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키 그리고 시원한 웃음. 방송인 김성경(35)을 본 순간 처음 눈에 들어온 것들이다. 짧은 소매 운동복을 입고 빠르게 걷는 그에게선 활기와 통통 튀는 탄력이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허리 쪽이 좋지 않아서 고생했는데, 걷기 운동을 시작한 뒤로 한결 좋아졌어요. 몸이 찌뿌드드할 때는 무조건 운동화 신고 밖으로 나가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한동안 걸으면 몸은 물론이고 기분까지 상쾌해져요.”
Health Secret - “걷기 운동으로 디스크 이기고, 클로렐라로 건강 지켜요”
지난 93년 SBS 아나운서로 방송활동을 시작한 김성경은 데뷔 때부터 큰 키와 시원한 인상으로 주목받았다. 방송사의 메인 뉴스인 ‘SBS 8 뉴스’를 비롯해 각종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지난 2002년 프리랜서를 선언한 그의 방송 경력은 어느새 15년째. 나이도 30대 중반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볼에 젖살이 통통한 그의 인상은 예전과 별로 다름이 없다. 김성경은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로 꾸준한 걷기와 스트레칭을 들었다.
다양한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는 김성경.
“어릴 때보다 오히려 요즘 몸이 더 좋아졌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아나운서로 있을 때는 고질적인 어깨 통증과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거든요. 프리를 선언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건강 문제였을 정도로요. 원고를 내려다보며 한 시간쯤 뉴스를 진행하고 나면 어깨 쪽이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였죠. 그렇게 힘들 때 아는 분이 추천해주신 게 바로 걷기였어요. 저 같은 사람은 격한 운동을 하기 어려운데, 꾸준히 걷는 것만으로도 몸이 좋아질 수 있다니 귀가 솔깃했죠.”
김성경이 걷는 방식은 어깨를 바로 펴고 팔을 많이 흔들며 보폭을 크고 넓게 하는 것. 이렇게 하면 30~40분만 걸어도 땀이 솟으면서 몸이 가뿐해진다고 한다. 걷기는 몸의 무게와 중력의 힘을 척추에 실어 척추뼈의 밀도를 증가시키는 체중부하 운동으로,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지난해부터 필라테스도 시작했다. 허리와 허벅지 근육을 강화시키면 척추가 받는 하중이 줄어들어 디스크 치료 및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초기에는 회사 근처의 전문학원을 찾아 1대 1 지도를 받았는데, 요즘엔 바빠져 수업을 듣지는 못하고 혼자 그동안 배운 동작을 하며 몸을 관리한다고 한다. 틈틈이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당겨주고 바른 자세를 만드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고.
또 하나 김성경이 ‘강추’하는 건강 비결은 클로렐라. 3년 전 지인이 권해 처음 알게 된 뒤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챙겨 먹고 있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10~15알씩 먹고 있어요. 클로렐라를 먹은 뒤부터 만성피로가 사라지고 피부도 좋아졌죠. 특히 신기한 건 술이 안 취한다는 거예요(웃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피치 못하게 가야 할 술자리가 있잖아요. 저는 술을 잘 못하는 체질이라 그런 자리를 참 어려워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더라고요. 주위 사람들이 다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그때부터 아이에게도 챙겨주고, 언니(김성령)와 식구들에게도 권하고 있죠.”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것도 그의 건강 유지 비결이다. 스스로 ‘남자 못지않게 먹는다’고 말하는 그는 몸매 관리를 위해 하루에 두 끼만 먹는 대신, 두 번 다 먹고 싶은 것으로 만족스러울 만큼 ‘실하게’ 챙긴다고 한다. 후식으로는 커피 대신 과일을 먹거나 생과일주스, 허브티 등을 마신다고.
My job · Sweet home - “아이 키우며 시작한 교육사업, 어느새 엄마가 기댈 만큼 의젓하게 자라준 아들이 대견해요”
김성경은 올해 아홉 살 된 아들 성민군과 함께 사는 싱글맘. 지난 96년 결혼했다가 4년 만에 이혼한 뒤 지금껏 혼자 아들을 키워왔다. 어머니, 언니와 한 아파트 같은 동에 모여 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고 하지만, 바깥일을 하면서 아들을 돌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늘 그의 마음속에는 어떻게 하면 아이를 좀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김성경이 지난 2005년 말 ‘상상앤아이’라는 어린이 교육 콘텐츠 전문 기업을 세우고, 기획이사를 맡은 건 그런 관심 때문이었다.
