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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sexology

치료해야 할 질병, 치료 가능한 질병 성욕저하

박혜성 원장

입력 2020.01.05 10:00:01



남녀를 불문하고 갱년기가 되면 성욕이 저하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로 인해 심각한 부부 문제가 생겨 산부인과를 찾아오는 경우가 꽤 많다. 산부인과라고 해서 여성들만 찾아오는 건 아니다. 얼마 전엔 60대 남성이 찾아와 성욕저하와 우울증을 호소했다. 정신과 상담도 받아봤지만 효과가 없어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자살까지 생각한다는 그에게 하버드대학에서 사용하는 프로토롤인 남성호르몬, 비아그라, 성장호르몬 3종 세트를 처방해주었더니 한 달 후 다시 찾아와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더 처방해달라고 했다. 

성욕저하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흔한 문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12년에 우선순위가 높은 20가지 질병 영역의 하나로 여성의 성기능 장애를 포함했다. 더 나아가 2016년부터는 여성 성기능 장애에 대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성기능 장애를 앓는 여성의 40%가 성욕저하를 호소한다. 

인간의 최대 성감대는 뇌다. 뇌가 흥분해야 성욕이 생기고, 성적 행동을 만드는 성적 보상과 즐거움 때문에 또 다른 성욕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모두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및 호르몬(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뇌를 알아야 성욕을 정복할 수 있다. 

성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은 자연적인 노화나 폐경, 갱년기, 난소 제거, 출산, 피임약이나 항우울증제, 항안드로겐제 복용으로 인한 프로락틴 증가, 갑상샘 항진증이나 저하증, 당뇨나 비만, 대사증후군, 기타 수술이나 약물, 알코올 등 다양하다. 파트너와의 성적 불만이나 관계로 인한 문제, 스트레스나 피로도 원인이 된다. 각각의 질환에 대해서는 원인 제거를 하거나 약물을 교체하면 자연적으로 성욕이 회복될 수 있다. 



성욕에서 가장 중요한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이다. 이 호르몬 수치가 낮으면 보충해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50mg/d)으로 4개월 동안 치료하면 성적 관심 및 만족도가 증가하고 우울증과 불안이 감소한다. 내분비학회의 최근 지침은 뇌하수체 손상, 부신 기능 부전, 외과적 폐경기, 글루코코르티코이드 투여, 또는 낮은 안드로겐 수준과 관련된 상태에서 권장한다. 

항정신성약을 복용하면 성욕이 저하된다. 프로락틴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도파민이 감소해 성욕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항정신성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되도록 성기능 장애와 관련이 적은 약을 선택하는 게 좋다. 우울증 또는 항우울제로 인해 성욕이 낮은 경우 부프로피온을 복용하면 도파민 및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수용체의 억제를 통해 성기능 장애를 역전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우울증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부프로피온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항우울제로 승인된 부프로피온은 300~400mg/d의 용량에서 성욕 장애가 있는 폐경 전 여성의 성욕이 개선되었다. 

폐경 전 여성의 성욕 장애에 대해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인 플리반세린은 뇌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키고 세로토닌을 감소시킨다. 성욕 장애가 있는 폐경 전 여성에게 플리반세린 100mg을 취침 전 복용시켰더니 성욕이 증가했는데, 2달 이상 매일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났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낮은 수준의 안드로겐은 낮은 성욕과 관련이 있다. 외과적 수술이나 자연적으로 폐경된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 요법 단독, 또는 폐경기 에스트로겐 요법과 병행하면 성적 욕구, 각성, 질 혈류, 오르가슴 빈도 및 성적 만족도를 향상시킨다는 것을 일관되게 입증하고 있다. 

최근 내분비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욕 장애로 고통 받는 폐경기 여성에게 3~6개월의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제안한다. 그런데 여성을 위한 테스토스테론 제제는 전 세계적으로 이용 가능하지 않다. 남성용으로 처방된 테스토스테론 제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여드름, 다모증, 음성 심화, 음핵 비대 및 안드로겐 탈모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6개월마다 테스토스테론 검사를 권장한다.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인 티볼론을 주성분으로 한 리비알이나 리브론은 에스트로겐 효과는 약하고 안드로겐 효과가 있다. 티볼론은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을 낮추어 내인성 유리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켜 성욕 장애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있고 질 위축을 개선한다. 

하지만 성욕저하가 어떤 다른 원인, 즉 신체 이미지나 어릴 때 자라면서 받은 성적 상처 혹은 애착 문제, 죄책감이나 질병의 심리적 영향, 유방암으로 인한 유방 절제 후 자존감 상실,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 전희 부족이나 스트레스, 종교적 금기나 섹스가 더럽고 즐기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의한 경우라면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1970년대 성의학자 마스터스와 존슨(Masters and Johnson) 부부는 커플이 협력해 심리적, 행동적 성적 장애를 극복하는 치료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들은 고도로 구조화된 2주 치료 모델을 제시했는데, 실험 결과 여성의 성기능 장애에 대해 72~98%의 성공률과 5년 후 5%의 낮은 재발률을 보였다. 

이들의 성 치료 핵심은 불안을 줄이고 성적인 터치를 피하며 파트너 간에 성적 의사소통을 증가시킴으로써 점차적으로 친밀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친밀한 관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은 성적 욕망이 낮고 동반자 관계가 약한 여성에게는 중요한 첫 단계 치료이기 때문이다. 성기로부터 먼 곳, 예를 들면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으로부터 터치를 시작해 점차 성기 가까이로 접근하여 궁극적으로 성관계로 발전시킨다. 

1980년대에 이르러 성 전문가들은 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성욕이 낮은 여성의 성적 행동을 파악해서 다른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이다. 어떤 육체적인 자극과 에로틱한 정도가 성욕이 낮은 여성의 성적 욕망, 성적 흥분에 적합한지를 여성 본인과 상대방이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남녀 관계에서 성관계를 빼면 굳이 만날 이유가 없다. 차라리 발 닦고 자거나, 경제적으로 혹은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만나는 게 더 낫다. 그런데도 왜 남녀는 만나려 하는 것일까. 그것은 육체적으로 교감이 되면 마음에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에너지도 그것을 대신하지 못한다. 내게 성욕이 사라졌다면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성욕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를 권한다. 

참고로, 성욕 장애가 있을 때 산부인과에서 가장 많이 쓰는 제제는 테스토스테론 제제나 리비알과 같은 여성호르몬제, 부프로피온,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 비아그라 등이 있다. 여기에 초콜릿(뇌의 비아그라로 불리는 키스펩틴이 들어 있다)과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성학자’ 박혜성 원장의 여성 건강과 성
치료해야 할 질병, 치료 가능한 질병 성욕저하


경기도 동두천시 해성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사)행복한 성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유튜브 ‘산부인과tv’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등이 있다.




기획 최호열 기자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20년 1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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