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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간미’가 경쟁력이다

오한별 객원기자

2026. 04. 17

AI가 만들어낸 완벽한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 하지만 소비자는 오히려 사람이 남긴 흔적에서
설득력을 느낀다. 지금 브랜드가 주목하는 건 정교한 기술보다 ‘인간다움’이다.

미국 언더웨어 브랜드 에어리(Aerie)는 2014년부터 이어온 무보정 원칙에 따라 ‘AI로 생성된 몸은 쓰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미국 언더웨어 브랜드 에어리(Aerie)는 2014년부터 이어온 무보정 원칙에 따라 ‘AI로 생성된 몸은 쓰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요즘 AI(인공지능)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보면 이상할 만큼 빈 지점이 있다. 멋지고 근사한 광고 사진 속에서 완벽한 모습의 모델이 웃고 있지만, 온기가 전해지지 않고 기억에도 남지 않는다. 마치 감정이 빠진, 표정 없는 얼굴 같은 느낌이랄까. 사람의 개입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묘한 거리감이다. 이렇듯, 완벽함은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매끄러울수록 현실과의 접점은 희미해지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의구심을 품게 된다. ‘정말 사람이 만든 걸까?’ ‘AI가 어디까지 개입했을까?’ 지금 브랜드가 마주한 것은 기술의 위기가 아니라, ‘완벽함의 인플레이션’이다.

@dieuxskin

@dieuxskin

진짜 메시지에 소비자 지갑 열려

AI가 만든 광고에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막연한 괴리감 때문만은 아니다. 핵심은 신뢰와 현실성에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025년 9월 발표한 리포트 ‘How Americans View AI and Its Impact on People and Society(미국인들이 AI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그것이 사람들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따르면, 미국 성인 2명 중 1명은 AI의 확산을 기대보다 우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76%는 콘텐츠가 AI로 만들어졌는지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 구분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소비자들이 AI를 무조건 거부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가 기계이고 어디부터가 사람인지 ‘알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광고는 특히 취약해진다. 광고는 본래 짧은 시간 안에 믿음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그런데 그 메시지가 가짜처럼 느껴지는 순간, 뇌는 즉각적으로 경계심을 품게 된다. 잘 만들었지만 마음에 남지 않는 광고가 늘어나는 이유다. 믿음이 무너지면 이는 곧 행동으로도 이어진다.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 ‘시빅사이언스’가 2025년 5월 시행한 ‘인공지능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 조사에서, 미국 성인 36%는 광고에 AI를 사용하는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답했다. 반대로 구매 의사가 높아진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기술의 도입이 곧 구매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glossier

@glossier

‘인간미’를 설계하는 브랜드들

그렇다면 소비자는 무엇을 보고 브랜드를 신뢰하게 될까. 최근 브랜드들은 완벽한 결과물을 내세우기보다 인간미가 드러난 흔적을 전면에 배치하기를 선택하는 추세다. 특히 뷰티업계에서 이 변화가 뚜렷하다. 욕실 세면대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립스틱, 파티를 앞두고 급히 찍은 메이크업 컷처럼 정돈되지 않은 장면이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미국 스킨케어 브랜드 디외(Dieux)의 공동 창립자 샬럿 팔레르미노는 매거진 ‘The Business of Fashion’을 통해 “사람들은 이제 무엇이든 진짜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AI로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무결점의 제품 컷보다, 실제 일상의 흔적이 남은 이미지가 더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디지털 피로에 대한 반작용을 정면으로 다룬 사례도 있다. 카메라 브랜드 폴라로이드는 ‘The Camera for an Analog Life(아날로그식 삶을 위한 카메라)’ 캠페인을 통해 알고리즘의 세계에서 벗어난 감각적 경험을 제안한다. 주름까지 고스란히 남는 즉석 사진, 휴대폰을 내려놓고 도시를 걷는 오프라인 투어는 AI를 비판하기보다 ‘아날로그적인 삶’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간의 감각과 시간은 여전히 디지털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하이네켄은 병따개 기능을 더한 웨어러블 목걸이를 통해, AI 시대에도 사람 간의 실제 만남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이네켄은 병따개 기능을 더한 웨어러블 목걸이를 통해, AI 시대에도 사람 간의 실제 만남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폴라로이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고스란히 담기는 즉석 사진을 캠페인에 활용했다. 

폴라로이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고스란히 담기는 즉석 사진을 캠페인에 활용했다. 

미국 언더웨어 브랜드 에어리(Aerie)는 보다 직접적인 방식을 택했다. “No retouching. No AI. Real people only(보정 없이, AI 없이, 실제 사람들만).” 2014년부터 이어온 무보정 원칙에 ‘AI로 생성된 몸은 쓰지 않는다’는 선언을 덧붙이며, 신뢰를 브랜드의 태도이자 기능으로 강조한다. 하이네켄은 병따개 기능을 더한 웨어러블 목걸이를 통해, AI 시대에도 사람 간의 실제 만남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뉴욕 도심의 옥외광고와 SNS 캠페인을 통해 ‘맥주 한 잔 위에서 만들어지는 우정’을 브랜드의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이 캠페인들의 공통점은 알고리즘을 이기려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인간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그 감각을 중심에 두고 있다. AI 시대에 신뢰를 만드는 것은 더욱 정교해진 기술이 아니라, 인간다운 의도를 읽을 수 있는 태도가 아닐까. 앞으로는 이것이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차별점이 될 듯하다. 

#안티AI #브랜드마케팅 #알고리즘 #여성동아

사진제공 아메리칸이글 폴라로이드 하이네켄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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