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YLE

트렌드의 중심에 선 ‘구멍 난’ 패션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6. 03. 31

올 시즌 런웨이를 찢은 건 다름 아닌 구멍 난 옷이다. 크고 작은 구멍들이 모여 새로운 패턴과 질감을 만들며 이목을 끌고 있다.

성글게 짠 니트의 매력

이번 시즌 니트는 촘촘함 대신 ‘여백’을 택했다. 일부러 간격을 벌려 느슨하게 짜낸 니트 조직은 공기를 머금은 듯 가볍고 부드러운 인상을 만든다. 이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컬렉션은 샤넬이다. 구멍 뚫린 옐로 베이지 컬러 니트 톱과 스커트 셋업에 큼직한 플라워 아플리케를 더해 소재의 입체적인 질감을 한층 강조했다. 이러한 성긴 짜임의 매력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이어졌다. 덴마크 코펜하겐 기반의 커먼스웨덴은 살결이 은근히 비치는 블랙 니트 드레스로 절제된 관능미를 드러냈고, 트리시 웨스코트 파운드 디자이너가 이끄는 브랜드 TWP는 프레피 감성의 폴로 니트와 스커트 셋업에 통기성 높은 오픈 조직을 적용해 여유로운 실루엣을 완성했다. 하이크 역시 정교한 타공 디테일의 니트 스웨터를 슈트 팬츠와 매치하며 이 흐름에 자연스럽게 힘을 보탰다. 실과 실 사이에 남겨둔 작은 여백, 그 계산된 느슨함이 이번 시즌 니트 트렌드의 핵심이다.

 닳고 닳아서, 그런지

완벽하게 정돈된 옷만이 런웨이를 지배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번 시즌 컬렉션 곳곳에서는 오래 입어 닳은 듯한 구멍 디테일이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일부러 뜯어낸 듯한 절개 라인부터 올이 풀린 가장자리, 불규칙하게 해진 니트 조직까지. 1990년대에서 영감을 받은 그런지 무드가 위트 있게 변주되며 트렌드의 귀환을 알렸다. 먼저 그런지 패션을 대표하는 치카키사다는 티셔츠 밑단을 무심하게 풀어낸 듯한 디스트로이드 드레스에 데님 팬츠를 덧입어 특유의 자유로운 애티튜드를 배가했다. 요지야마모토 역시 팔꿈치와 허리 부분을 과감히 잘라내고 올로 이어 붙인 듯한 드레스로 해체주의 정신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라고스 기반의 NKWO는 스퀘어 커팅에 올 풀림과 프린지 장식을 더한 판초 스타일의 톱과 스커트로 전통공예 질감에 그런지 감각을 더했다.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필링스 역시 손으로 잡아 뜯은 듯한 빈티지 저지 원피스로 투박하고 거친 방식의 미학을 제안했다.

둥글게 둥글게 

날카로운 절개 라인 대신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된 컷아웃 디테일도 눈에 띈다. 마치 원을 그리듯 둥글게 오려낸 형태는 단순한 노출을 넘어 관능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장식 효과를 남긴다. 반복되는 원형 컷아웃 디자인은 패턴의 일부로 기능하며 리드미컬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대표적으로 스키아파렐리는 폴카 도트를 연상시키는 오픈워크 컷아웃 장식의 피스들을 선보이며 시선을 끌었고, 세인트마틴 출신 디자이너 위에치 치는 비즈 장식으로 연결한 둥근 절개 라인의 드레스로 한층 극적인 변주를 시도했다. 이어 멕시코 기반의 브랜드 알렉시아울리바리는 오프닝 룩으로 물방울 패턴을 변형한 컷아웃 드레스를 선보이며 새로운 질감과 패턴을 만들어냈다. 반면 페티코는 가슴 아래를 크게 파낸 부채꼴 형태의 절개 위에 레이스를 덧댄 맥시 드레스로 절제된 분위기를 드러냈다. 모델이 움직일 때마다 숨을 쉬듯 벌어지는 둥근 컷아웃 장식은 자칫 고루해 보일 수 있는 옷차림에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숨통을 틔운다.

살랑살랑 아일릿

가볍고 시원한 아일릿 소재가 S/S 시즌 컬렉션 무대를 장식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옷 전면을 수놓은 섬세한 타공 장식은 단정한 옷차림에 로맨틱한 기운을 가득 불어넣는다. 일례로 덴마크 코펜하겐 기반의 브랜드 스칼스튜디오는 둥근 펀칭 패턴의 피스들을 선보이며 로맨티시즘의 정수를 보여줬다. 같은 아일릿 소재의 헤어 스카프를 세트처럼 연출해 더욱 성숙한 무드를 완성한 점도 인상적이다. 한편 나이지리아 라고스 패션을 대표하는 에미카스빗은 미세한 펀칭 디테일의 화이트 셔츠에 페더 스커트를 매치해 경쾌한 움직임을 가미했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지향하는 레이브리뷰는 테일러드 재킷 소매를 과감히 잘라내고 스커트 앞면에 아일릿 앞치마를 덧댄 듯한 디자인을 적용해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 더가먼트 역시 플라워 모티프의 아일릿 자수와 아플리케를 가득 채운 레이스 슈트 셋업으로 우아한 분위기를 강조하며 트렌드를 공고히 했다.

#구멍패션 #샤넬 #여성동아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더가먼트 스키아파렐리 알렉시아울리바리 에미카스빗 위에치치 커먼스웨덴 필링스 하이크 NKWO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