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레 패키지여행이 인기다. 더욱 놀라운 건 MZ세대 사이에서 화제라는 것. 하나투어가 발표한 연령별 해외 패키지 예약 동향(2022년 결산 기준)에 따르면 20~30대의 예약 비중이 30%에 달한다. 모두투어도 2019년 13%에 그쳤던 2030 세대 패키지 예약자가 2022년 20%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고 최신 정보도 능숙하게 다루는 MZ세대가 왜 갑자기 패키지여행에 주목했을까. 효도 관광 혹은 가족여행의 대명사로 불리던 패키지여행 프로그램에 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난 걸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패키지 상품은 중장년층을 겨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극도로 위축됐던 여행사들이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면서다. 젊은 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간 패키지여행의 고질적 단점으로 지적됐던 팁이나 옵션, 쇼핑 등을 배제한 프리미엄 상품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는 것. 유통 채널의 변화 또한 젊은 층을 패키지여행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통로가 됐다. 이전까지는 여행사 대리점이나 홈쇼핑을 통해 손님을 모집했다면, 최근에는 인스타그램과 라이브커머스 같은 SNS 채널을 적극 활용하면서 자연히 젊은 층에게 어필하는 기회가 늘었다. 실제로 하나투어가 운영하고 있는 라이브커머스 채널 ‘하나LIVE’를 통해 예약한 고객 중 MZ세대의 비율은 47.7%에 달한다.
2030 세대 전체 이용자의 70%를 차지하는 마이리얼트립에서도 패키지여행이 인기다. 2024년 4월 현재, 패키지여행 상품을 검색하는 고객 숫자가 작년 동기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패키지여행이 다시 인기를 얻은 배경에 대해 “기존 상품은 자유도가 낮고 여행자가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 전보다 프라이빗하고 자유도 높은 상품을 출시하면서 젊은 고객층에게도 매력적으로 인식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정협 인터파크트리플 SIT(Special Interest Travel) 팀장 역시 “개인의 취향이 곧 여행의 중심이 된다”며 “이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여행객들끼리 유기적으로 네트워크화하고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말했다. 이어 “여행객들이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 경험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성비보다는 가심비(원하는 가치에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적극적으로 유치한 덕분에 여행업계 전반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가는 여행업계 1~2위를 달리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개선의 원인 중 하나로 역시나 MZ세대를 겨냥한 패키지 상품 판매 호조를 꼽는다.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역시 기본적으로 고려되는 요소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이고 쓸모 있게 사용하고 싶은 이들이 주목하는 가치다. 이들이 패키지여행에 주목하는 이유는 2가지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모으고 예약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싶다는 게 첫 번째 이유. 이왕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여행을 떠나는 만큼 현지에서의 실패를 최소화하겠다는 생각도 크다. 관광객 사이에서만 유명한 맛집에 가서 2시간씩 웨이팅하거나, 휴무일을 잘못 체크해 낭패를 보는 등의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는 것.
