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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4월의 책

문영훈 기자

2024. 04. 17

새로운 주류의 탄생
고재석 지음 / 동아시아 / 2만 원

제22대 총선이 코앞이다. 한국 정치에서 피아 식별을 정확하게 하기 어려운 인물은 ‘수박’ ‘내부 총질’ 등으로 불리며 ‘내 편’에서 내쫓긴다. 이 책에 등장하는 18명의 인터뷰이는 그런 점에서 ‘주류’가 되기 어려운 회색분자다. 검찰 개혁을 비판한 좌파(김규항), 양당의 선거 지략가였지만 양쪽 모두에서 비판받는 선거 구원투수(김종인), 기본소득과 기후변화를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김세연), 무력과 위협 앞에서는 평화도 없다고 말하는 진보 외교 구루(라종일) 등이다. 인물이나 사상적인 면에서는 제22대 총선에서 이들이 당장 한 자리를 차지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책의 서두는 “2052년의 시민들에게”라고 시작한다. 2022년 태어난 저자의 아들이 서른 살이 되는 해다. 기후 위기로 식량 생산이 줄어들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가 될 그 해다. 그래서 ‘새로운 주류의 탄생’이라는 제목은 저자의 소망처럼 읽힌다. 이쪽 아니면 저쪽이 아니라 이쪽도 저쪽도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류가 된 나라에서 아들이 살기를 바라는.

1초 여행 꿀팁
신익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1만7000원

머릿속으로 그리는 여행과 실제는 다른 경우가 많다. 여권을 잃어버리고, 비행기가 연착되고, 현지에서는 덤터기를 쓰면 천국이 지옥 되는 건 순식간이다. 15년 차 일간지 여행전문기자가 여행지에서 그간 쌓은 노하우를 책에 꾹꾹 눌러 담았다. 직접 경험에서 체득한 여행 ‘꿀팁’부터 베테랑 승무원이나 여행사 직원, 곽튜브와 영알남 등 여행 인플루언서, 변호사로부터 얻은 전문 지식도 포함했다. 저렴한 숙소 예약법, 인천국제공항 현명하게 이용하는 법, 현금 결제 강요나 수하물 분실, 일정 변경 등에 따른 보상 청구법 등 여행지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이를 ‘1초 암기법’으로 한 번 더 축약해 외우기 쉽게 만들어뒀다. 우선 이 중 하나만 기억하자. 국제 항공권은 일요일에 예약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김지윤 지음 / 사이드웨이 / 1만7000원



21세기가 도래하기 전 TV는 ‘바보상자’로 불렸다. 그렇게 어른이 된 사람들은 멍청이가 됐을까. 이제는 그 어른들이 작은 기계장치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 이후의 일이다. 자신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 채, 6인치 화면에 머리를 박고 있는 요즘 애들을 보고 혀를 찬다. 1990년대에 태어난 저자는 ‘화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세상을 변호한다. 검은 화면 너머에 펼쳐진 무한한 공간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고백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 Z세대와 알파 세대는 온라인에서 유대감을 쌓고, 돈을 벌고, 직업을 찾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 물론 화면 뒤 그림자도 짙다. 창문 없는 카지노에서 밤새도록 돌아가는 슬롯머신처럼 중독과 가짜 위안, 무기력을 선물한다. 하지만 이는 젊은 세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거대 테크 기업의 상술에 가깝다. “휴대폰 내놔”를 아이에게 외치기 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초대받은 여자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 강초롱 옮김 / 민음사 / 2권 각 1만6000원

페미니즘의 선구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연인 장 폴 사르트르와 특별한 부부 관계를 맺었다. 서로의 관계를 중심에 두되 타인과의 자유로운 연애를 허용하는 혁신. ‘초대받은 여자’는 그 관계에서 경험한 내용을 소설로 승화한 보부아르의 첫 장편소설이다. 극작가 프랑수아즈는 연극배우 피에르와 자유로운 계약 연애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야성에 가까운 소녀 그자비에르가 등장한다. 프랑수아즈는 둘의 관계로 그자비에르를 ‘초대’하며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에만 그를 두고자 한다. 하지만 그자비에르는 그럴 생각이 없다. 삼각관계는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다. 단순히 그것뿐이었다면 고전이 될 수 있었을까. 책을 번역한 강초롱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교수의 작품 해설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프랑수아즈와 그자비에르 그리고 피에르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싸움은 통속적인 치정 사건을 넘어, 별개의 자유로운 의식들이 주체의 자리를 놓고 서로 다투는 숨 막히는 존재론적 투쟁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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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동아시아 매일경제신문사 민음사 사이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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