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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무용론? 절대 해지하지 마세요” 정진열 월급쟁이부자들 대표 강사

조지윤 기자

2024. 12. 20

분양가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출 규제 옥죄기가 강화되면서 주택청약 시장이 시들하다. 정부가 서둘러 금리인상, 월 납입 인정 한도 상향 등 혜택을 늘렸지만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통장 해지를 만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진열 월급쟁이부자들 대표 강사

정진열 월급쟁이부자들 대표 강사

“당첨만 돼라.” 청약 당첨이 곧 ‘로또’라며 ‘묻지마 청약’이 일쑤였던 주택청약 시장이 달라졌다. 높아진 대출 문턱에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막상 당첨되더라도 현금이 부족해 포기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 서울 강남권 이외 지역에서는 공급 과잉으로 인해 미분양이 쌓이면서 청약시장의 열기가 시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776호로 나타났다. 최근 10년(2014년 9월~2024년 8월) 평균인 4만8000호 대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악성’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에 1만7262호가 쌓이며, 2020년 8월(1만7781호) 이후 3년 11개월만 최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1월 청약을 진행한 ‘광명 유승한내들 라포레’ ‘이천 중리지구 A-2BL 신안인스빌 퍼스티지’ ‘평택 브레인시티 한신더휴’ 등의 단지에서 줄줄이 미분양이 발생했다.

청약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신중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청약통장 가입자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9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79만4240명으로 지난 1월 대비 18만5134명이 줄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약 45만4118명이 감소한 수치다. 가입 기간이 길고 납부 금액도 많은 1순위 가입자는 9월 말 1789만9748명으로 8월 말 1792만3205명에서 2만3457명 감소했다. 2순위 가입자 또한 같은 기간 1만5336명 줄었다.

이에 정부는 서둘러 청약통장 가입자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선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 한도를 41년 만에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상향했다. 또 기존 청약통장을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으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 이전에는 민영·공공 주택 중 1가지 유형에만 청약이 가능했지만 이제 하나의 통장으로 2가지 유형에 모두 청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금리도 수차례 인상을 거듭해 연 3.1%대까지 올라왔다.

그럼에도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유지와 해지 사이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가점 만점이 아니면 당첨되지 않는다’는 ‘썰’부터 일명 입지 좋은 단지의 경쟁률은 수백:1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당첨돼도 잔금은커녕 계약금을 납부하는 것조차 부담되는 고분양가 이슈도 한몫한다.

하지만 약 174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재테크 유튜브 채널 ‘월급쟁이부자들TV’에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정진열 대표 강사는 “청약통장은 절대 해지해서는 안 된다”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해지할 경우 곧바로 ‘가입’만이라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월급쟁이부자들TV’에서 ‘주우이’라는 활동명으로 ‘알쓸청약’ 코너를 맡고 있다. 정진열 강사는 “청약이 정답은 아닐지언정 내 집 마련을 위한 주요한 방법”이라며 “시장이 좋지 않을 때를 기회라고 생각하며 늘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와 만나 청약제도 개편을 둘러싼 고민들에 관해 물어봤다.

25만 원, 꽉 채워야 할까?

41년 만에 월 납입 인정액이 올랐습니다.
25만 원까지 인정되면서 당초 10만 원을 3년간 납부해야 채울 수 있는 금액을 1년만 넣어도 거의 따라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당첨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를 하는데, 월 납입 인정액이 상향됐다고 해서 당첨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기존 청약 점수가 높은 사람들도 앞으로 10만 원이 아니라 25만 원을 납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겠죠.

그럼에도 25만 원을 꽉 채워서 납입해야 하나요.
최대한으로 납입할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민간분양과 공공분양의 차이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당첨자 선정 방식입니다. 공공분양은 주로 순차제로 무주택 기간, 납입 횟수, 납입 총액에 따라 순위를 계산해서 당첨자를 선정해요. 민간분양은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 등 조건을 고려해 점수를 매기는 가점제로 뽑습니다. 예치 기준 금액은 필요하지만 납입 횟수는 필요 없기 때문에 매번 25만 원씩 납부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최근 주택청약 시장 동향은 어떤가요.
올 1월에서 10월까지 서울 평균 청약 경쟁률이 155:1이었습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 지역은 시세 대비 저렴하게 분양되다 보니 더 높습니다. 지난 10월 진행한 잠실래미안아이파크 1순위 청약은 268.69:1의 경쟁률을 기록했죠.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만큼 청약 경쟁률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시기라고 봅니다.

청약 시장에서 옥과 석은 어떤 의미인가요.
기본적으로 가격을 기준으로 나뉩니다. 청약에 당첨돼 분양받고 나서도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옥입니다. 이는 결국 해당 집이 거주할 가치가 있는지에 달렸어요. 투자용으로 청약할지라도 본인이 실거주할 만큼 매력적인 집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지역은 청약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실제 묻지마 청약 흐름을 타고 무작정 분양받았다가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고통받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집값이 오를지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면요.
수도권을 기준으로 삼으면 교통입니다. 특히 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까지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때 호재가 아니라 지금 있는 교통 시설에 집중해야 합니다. 예컨대 GTX 호재가 있는 구간이라고 해도 삽을 뜨지 않았는데 ‘예정’이란 말만 믿고 청약했다가는 집값이 오를 때까지 얼마나 기다릴지 아무도 장담 못 합니다.