그렇다면 MZ 여행자가 패키지 상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게 하는, 구매 유발 키워드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취향, 경험, 탐험이 바로 그것.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변주되는 키워드는 취향이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유명 관광지만 훑는 여행이 아니라 깊이 있는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이 자신의 취향과 취미를 여행과 연결하기 시작한 것. 가우디의 건축물을 두루 살피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나는 건축학도부터, 새벽마다 알람을 맞춰가며 응원하던 축구팀의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영국으로 목적지를 잡은 축구 팬, 위스키 증류소를 둘러보고 싶은 위스키 덕후 등을 위한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현재 판매되는 프로그램 이외에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도 늘 열려 있다. 여행업계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인터파크는 ‘홀릭’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다양한 취향과 취미를 만족시킬 수 있는 테마 여행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남과는 다른, 나만의 여행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싶은 이들의 수요도 존재한다. 여행 인플루언서와 함께 떠나는 패키지나, 여행지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북 토크에 참여하는 식이다. 하나투어가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미치다’와 손잡고 기획한 ‘밍글링 투어’가 좋은 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여행 가이드와 달리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호스트가 주관한다는 점. 프리다이빙 프로그램에는 전문 다이버가, 위스키 투어에는 위스키 강사가 참여해 출발 전 오리엔테이션부터 귀국 후 뒤풀이까지 전 과정을 리드한다고.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모두투어가 여행 크리에이터 청춘유리와 손잡고 기획한 홍콩 여행 상품은 최고급 부티크 호텔 숙박이 포함돼 있어 1박에 1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완판됐다. 대기 예약까지 몰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함께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강연을 듣는 하나투어의 패키지 역시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시선으로 제주도를 바라보는 경험’에 주목한 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탐험’에 주목하는 이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안전이나 소통 등에 약간의 우려가 있지만, 가보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 없을 때 패키지여행이 좋은 대안이 된다. 하나투어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대비 2003년 인도로 떠난 여행객은 2.7배, 아프리카로 떠난 인원은 2.2배 늘었다. ‘끼리끼리’도 MZ 픽 패키지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기존의 패키지여행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만큼, 어색하게 그들의 여행에 끼어들기보다는 ‘쿵짝’이 맞는 또래끼리의 구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친구들이나 동호회 회원으로 멤버를 구성한 후 DIY식 맞춤 여행 패키지를 커스텀하기도 한다.
취미 생활에 빠진 사람들은 그야말로 어디든 간다. 자신의 취미 생활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곳이라면 해외도 불사한다. 어쩌면 해외라서 더욱 특별해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브랜드 마케터이자 에세이 작가인 김상민 역시 에세이집 ‘아무튼, 달리기’를 통해 파리 마라톤에 참가한 경험을 털어놓은 바 있다. “나 또한 생애 첫 마라톤이 특별하길 바랐다. (중략) 자연스레 파리를 떠올렸다. 그 당시 나에게 파리는 매년 한 번씩 찾는 정신의 휴양지였다. 특별해야만 하는 첫 마라톤에 그만한 선택지는 없었다. 에펠탑을 향해, 개선문을 끼고, 센강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상상에 빠졌다.”
인터파크 ‘홀릭’에서는 아예 ‘월드런 홀릭’이라는 카테고리를 별도로 생성했을 만큼, 해외 도시를 달리고 싶은 러너들의 열기가 뜨겁다. 6월에 예정된 라구나 푸껫 마라톤과 7월에 호주에서 열리는 골드코스트 마라톤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고, 시드니와 대만도 각각 판매 중이다. 다낭에서 열린 마라톤 투어에 참가한 최 모 씨는 홈페이지 리뷰를 통해 “투어뿐만 아니라 마라톤 준비에도 손색이 없는 일정”이라며 “마라톤 전날에는 웜업 러닝을, 마라톤 다음 날에는 리커버리 러닝을 함께할 수 있어 만족했다”고 감상을 공유했다.
내가 즐기는 스포츠를 전문가와 함께, 유명 스폿에서 즐기는 꿈같은 일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인터파크 홀릭은 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자인 선수와 함께 클라이밍 성지로 불리는 태국 남부 휴양지 크라비로 떠나는 여행 상품을 전개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여행자는 “누구나 레전드 선수와 함께 해당 종목을 해보는 꿈이 있을 것”이라며 “그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또다시 비슷한 기회가 생긴다면 역시나 참가하고 싶다”고 전했다.
