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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현대·SK·롯데…‘오너가 3세’ 4인 4색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입력 2022.09.26 10:00:01

올해 들어 3세 기업인 경영 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후계 구도를 굳힌 상태이거나 승진을 통해 그룹의 요직을 맡기 시작하는 양상이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오너가 3세들이 앞으로 어떤 청사진을 갖고 기업을 이끌어나갈지 관심이 커진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왼쪽부터).

30·40대 재벌가 3세들이 그룹 내 장악력을 키워가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새 정부가 출범하며 지금이 기업 분위기 쇄신의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을 맞은 2007년 즈음을 연상시킨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재계에는 오너 일가 2세의 경영 승계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눈치 게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올해 오너가의 3세 임원 인사가 있었던 한 기업 관계자는 “임원은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자리다. 아무래도 비슷한 움직임이 많을 때라면 부담이 좀 덜하지 않겠나”라며 “나이가 젊은 만큼 실무진과 직접 소통하다 보니 확실히 신사업에 속도가 붙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기업마다 ‘젊은 피’를 주축으로 미래 먹거리 찾기가 한창이다. 디지털·그린 에너지·우주 등 오랜 투자가 필요한 분야가 많은 만큼 당장은 결과를 알 수 없다. 마지막에 웃는 승자는 누가 될까.

리더십 갖춘 로맨티스트, 한화 김동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5월 24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뒤, 대니얼 예긴 S&P글로벌 부회장을 만나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5월 24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뒤, 대니얼 예긴 S&P글로벌 부회장을 만나고 있다

여러 기업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인사를 단행한 곳은 한화그룹이다. 지난 8월 29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사장 승진 이후 2년 만이자 입사 기준으로는 12년 만에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것.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한화 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맡았다. 금융과 유통·레저 사업을 제외한 주요 부문에 관여하는 셈이다.

1983년생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2006년 공군사관후보생 117기로 입대해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다음 2010년 바로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재학 당시 한인 학생회장으로 활동했을 만큼 리더십이 강한 그는 아버지로부터 ‘승부사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태양광 사업은 김 부회장의 뚝심이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철수했을지도 모른다. 2011년 한화솔라원(한화큐셀을 거쳐 현재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기획실장으로 부임한 후 이듬해 독일의 큐셀 인수를 주도했고, 2015년에는 한화큐셀 영업실장으로서 직접 해외 현장을 누빈 끝에 당시 17분기 연속 적자였던 회사를 흑자 전환했다. 2021년 기준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미국 주거용·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1위에 올라 있다.



김 부회장은 그린에너지와 함께 그룹의 미래 사업인 우주항공 분야에도 엄청난 애정을 쏟고 있다. 지난해 3월 한화그룹의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조직 ‘스페이스 허브’ 팀장으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게 우주산업”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평소 주짓수를 즐기고 공격적인 M&A를 주도하는 등 강한 대외적 이미지와 달리 김 부회장은 탈권위적 경영 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궁금한 게 있으면 실무자를 직접 찾아가 물어보거나 임원들이 모인 메신저 단체방에서 바로 전달 사항을 지시하기도 한다. 워커홀릭으로 알려진 김 부회장이 한화그룹 입사 동기와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로맨티스트라는 점도 의외다.

격의 없는 소통이 무기, HD현대 정기선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9월 1일 아비커스를 찾아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9월 1일 아비커스를 찾아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정기선 HD현대(구 현대중공업지주) 사장도 유력한 차기 총수다. 1982년생인 정 사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2015년 현대중공업 상무 자리에 오르며 회사 역사상 최연소 임원이자 재계에서 가장 나이 어린 임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0월, 4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승진 후 첫 대외 활동으로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2’에 참석해 ‘퓨처 빌더(future builder)’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특히 정 사장이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유명한 조선사 가운데 최초로 혁신의 상징 CES에 참여한 만큼 정 사장이 보여줄 새로운 HD현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1일에도 정 사장은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함께 현대중공업그룹 사내벤처 1호 기업인 자율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를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이전에도 정 사장이 현대 본사 인근 유명 가게에서 직접 도넛을 사 들고 아비커스를 방문할 만큼 이곳에 대한 애정이 깊다.
평소 정 사장은 제조업 특성상 근속연수가 긴 생산직과 상대적으로 젊은 사무직의 세대 격차를 좁히기 위해 새 조직문화 구축에 힘쓰고 직원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현대중공업그룹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디지털 관련 사업과 수소 사업 발전 전략을 총괄했을 때도 30대 중심의 대리 과장급 30여 명으로 위원회를 꾸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도전 정신의 SK 최성환, 세상으로 나온 롯데 신유열

1981년생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은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다. 2009년 SKC 전략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해 SK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경영 수업을 시작했고, 2014년 SKC 기업문화본부 상무로 진급하며 임원 타이틀도 제일 빨리 달았다. 지난해 1월부터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을 맡고 있으며 올해 3월 SK네트웍스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전기차 충전 기업, 헬스케어, 친환경 상품 생산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신원 전 회장에 이어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던 최 사업총괄의 도전 정신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2006년 중국 푸단대 중어학과를 졸업한 최성환 사업총괄은 그해 바로 해병대 1031기로 입대했다. 2015년에는 모바일 콜택시 앱 ‘백기사’를 만들어 ‘카카오택시’보다 하루 먼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1년 만에 사업을 종료한 바 있다. 비록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창업에 관심 많은 최 사업총괄은 인수합병과 신사업 발굴에 깊이 관여 중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 상무는 최근 아버지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1986년생인 신 상무는 한일 혼혈인 점부터 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을 밟고 국제결혼 하는 등 여러모로 신동빈 회장과 닮았다. 일본 게이오대학 졸업 후 2008년 노무라증권, 2020년 일본 롯데·롯데홀딩스 근무를 거쳐 36세인 올해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에 미등기임원으로 합류했다. 신 상무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한국어는 서툴지만, 노무라증권 근무 시절 동남아 유통 및 건설·화학 업무를 담당해 롯데의 숙원 사업인 동남아 프로젝트에 그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너가3세 #한화 #현대 #여성동아



여성동아 2022년 10월 7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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