‘상상앤아이’는 5명의 멤버로 이뤄진 그룹 ‘프리즈’를 발굴해 지난해 가을 SBS에서 방송된 ‘비바 프리즈’라는 프로그램을 제작·공급했고, 최근엔 ‘너의 꿈을 말해봐’라는 앨범도 출시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경쾌한 리듬에 ‘실패가 두려운 것은 아니에요. 실패도 성공도 나에겐 도전이죠’ 같은 교육적인 가사를 담은 이 노래들은 학부모와 아이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성민이가 없으면 회사에서 아이템을 개발하고 어린이들의 반응을 바로 바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거예요. 제가 어떤 걸 해보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으면 자기가 먼저 ‘이런 게 좋다’고 얘기해주고, 친구들의 의견도 전해주는 등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해주거든요.”
김성경은 아들 얘기가 나오자 금세 얼굴 가득 웃음이 번졌다. 지난해부터 사업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성민군은 모든 걸 스스로 척척 해내며 반듯하게 자라고 있어 고맙다고 한다. 지난 3월 학급 임원 선거에서는 부회장에도 당선됐다고.
“임원 학부모들이 모이는 날이 있어 학교에 찾아갔어요.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더니 ‘아이를 참 잘 키우셨다. 구김살 없이 밝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마음이 정말 뿌듯하고 고마웠죠.”
김성경은 아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매를 들 정도로 엄한 엄마. 하지만 평소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면서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끼게 해주고, 꾸중을 할 때도 무엇을 잘못해 야단치는 것인지 충분히 설명하기 때문에 아이도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혼을 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따른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부터 방학 때면 혼자 미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보내고 있어요. 공항까지는 제가 데려다주고, 현지에 도착하면 그쪽 어른들이 마중 나오시지만 나머지는 혼자 다 처리하는 거죠. 그렇게 몇 번 멀리 다녀오더니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이 늘고 무엇이든 척척 해내더라고요.”
김성경은 아들이 누구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당당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 아들과 함께 가고 싶은 교육문화 공간 등을 만드는 사업가가 돼 성민군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Mind Control - “마음이 힘들 때면 내가 지금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목록을 만들어요”
김성경은 사업을 시작한 뒤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인지 알게 됐다고 한다.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자신과의 약속에 기꺼이 응해줄 때, 투자자들이 자신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신뢰감을 표현해줄 때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지곤 했다고.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치른 SBS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하면서 방송활동을 시작했어요. 실패의 경험이 없다 보니 제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할 줄도 몰랐죠.”
하지만 어디서나 자신을 인정하고 대우해주던 방송이라는 온실을 벗어나 사업을 시작하니 세상은 말 그대로 찬 바람 부는 거리였다고 한다. 그렇게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그가 가진 지명도는 큰 자산이 됐다고.
“힘들 때도 있죠. 늘 대우를 받아왔는데 이젠 먼저 고개 숙여야 할 일도 많고요. 하지만 전 마음이 힘들 때면 제가 감사할 일에 대한 목록을 만들어요.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자꾸 당장의 불평불만이 떠오르니까, 펜을 들고 종이에 하나하나 써내려가죠. 그러다 보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그는 이 과정에서 “행복도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외부에서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열심히 찾아내고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것. 그래서 요즘엔 먼저 웃고, 주위에 좋은 이야기를 건네며 미처 알지 못했던 행복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김성경은 “마음을 바꾸니 과거엔 상처로 생각했던 일에도 감사하게 된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그는 프리를 선언한 뒤 기대만큼 활발히 활동하지 못한 때가 많았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방송국을 나왔지만, 당시만 해도 프리랜서 진행자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그에게 어울리는 방송 프로그램을 섭외하고 일을 도와줄 매니지먼트사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진행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에까지 참여하는 적극적인 MC가 되고 싶었지만, 당시 방송 환경에서는 그런 꿈을 이루기 어려웠다.
“그래서 남몰래 속상해할 때가 많았어요. 왜 나는 누구처럼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골라 할 수 없을까, 왜 나는 늘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자리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걸까 하면서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제게 너무 많은 일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자유롭게 살 수 있었고, 이렇게 새로운 도전도 할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저 스스로 콘텐츠 기획사를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시간 그것에 대해 고민해왔기 때문인 것 같고요. 프리랜서로 독립하자마자 크게 성공했다면, 지금의 저는 없지 않았을까요?”
지난 1년여 동안 사업을 제 궤도에 올리느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김성경은 ‘상상앤아이’가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는 만큼 이제는 방송활동도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 및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어린이 교육 전문가로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그는 “모든 일을 다 하려면 앞으로는 더 열심히 건강을 챙겨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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