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포스터.
2016년 개봉한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프리퀄(prequel·시간상 앞선 내용을 담고 있는 속편)이자 스핀오프(spin-off·인기 작품에서 파생한 새 작품) 격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시대적 배경인 1990년대로부터 약 70년을 거슬러 올라간 1926년, 해리 포터의 가문과는 무관한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가 주인공이다. 주요 도시 무대도 옮겼다. 영국이 아닌 미국 뉴욕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아 세계관을 한층 더 확장시켰다. 물론 이 모든 건 세계관을 직조해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한 사람, J. K. 롤링이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억이 가물가물 1·2편 훑어보기
새 시리즈를 이끌어갈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는 과거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신비한 동물사전’을 집필한 작가로 이름만 등장했다. 그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신비한 동물들’ 역시 공동 주연을 맡게 됐다. 1편에 해당하는 ‘신비한 동물사전’은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신비한 동물들을 구조해 자신의 가방 안에 넣고 다니던 영국인 마법사 뉴트가 미국으로 오면서 시작한다. 우연히 부딪힌 노마지(평범한 인간·‘머글’의 미국식 표현),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와 가방이 바뀌며 동물들이 탈출하게 되는 소동을 그렸다.탈출한 동물을 찾는 두 사람과 별개로 어둠의 힘 ‘옵스큐러스’를 추적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마법의회(MACUSA)의 장관 퍼시발 그레이브스(콜린 패럴)와 소년 크레덴스 베어본(에즈라 밀러)이다. 옵스큐러스가 인간과 마법사 사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자 그레이브스가 이를 추적한다. 사실 그는 이 시리즈의 메인 빌런, 겔러트 그린델왈드(조니 뎁)가 어둠의 힘을 찾기 위해 변장한 인물이었다. 그레이브스는 크레덴스가 옵스큐러스의 숙주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를 회유해 자기편으로 만들려 한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챈 뉴트가 마법으로 그레이브스의 변장을 풀어 정체를 밝혀낸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그린델왈드의 체포로 막을 내린다.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무난한 호평을 들었던 1편과 달리, 후속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작위적이고 헐거운 개연성과 지루한 연출로 혹평을 들어야 했다. 어드벤처에 가까웠던 전편의 톤을 잃고 한껏 무게감이 더해진 연출과 각 인물에 대한 분량 조절 실패가 패착의 원흉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1년 전 체포됐으나 탈출에 성공한 그린델왈드는 자신의 추종자를 모으기 시작한다. 알버스 덤블도어(주드 로)를 죽이고자 다시 크레덴스를 찾아나선다. 이를 눈치챈 덤블도어는 그린델왈드의 야욕을 막기 위해 자신의 애제자 뉴트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그린델왈드를 막는 데 실패한 뉴트는 짝사랑의 상대 레타(조 크라비츠)를 잃고, 퀴니와(앨리슨 수돌) 크레덴스는 거짓 속삭임에 넘어가 그린델왈드의 편에 서게 된다.
핵심은 영화의 엔딩. 그린델왈드가 쫓던 크레덴스의 진짜 이름이 아우렐리우스 덤블도어로 밝혀지면서 출생의 비밀이 드러난다. 영화는 그의 정체에 대한 답을 3편으로 미룬 채 갑작스레 끝을 맺는다.
본격적인 대결 구도의 시작
세 번째 이야기,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1930년대가 배경이다. 추종자들로 세력을 키우던 그린델왈드(매즈 미켈슨)는 수배 중 사면을 받고 그 정당성을 무기 삼아 마법사와 머글 세계를 지배하려 든다. 과거 피의 맹세를 맺어 그린델왈드와 대립할 수 없는 알버스 덤블도어는 뉴트에게 그린델왈드와 맞설 군대를 꾸리게 한다. 뉴트는 세상을 구할 교란 작전을 준비한다. 이처럼 선과 악의 대립이 분명해지면서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에서 그간 모호했던 갈등의 윤곽이 잡혔다.주목할 점은 ‘덤블도어의 비밀’이라는 부제다. 여기서 덤블도어는 알버스 덤블도어와 덤블도어 가문 모두를 담은 중의적인 의미다. 비밀은 대개 알리고 싶지 않은 실수나 사실을 숨길 때 발생한다. 영화에는 두 힘의 대립과 동시에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덤블도어 가문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한때 연인 관계로 밝혀진 알버스 덤블도어와 겔러트 그린델왈드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전편에서 밝혀진 크레덴스, 즉 아우렐리우스 덤블도어는 어떤 출생의 비밀을 지니고 있는 걸까. 여기에 새롭게 합류한 알버스의 동생 애버포스 덤블도어(리처드 코일)까지, 베일에 가려진 덤불도어 가문의 비밀이 제각기 펼쳐진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에서 눈여겨볼 4가지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에서 그린델왈드 역을 맡은 매즈 미켈슨.