축구 팬들에게 5~6월은 아주 바쁜 달이다. 세계 축구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유럽, 그중에서도 챔피언스리그가 막바지를 향해 달리기 때문. 심지어 손흥민이나 이강인처럼 세계적인 코리안 리거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시즌에는 직관 열망에 더욱 불이 붙는다. 유럽 축구 직관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여행사가 다수 성업 중인 까닭이다. 여행사 ‘트래블링’은 구독자 2만5000명을 보유한 유튜버 ‘축구 대장 곽지혁’과 손잡고 리그별로 다양한 패키지여행을 선보인다. 손흥민과 황희찬의 경기를 연이어 볼 수 있거나, 김민재와 이강인의 경기를 묶은 프로그램은 특히 반응이 뜨겁다. 챔피언스리그 결정전처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빅 매치도 있다. 이처럼 핫한 경기는 티켓을 구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에서 패키지여행이 더 합리적이라는 평도 잇따른다. 인터파크는 예능 대부로 불리는 이경규와 손잡고 토트넘과 아스널의 맞대결을 관람하는 ‘북런던 더비’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월드컵 때마다 MBC ‘일밤-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경기를 중계해온 만큼, 축구 관람 외에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야구팬들도 취미를 찾아 떠나는 해외여행에 속속 합류 중이다. KBO 최고의 타자로 불리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하면서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은 물론, 현존하는 최고의 야구선수로 불리는 오타니 쇼헤이까지. 슈퍼스타들이 모두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에서 뛰고 있는 덕분에 여행이 더욱 용이해졌다. 모두투어는 메이저리그 야구팬을 겨냥해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메이저리그 직관 상품’을 출시했는데, 론칭 3일 만에 매진돼 인기를 입증했다. 야구팬 이은재 씨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들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이 씨는 “키움 히어로즈 팬이라 김하성 선수와 이정후 선수를 모두 응원하고 있는데, 이정후 선수 진출 첫해인 만큼 샌프란시스코를 찾아 직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휴가 일정상 하반기에나 가능한 상황이라서 패키지 상품이 더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미국 프로농구나 테니스, 골프도 직관 상품이 꾸준히 인기다. 특히 테니스의 경우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윔블던부터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롤랑가로스, US오픈을 ‘도장 깨기’ 하겠다는 수요도 있을 정도. 최근 모터스포츠 F1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싱가포르 그랑프리나 일본 그랑프리 등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F1 경기에 참여하는 패키지여행도 등장했다.
자연은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여행자의 욕망을 자극한다. 알래스카에 펼쳐지는 오로라나 캐나다의 가을 산, 별이 쏟아지는 몽골의 고비사막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정보가 적어 혼자서는 두렵지만 함께라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통한다. 하나투어와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미치다가 손잡고 출시한 ‘여미 투어’의 첫 번째 목적지가 키르기스스탄이라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하루 10km 이상을 걸어야 하는 고된 일정이지만 대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에 참가자들이 몰린 셈.
서울 하늘에서는 찾기 힘든 별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망망대해와도 같은 몽골의 푸른 초원에 누워 새카만 밤하늘 위로 수없이 빛나는 별을 바라보는 ‘은하수원정대’ 패키지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몽골에 다녀온 참가자는 “첫날부터 운이 좋았는지 정말로 쏟아지는 별들을 볼 수 있었다. 은하수와 별똥별을 바라보면서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정말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때로는 요리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미쉐린 스타 맛집을 투어하는 패키지도 수요가 꾸준하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3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이를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충분한 식당’을 의미하기에.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와인이나 위스키를 즐기는 애주가라면 스코틀랜드 위스키 투어나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 투어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하나투어는 위스키 강사 김빛나와 손잡고 대만을 누비는 위스키 투어 프로그램을 판매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카발란 증류소 투어 및 DIY 블렌딩 체험, 리큐어 숍 방문, 현지 유명 바 체험 등으로 구성돼 애주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행트렌드 #패키지여행 #세미패키지 #여성동아
기획 조지윤 기자
사진출처 모두투어 여행에미치다 인터파크 마이리얼트립 언스플래시
네가 알던 패키지가 아냐
F1 경기 관람 등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취미를 겨냥한 패키지도 인기 상품 중 하나다.
