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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베이비몬스터, ‘진짜리얼최종’ 공식 데뷔합니다!

윤혜진 객원기자

2024. 04. 22

‘프리 데뷔’를 거쳐 가요계에 정식으로 첫발을 내딛는 방식이 아이돌 데뷔 공식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가운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데뷔했던 YG 걸 그룹 베이비몬스터가 4월 1일 또 한 번 ‘공식 데뷔’해 화제다. 

길고도 길었던 베이비몬스터 데뷔 과정.

길고도 길었던 베이비몬스터 데뷔 과정.

‘데뷔’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활동 분야에 처음으로 등장함’이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방송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기획사에서 자체 제작하는 데뷔조 확정 리얼리티의 숫자가 크게 늘면서 K-팝 신에 ‘쌩’ 신인의 등장이 오히려 흔하지 않아졌다. 꼭 서바이벌 출신이 아니더라도 에스엠루키즈 같은 기획사별 공개 연습생도 많아서다. 그러다 보니 프로필 공개 후 선공개 싱글곡을 통해 어느 정도 팬덤을 형성하고 머지않은 시기 안에 정식 데뷔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운 수순이 됐다.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화제성을 이어가는 것이다.

요즘은 사정이 또 달라졌다. K-팝 아이돌들의 음반 판매량, 해외 차트 진입 성적 등 각종 기록이 전반적으로 상향되면서 아예 프리 데뷔 기간을 길게 잡고 활동도 더 다양하게 하는 편이다. 그래야 공식 데뷔했을 때 주목시킬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3.0시대의 첫 주자인 라이즈는 지난해 9월 4일 데뷔 싱글앨범 ‘Get A Guitar’ 발표 전 프롤로그 싱글곡 ‘Memories’로 먼저 SBS ‘인기가요’와 엠넷 ‘KCON LA 2023’에 출연했다. 화제 몰이 끝에 첫 싱글앨범은 초동 101만6849장 판매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데뷔한 싸이커스도 데뷔에 앞서 연습생 그룹 ‘케이큐 펠라즈 2’로 활동했다. 엠넷 ‘KCON 2022 JAPAN’, 같은 소속사 선배 그룹 에이티즈의 미주 투어 오프닝 무대 등에 서며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결과 데뷔 12일 만에 ‘빌보드 200’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NCT 멤버를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9월 결성된 일본 현지화 그룹인 NCT 위시는 더 스케일이 크다. NCT 위시의 정식 데뷔 무대는 지난 2월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SMTOWN LIVE 2024 SMCU PALACE @TOKYO’였고, 데뷔 전인 지난해 이미 일본 9개 도시에서 24회에 걸친 프리 데뷔 투어를 돌았다. 올 4월 10일에는 데뷔 50일 만에 ‘아시아 스타 엔터테이너 어워즈’에서 첫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데뷔 전 음악방송 출연부터 팬 미팅, 콘서트까지 데뷔인 듯 데뷔 아닌 프리 데뷔의 영역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완전체 활동 기준으로 데뷔일 재정의한 YG 베이비몬스터

NCT 위시는 프리 투어 첫 공연지인 도쿄에서부터 8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NCT 위시는 프리 투어 첫 공연지인 도쿄에서부터 8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 11월 6인조로 데뷔했다가 올 4월 1일 7인조로 ‘공식 데뷔’한 YG엔터테인먼트의 걸 그룹 베이비몬스터는 앞서 말한 프리 데뷔 확대 버전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아예 공식 데뷔일을 변경했다. 베이비몬스터는 한국 국적의 아현(17)·라미(16)·로라(15), 태국 국적의 파리타(18)·치키타(15), 일본 국적의 루카(22)·아사(18)로 구성된 다국적 걸 그룹이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3월 18일 베이비몬스터의 첫 번째 미니앨범 ‘BABYMONS7ER’ 트랙 리스트 소개 영상에 출연해 “베이비몬스터의 정식 데뷔는 미니앨범으로 본다”며 “팬을 직접 찾아가는 여러 이벤트, 공연을 생각하고 있다. 7인조 완전체 첫 활동이다. 여러분들도 더 큰 소리로 베이비몬스터를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건강상의 이유로 휴식을 취했던 한국인 멤버 아현의 합류를 기준으로 베이비몬스터 데뷔일을 재정의한 셈이다. 이 때문에 다른 여섯 멤버의 팬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데뷔를 몇 번 하느냐”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난 3월 데뷔 1주년을 맞은 싸이커스는 데뷔 전부터 SBS ‘더 플레이어: K-POP 퀘스트’와 케이콘, 자체 예능 콘텐츠 등에서 끼를 내보였다.

