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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interview

“기득권 정치에 도취된 민주당, 성인지 감수성 증명할 때”

포괄적 차별금지법 대표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

글 이현준 기자

입력 2020.09.10 17:21:21

이번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번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

명문대 자퇴생, 영화감독, 작가, 장애인권운동가, 페미니스트, 그리고 국회의원. 장혜영(33) 정의당 의원(원내수석부대표)의 경력들이다.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도전’. 그는 연세대 4학년이던 2011년 “졸업장에 얽매이지 않고 더 자유롭고 한계없는 자신을 찾아가겠다”고 선언하고 학교를 중퇴했다. 이어 17년간 시설에 맡겨져 사회에서 격리되다시피 살아온 중증발달장애인 동생을 ‘탈시설’시키며 장애인권운동가로 이름을 알렸고 2018년에는 동생과의 자립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지난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모두를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길을 가보려 한다”며 정의당에 입당, 21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장 의원은 6월 29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차별금지법)’ 대표 발의로 또 한 번의 도전장을 던졌다. 차별금지법이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장애·병력·나이·성적지향성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다. 2007년부터 7차례 발의됐으나 한 번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역시 반대가 거세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약 2주 만에 요건인 10만 명을 채웠다. 여성동아는 이와 관련해 서정숙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을 인터뷰한 바 있다(관련 기사 ‘여성 역차별 가져올 수 있는 차별금지법 반대’). 다시금 만만치 않은 도전에 임하게 된 장혜영 의원을 만났다.
 
-차별금지법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네 맞아요. 이번엔 정말 다릅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거든요.
 
-차별금지법이 7번이나 발의됐음에도 국회를 통과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이번엔 다르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직된 소수의 강력한 반대와 오해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치권이 이것을 돌파하지 못한 것이고요. 이번엔 다르다고 느끼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정말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일을 많이 겪고 있잖아요. 불평등은 심화되고 기후 위기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더해진 상황이죠. 때문에 사람들이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 차별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 법제화에 대한 동의 여론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고요.
 
-‘조직된 소수’라고 하기엔, 차별금지법 반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반면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에 관한 청원’에는 2만 5천 명 정도가 참여했습니다. 의원님의 말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수치 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입법 발의를 위해 사람을 모으는 것이잖아요. 반대 청원은 차별금지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집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반면 촉구 청원은, 이미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럴 이유가 없었고요.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지 않았던 상황이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 내용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성적지향’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이 내용을 꼭 포함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걸 빼는 것은 마치 나치가 ‘유대인 빼고 다 평등하다’고 하는 거랑 똑같아요. 바꿔 말하면 이런 이유론 차별해도 괜찮다는 것이니까요. 성적지향을 빼는 순간 차별금지법이 아닌 차별조장법이 되고 맙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법안이 시행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폐해를 들어 법안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에 대한 역차별을 큰 문제로 들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가짜 뉴스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럼 팩트체크를 좀 해볼까요. 이 법이 시행되면 여대는 폐지되나요. 

가짜 뉴스입니다. 우선 차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3가지 조건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차별금지 사유로 인한 차별일 것. 두 번째는 이런 차별 중에서 4가지 주요 삶의 영역에 해당할 것. 마지막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일 것. 폐해라고 주장하는 것들은 대개 합리적인 일이 아니에요. 여대가 왜 생겼는지 생각해 봐야죠. 교육의 동등한 권리가 보장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여대는 이에 대한 반성으로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생겼고요. 합리적인 차별이에요.
 
-법안 제2조 1호를 보면 성별에 ‘분류할 수 없는 성’이 포함돼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남성 ·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위한 화장실, 탈의실, 목욕탕 등을 따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를 필요한 것으로 볼 지는 인권위가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논의를 시작하게끔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법안이죠. 이것이 법안의 취지이기도 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성중립 화장실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법안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사회의 사유를 확장하는 역할을 해줄 겁니다. 사회의 많은 논의가 인권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테고요.
 
-개인의 감정과 호불호를 제도화하는 것은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감정‧호불호는 내면에 간직하고 있을 때만 자신의 것이죠. 세상에 흩뿌려서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요.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영역을 타인의 영역으로 확장해놓고 인정해달라고 하는 역차별이죠.
 
-사회 전체의 젠더 감수성이 높아지면 반대의 목소리가 줄어들까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성인지 감수성을 비롯한 젠더 감수성이 높아질 것이라 보시는지요. 

물론입니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중요한 차별 중에 성희롱이 있어요. 성희롱은 이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성차별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거든요. 법이 통과되면 적어도 사람들은 행동하기 전에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될 거예요. 합리적인 차별인지 아닌지 고민하게 될 거고요. 그렇게 되면 차별에 대해 갖는 감수성과 성인지 감수성도 함께 성장하겠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지난 9월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범죄 의혹을 의식해 “저희 당 소속 공직자의 잘못에 대해 피해자와 국민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인 뒤 “그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내부 감찰과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겠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조속히 보강하겠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40여 분간 연설하는 동안 11번이나 박수를 쳤으나 이 대목에서는 박수를 아꼈다. 장혜영 의원은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협력함으로써 성 인지 감수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정의당 단독으론 차별금지법 제정이 불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선 민주당에서 협조를 해야 하는데, 안희정 전 충남지사부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거쳐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일련의 성추문에 대해 민주당이 보인 모습을 보면 의문이 듭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대선 때는 차별금지법을 공약으로 넣었다가 2017년 대선 때는 뺐고,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차별금지법을 가장 먼저 발의한 곳은 민주당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국가인권위원회가 참여정부에서 첫 발의한 법이거든요. 이낙연 신임 민주당 대표도 과거 차별금지법 공동 발의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럼에도 얼마 전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예방했을 때 차별금지법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서 실망스러웠어요. 민주당이 기득권 정치에 도취해 민주당이 왜 민주당인지 잊었다고 생각해요. 민주당 의원들은 차별금지법을 지지해서 성인지 감수성이 낮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 국회 통과를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가요. 

관련 상임위원회 의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몇 분을 제외하고는 이 법을 나쁘게 생각하시는 분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눈치를 보고 계실 뿐이죠. 대국민 캠페인도 진행할 생각입니다. 코로나19와 차별의 관계를 더 명확하게 규명하는 활동을 할 겁니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고,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는 사실을 알릴 거예요. 코로나19를 통해서 이전에 한 번도 차별받지 않았던 사람들이 차별을 느끼고 있어요. 개신교인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죠. 차별금지법을 가장 반대했던 사람들이 차별금지법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집단이 된 거예요. 누구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차별금지법은 모두가 부당하게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법안임을 열심히 알릴 겁니다.

사진 조영철 기자





여성동아 2020년 10월 6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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