2030 세대 전체 이용자의 70%를 차지하는 마이리얼트립에서도 패키지여행이 인기다. 2024년 4월 현재, 패키지여행 상품을 검색하는 고객 숫자가 작년 동기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패키지여행이 다시 인기를 얻은 배경에 대해 “기존 상품은 자유도가 낮고 여행자가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 전보다 프라이빗하고 자유도 높은 상품을 출시하면서 젊은 고객층에게도 매력적으로 인식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정협 인터파크트리플 SIT(Special Interest Travel) 팀장 역시 “개인의 취향이 곧 여행의 중심이 된다”며 “이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여행객들끼리 유기적으로 네트워크화하고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말했다. 이어 “여행객들이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 경험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성비보다는 가심비(원하는 가치에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적극적으로 유치한 덕분에 여행업계 전반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가는 여행업계 1~2위를 달리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개선의 원인 중 하나로 역시나 MZ세대를 겨냥한 패키지 상품 판매 호조를 꼽는다.
손흥민 경기 직관, 위스키 · 프리다이빙 투어
그렇다면 트렌드에 빠삭하고 눈이 밝은 MZ세대는 어떤 점에서 패키지여행에 끌렸을까? 가장 기본적으로 전제해야 할 키워드는 ‘세미 패키지’다. 이제까지 우리가 알아왔던 패키지보다는 느슨하되,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갖춰져 있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규모 인원 구성에 단체 쇼핑을 최소화하고 팁과 옵션을 배제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세미 패키지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여기트래블의 박민성 대표는 “세미 패키지의 미덕은 분명하다. 여행 준비에 들어가는 노력을 최소화하고 현지에서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기존의 패키지여행에 비해 자유로운 것”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해외여행 경험을 쌓아온 MZ세대는 유명 대도시 대신 남들이 가지 않는 소도시나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여행지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도시를 훑어보기보다는, 한두 도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여유를 즐기는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역시 기본적으로 고려되는 요소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이고 쓸모 있게 사용하고 싶은 이들이 주목하는 가치다. 이들이 패키지여행에 주목하는 이유는 2가지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모으고 예약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싶다는 게 첫 번째 이유. 이왕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여행을 떠나는 만큼 현지에서의 실패를 최소화하겠다는 생각도 크다. 관광객 사이에서만 유명한 맛집에 가서 2시간씩 웨이팅하거나, 휴무일을 잘못 체크해 낭패를 보는 등의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는 것.
그렇다면 MZ 여행자가 패키지 상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게 하는, 구매 유발 키워드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취향, 경험, 탐험이 바로 그것.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변주되는 키워드는 취향이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유명 관광지만 훑는 여행이 아니라 깊이 있는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이 자신의 취향과 취미를 여행과 연결하기 시작한 것. 가우디의 건축물을 두루 살피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나는 건축학도부터, 새벽마다 알람을 맞춰가며 응원하던 축구팀의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영국으로 목적지를 잡은 축구 팬, 위스키 증류소를 둘러보고 싶은 위스키 덕후 등을 위한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현재 판매되는 프로그램 이외에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도 늘 열려 있다. 여행업계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인터파크는 ‘홀릭’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다양한 취향과 취미를 만족시킬 수 있는 테마 여행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남과는 다른, 나만의 여행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싶은 이들의 수요도 존재한다. 여행 인플루언서와 함께 떠나는 패키지나, 여행지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북 토크에 참여하는 식이다. 하나투어가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미치다’와 손잡고 기획한 ‘밍글링 투어’가 좋은 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여행 가이드와 달리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호스트가 주관한다는 점. 프리다이빙 프로그램에는 전문 다이버가, 위스키 투어에는 위스키 강사가 참여해 출발 전 오리엔테이션부터 귀국 후 뒤풀이까지 전 과정을 리드한다고.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모두투어가 여행 크리에이터 청춘유리와 손잡고 기획한 홍콩 여행 상품은 최고급 부티크 호텔 숙박이 포함돼 있어 1박에 1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완판됐다. 대기 예약까지 몰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함께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강연을 듣는 하나투어의 패키지 역시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시선으로 제주도를 바라보는 경험’에 주목한 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탐험’에 주목하는 이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안전이나 소통 등에 약간의 우려가 있지만, 가보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 없을 때 패키지여행이 좋은 대안이 된다. 하나투어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대비 2003년 인도로 떠난 여행객은 2.7배, 아프리카로 떠난 인원은 2.2배 늘었다. ‘끼리끼리’도 MZ 픽 패키지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기존의 패키지여행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만큼, 어색하게 그들의 여행에 끼어들기보다는 ‘쿵짝’이 맞는 또래끼리의 구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친구들이나 동호회 회원으로 멤버를 구성한 후 DIY식 맞춤 여행 패키지를 커스텀하기도 한다.