지난 3월 데뷔 1주년을 맞은 싸이커스는 데뷔 전부터 SBS ‘더 플레이어: K-POP 퀘스트’와 케이콘, 자체 예능 콘텐츠 등에서 끼를 내보였다.

엄밀히 말하면 베이비몬스터는 2023년 11월 27일 데뷔한 게 맞다. 지난해 1월 베이비몬스터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타임라인을 쫓아가보면 5월 프리 데뷔곡 ‘DREAM’을 발표했고, 9월 데뷔로 알려졌다가 미뤄진 끝에 11월 27일 스스로 데뷔앨범이라 칭한 디지털싱글앨범 ‘BATTER UP’을 발매했다. 베이비몬스터는 이 앨범으로 ‘써클차트 뮤직 어워즈 2023’에서 ‘올해의 신인상 글로벌 스트리밍 부문’ 상을 받았다. 해당 부문 상은 지난 2022년 12월과 2023년 11월 사이 데뷔한 아티스트 중 첫 음원 발매 후 30일 동안 가장 높은 글로벌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한 팀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베이비몬스터가 4월 1일을 ‘공식 데뷔’라 한다면 이 상을 반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물론 베이비몬스터는 신인상을 반납하는 K-팝 초유의 사태를 만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왜 굳이 ‘공식 데뷔’란 표현을 사용했을까. 베이비몬스터는 YG가 2016년 블랙핑크 데뷔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걸 그룹이다. YG로선 오랫동안 공들인 베이비몬스터를 ‘리틀 제니’로 불리는 핵심 멤버 아현 없이 꾸리기엔 아쉽고, 그렇다고 베이비몬스터를 공개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끌 수도 없었을 터다. 베이비몬스터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YG의 주가가 요동쳤다.

무엇보다 각각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YG 연습생으로 발탁되어 치키타를 제외하곤 약 6년 가까이 연습생 생활을 해온 멤버들의 결정이 있었다. 멤버들은 공식 데뷔일로 정한 4월 1일 라운드 인터뷰를 갖고 데뷔일 변경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로라는 “이전부터 우리 데뷔일은 아현이가 참여한 앨범을 낼 때로 하자는 생각을 당연하게 하고 있었다”면서 “우리의 의견을 수용해준 회사에 감사하다. 아현의 합류로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아현을 지지했다. 라미 역시 “아현이를 기다려주는 게 맞고, 변경하는 게 부담감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현은 “심리적으로 조금 힘들었고, 자세하게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부담감이 컸다”면서 “함께하게 되어 행복하다”고 화답했다. 아직 ‘베이비’이긴 해도 YG 특유의 패밀리십이 빛났다.

그간의 신비주의 YG 스타일과 달리 베이비몬스터는 공식 데뷔일 첫 스케줄로 신인으로선 이례적인 라운드 인터뷰를 택했다. 그만큼 자신 있고 보여줄 게 많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실제로 공식 데뷔곡 ‘SHEESH’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10일 만에 1억 뷰를 달성해 K-팝 걸 그룹 데뷔곡 최단 1억 뷰 신기록을 세웠다. 앞서 공개한 ‘Stuck In The Middle’과 ‘BATTER UP’까지 1억 뷰 뮤직비디오가 벌써 3편째. 원조 유튜브 퀸 블랙핑크를 잇는 새 유튜브 퀸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세를 몰아 베이비몬스터는 아시아 5개 지역 팬 미팅 투어와 일본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서머소닉 2024’ 등 글로벌 팬들을 만나러 갈 계획이다.

‘진짜최종리얼’ 데뷔한 베이비몬스터는 지난해 신인상을 받았지만 올해 7인조 완전체로 다시 신인상을 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7인조 베이비몬스터에게 신인상이 또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장면을 보고 싶긴 하다. 데뷔한 지 십수 년이 흘렀어도 그해 눈에 띄는 활약을 한 배우에게 늦깎이 신인상을 안겨주는 연기 시상식처럼 발견의 기쁨이 있는 진짜 값진 신인상 수상 장면 말이다. 그렇다면 각종 기록 경쟁이 조금은 줄고 어린 아이돌들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K-팝 신에 발을 내디딜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올봄 데뷔한 걸 그룹들의 평균 나이를 살펴보면 베이비몬스터 17.7세, 아일릿 18.6세, 캔디샵 16.7세, 리센느 16.6세, 유니스는 무려 15.7세다.

#베이비몬스터 #아현 #BABYMONS7ER #여성동아

사진 출처 베이비몬스터·싸이커스·NCT위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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