여전히 신축 선호도가 높나요.
시공 문제로 불안이 커졌다고는 해도 신축 선호에는 큰 변동이 없습니다. 자금 상황에 따라 신축과 기축 사이 고민하고 있다면 꼭 신축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축 분양 가격이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하다면 청약이 낫습니다. 그런데 기축보다 신축이 터무니없이 비쌀 때, 특히 위치도 서울 외곽이라면 기축을 매수하는 게 맞습니다.

가격이 적당한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요.
청약을 고민하는 지역과 평단가나 입지가 비슷한 지역의 신축 아파트와 가격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비교 결과 분양 가격이 충분히 납득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때 하나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과 아파트를 살펴야 합니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즉 수요가 가장 높은 ‘대장 아파트’ 가격의 오름세와 비교는 필수입니다. ‘호갱노노’와 같은 부동산 플랫폼을 활용해 사람들이 현재 관심을 많이 가지는 아파트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 청약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자신의 자금 상황을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금의 10%에서 20%를 낼 수 있는지, 중도금 대출을 받거나 잔금을 치를 여력이 있는지를 충분히 고려한 다음에 청약을 넣어야 합니다. 계약금만 고려하고 청약을 넣었다가 추후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전세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있어요. 그런 일도 있기 때문에 실거주까지 염두에 두고 청약 투자를 해야 합니다.

로또는 아니지만 기회는 분명

공사 중인 서울 시내 아파트 대단지

공사 중인 서울 시내 아파트 대단지

청약을 어떤 마음으로 접근해야 하나요.
청약은 주택을 구매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청약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해서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기축 아파트도 매수할 수 있는데 신축을 청약으로 구매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원하는 청약에 계속 넣어보면서 일반 매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청약통장 무용론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요.‌
실제 해지가 급증하고 있지만 웬만하면 해지하지 말라는 입장입니다. 납입금이 부담이라면 차라리 정지하고,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 해지해야 한다면 바로 재가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공공분양은 납입 횟수를 따지지만 민간분양은 가입 기간을 봅니다. 단지 만들어두기만 해도 기간이 인정되기 때문에 납입하지 않더라도 만들어두는 것은 필요합니다.

유주택자도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게 맞을까요.
그럼요. 1주택자도 청약할 기회가 있어요. 그런데 기회는 시장이 좋을 때 나오지 않아요. 청약 경쟁률이 많이 낮아졌다면 미분양 매물이 나올 수도 있고, 이때는 유주택자에게도 기회가 옵니다. ‘집이 있으니까 당첨 안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시장에 관심을 끄면 기회가 와도 알 수 없어요. 집이 이미 있어도 청약통장을 충분히 무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 기회가 온다고요.
사람들의 관심이 적기 때문에 좋은 기회를 수월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22년 12월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분양 경쟁률이 3.7:1이었습니다. 저가점자도 당첨됐어요. 당시 84㎡ 분양가는 약 13억 원이었는데 지금 매매가가 23억 원이 넘어갑니다. 시장이 그때보다 나빠진다면 더 좋은 분양임에도 경쟁률이 낮게 나올 수 있어요. 계속해서 지켜보다가 시세 대비 저렴하게 나온 곳에 청약을 넣어보는 거죠. 최근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다시 차가운 주택 시장으로 돌아갈 기미가 보입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당시 경쟁률이 낮았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분양가가 높기도 했고,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분양 이후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나올 거라는 예측이었죠.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렸지만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어 있던 시점이다 보니 그만큼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어요.

청약통장 보유자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존 가입자들에게 유리해졌을까요.
수치상으로만 보면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죠. 특히 추첨제는 모수가 줄어들면 당첨 확률이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청약통장 해지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고가점자나 납입금이 많은 사람이 해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서울 내 입지 좋은 아파트의 경우 청약 경쟁률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점 만점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는 지역, 구체적으로 분양가가 인근 주변 아파트 시세 대비 최소 5억 원은 낮은 아파트는 당첨되기 어렵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가점을 모아두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파트는 만점이 아니어도 충분히 당첨될 수 있고, 차익 실현도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청약 대기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청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제도도 자주 바뀌고, 지역별 요구사항도 다르고, 용어 자체도 어렵다는 것이 이유죠. 그런데 청약의 본질은 결국 같아요. 좋은 신축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고, 자산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계기기도 하죠. 청약에 관심이 있다면 계속해서 유튜브든 책이든 강의든, 무엇이든 좋으니 딱 한 번만 제대로 공부를 해두면 그 뒤에는 수월할 거예요. 다들 성공적으로 원하는 집에 당첨되시길 바랍니다.


#청약제도 #청약통장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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