취미 생활, 어디까지 가봤니?
전문가와 함께하는 취향 투어 상품은 매진 행렬을 이어갈 만큼 인기가 높다.
인터파크 ‘홀릭’에서는 아예 ‘월드런 홀릭’이라는 카테고리를 별도로 생성했을 만큼, 해외 도시를 달리고 싶은 러너들의 열기가 뜨겁다. 6월에 예정된 라구나 푸껫 마라톤과 7월에 호주에서 열리는 골드코스트 마라톤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고, 시드니와 대만도 각각 판매 중이다. 다낭에서 열린 마라톤 투어에 참가한 최 모 씨는 홈페이지 리뷰를 통해 “투어뿐만 아니라 마라톤 준비에도 손색이 없는 일정”이라며 “마라톤 전날에는 웜업 러닝을, 마라톤 다음 날에는 리커버리 러닝을 함께할 수 있어 만족했다”고 감상을 공유했다.
내가 즐기는 스포츠를 전문가와 함께, 유명 스폿에서 즐기는 꿈같은 일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인터파크 홀릭은 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자인 선수와 함께 클라이밍 성지로 불리는 태국 남부 휴양지 크라비로 떠나는 여행 상품을 전개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여행자는 “누구나 레전드 선수와 함께 해당 종목을 해보는 꿈이 있을 것”이라며 “그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또다시 비슷한 기회가 생긴다면 역시나 참가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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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는 야구 · 축구 경기 직관 패키지 프로그램, 마라톤 투어 등 ‘취미러’를 저격한 여행상품을 출시한다.
야구팬들도 취미를 찾아 떠나는 해외여행에 속속 합류 중이다. KBO 최고의 타자로 불리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하면서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은 물론, 현존하는 최고의 야구선수로 불리는 오타니 쇼헤이까지. 슈퍼스타들이 모두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에서 뛰고 있는 덕분에 여행이 더욱 용이해졌다. 모두투어는 메이저리그 야구팬을 겨냥해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메이저리그 직관 상품’을 출시했는데, 론칭 3일 만에 매진돼 인기를 입증했다. 야구팬 이은재 씨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들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이 씨는 “키움 히어로즈 팬이라 김하성 선수와 이정후 선수를 모두 응원하고 있는데, 이정후 선수 진출 첫해인 만큼 샌프란시스코를 찾아 직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휴가 일정상 하반기에나 가능한 상황이라서 패키지 상품이 더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미국 프로농구나 테니스, 골프도 직관 상품이 꾸준히 인기다. 특히 테니스의 경우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윔블던부터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롤랑가로스, US오픈을 ‘도장 깨기’ 하겠다는 수요도 있을 정도. 최근 모터스포츠 F1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싱가포르 그랑프리나 일본 그랑프리 등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F1 경기에 참여하는 패키지여행도 등장했다.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
도심이나 유명 관광지에 비해 여행 정보가 부족한 대자연으로의 여행은 특히 패키지 수요가 높다.
서울 하늘에서는 찾기 힘든 별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망망대해와도 같은 몽골의 푸른 초원에 누워 새카만 밤하늘 위로 수없이 빛나는 별을 바라보는 ‘은하수원정대’ 패키지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몽골에 다녀온 참가자는 “첫날부터 운이 좋았는지 정말로 쏟아지는 별들을 볼 수 있었다. 은하수와 별똥별을 바라보면서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정말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강산도 식후경, 식도락도 어엿한 트렌드
요리도 맛보고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식도락 여행은 ‘맛잘알’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여행트렌드 #패키지여행 #세미패키지 #여성동아
기획 조지윤 기자
사진출처 모두투어 여행에미치다 인터파크 마이리얼트립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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