한 한방

비위 기능 저하 vs 간 기능 이상

물만 먹어도 왜 자꾸 살이 찔까

글·김명희 기자 사진·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11. 05. 31

벌써 겉옷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옷이 가벼워질수록 그동안 감춰온 살이 드러나고 몸매에 신경이 쓰인다. 한방으로 살펴 본 비만의 원인과 해결책.

비위 기능 저하 vs 간 기능 이상


살을 빼는 것은 미용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다. 또한 퇴행성 관절염과 디스크, 담석증, 지방간, 만성 습진, 수면무호흡증과 대인관계 기피, 우울증, 자신감 저하, 거식증, 폭식증 등 정신적 문제를 일으킨다. 부인과적 측면에서도 비만은 여성에게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 각종 월경이상, 난소기능장애, 불임증, 자연유산, 다낭성 난소증후군, 자궁내막암, 유방암,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 출산 및 산욕기 합병증과 관련이 많다. 따라서 여성 비만 치료는 한방 부인과의 주요한 분야다.
비만, 즉 체지방의 증가는 신체 에너지의 불균형 상태로 인해 발생한다. 섭취한 에너지가 활동으로 소모하는 에너지보다 많아서 에너지 과잉 상태가 되는 것. 단순히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신체의 병적인 상태로 인해 에너지 대사가 깨져도 비만이 된다.
한의학적으로 비만의 원인은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인체의 수분 대사를 조절하는 비위 기능이 저하되는 것과, 소통을 담당하는 간 기능 이상으로 순환이 잘 되지 않고 정체되는 것으로 크게 나눠서 진단한다.

비만 방치하면 불임으로 이어질 수도
최근 불임으로 진료실을 찾은 B씨는 결혼 후 체중이 20kg 이상 불어나면서 어깨, 허리, 무릎의 통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월경불순과 함께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우울하며 입맛도 없는 데다 소화불량 증세까지 생겼지만, 도무지 원인을 알지 못해 답답해했다. 진료 결과 B씨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간 기능이 떨어지고 기의 순환에 장애가 생겨 비만 상태가 됐다.
원래 활발한 성격이었던 B씨는 결혼과 동시에 사회활동을 포기하고 집에만 있게 되자 좌절감, 우울감, 분노로 폭식, 과음을 하게 됐고 그것이 비만을 불렀다. 기혈 순환이 순조롭지 않기 때문에 대사가 원활치 않아 지방이 축적된 것. 과도한 체지방은 성호르몬 대사를 교란시키고, 수정란의 착상과 유지를 어렵게 한다. 비만은 스트레스를 더욱 증가시키는 데다 기가 뭉쳐 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월경까지 순조롭지 않았다.
이런 경우 뭉친 기를 풀어주는 처방을 써서 치료를 한다. 단순히 축적된 지방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다스려 비만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건강 상태가 양호해지면서 비만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더불어 체내 지방을 분해하는 지방분해침과 함께 식욕과 호르몬 대사를 조절하는 이침(耳針)을 통해 비만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치료 후 B씨는 어떻게 됐을까? 그는 변증을 통한 한약 치료와 침 치료, 지방분해침, 이침, 그리고 운동요법과 식사 행동 일지 작성을 통해 기존 체중에서 10%를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신체적 문제와 함께 우울감 등 정서적 문제도 해소되고 임신에도 성공해 행복하게 출산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비만 환자는 체중의 10%만 줄여도 건강 상태가 몰라보게 달라진다. 한의학에서는 체질과 섭생의 부조화로 비만이 생긴다고 보고 섭생의 조절을 강조한다. 아울러 꾸준한 운동과 함께 바른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 체중 관리는 필수적이다. 비만 치료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는 현대인의 선택이다.‘

비위 기능 저하 vs 간 기능 이상


이경섭 원장은…
경희대 여성의학센터 교수, 강남경희한방병원장. 여자로 태어나 자라고 노화되는 일생을 한의학적으로 예방·관리·치료하는 데 전념하는 한방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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