3편에서는 덤블도어와의 애증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무자비하고 잔혹한 성미를 드러내야 하는 그린델왈드 역에 새로운 배우, 매즈 미켈슨이 낙점됐다. 기존 배역을 맡았던 조니 뎁이 자신을 ‘가정폭력을 휘두른 아내 폭행범’이라고 지칭한 영국 일간지 ‘더선’과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워너브라더스의 요구에 따라 하차했기 때문이다.
매즈 미켈슨은 2012년 영화 ‘더 헌트’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덴마크 대표 배우다. 드라마 ‘한니발’ 시리즈, 영화 ‘007 카지노 로얄’ ‘닥터 스트레인지’ 등 다수 작품을 통해 매혹적 빌런의 존재감을 보여준 바 있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은 “그는 비범한 배우이고 이번 영화에서도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배우의 교체는 영화 내에서 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린델왈드는 본디 변신 마법에 능한 마법사로, 전작들에서 ‘퍼시발 그레이브스’(1편)와 ‘애버나티’(2편)로 분해 교란을 일으킨 전적이 있다. 체포되지 않기 위해 새롭게 모습을 바꾼다는 디테일이 오히려 개연성을 더한 셈이다. 매즈 미켈슨은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섹시한 미중년의 모습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알버스 덤블도어 역을 맡은 주드 로와의 연기 호흡도 한층 더 매끄럽게 다가와 두 인물의 서사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가 각각 꾸린 군대가 등장해 대결을 펼친다.
본격적으로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전쟁에 서막이 오른 만큼 두 사람의 군대를 구성하는 조연들도 한층 더 풍성해졌다. 덤블도어의 군대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인물은 제이콥과 랠리(제시카 윌리엄스). 덤블도어에게 마법 지팡이를 선물 받은 머글, 제이콥이 실제 마법을 쓰는 장면이 예고된 데다 제이콥과의 동맹을 즐거워하는 랠리가 덤블도어의 친구이자 뛰어난 마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시리즈의 전개를 책임질 주요한 인물로 예상되는 만큼, 두 사람의 여정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해봐도 좋다. 다만, 전작을 이끌었던 티나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린델왈드의 추종자 중에는 퀴니와 크레덴스를 주목할 만하다. 전편에서 뉴트와 언니 티나를 배반하고 그린델왈드를 따르게 된 퀴니는 강력한 레질리먼시(정신을 침투하는 마법 기술)를 구현하는 마녀로, 그린델왈드의 추종자를 가려내는 데 기여한다. 아우렐리우스 덤블도어로 밝혀진 크레덴스가 자신의 정체성과 덤블도어를 향한 분노 사이에 고뇌하며 흔들리는 지점은 눈여겨봐야 할 관람 포인트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을 빛내는 니플러 ‘테디’(위)와 맨티코어.
세계관의 주요한 구성원, 신비한 동물들이 이번 영화에서도 대거 등장한다. 전 시리즈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말썽꾸러기 니플러 ‘테디’는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뉴트를 늘 따라다니는 보우트러클 ‘피켓’은 타고난 지성과 용기, 충성심으로 가득 찬 훌륭한 조력자로서 활약을 예고한다. 이외에도 알버스 덤블도어의 ‘폭스’처럼 덤블도어 가문 사람들이 위험에 빠졌을 때 나타나 그들을 수호하는 불사조가 ‘해리 포터’ 시리즈에 이어 반갑게 재등장한다.
그 밖에 첫선을 보이는 동물들도 있다. 먼저 전설 속의 동물을 닮은 ‘와이번’이다. 복어처럼 부풀어 오르는 몸체와 긴 꼬리, 짧고 뭉툭한 날개가 특징이다, 꼬리를 자유자재로 늘려 물건을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오프닝 시퀀스에 짧게 모습을 보이지만 짙은 인상을 남긴다. 동양의 전설 속에 존재하는 성스러운 동물 ‘기린’도 있다. 마법 세계에서 존중받는 마법 동물로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그 심연을 간파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기린은 마음의 순수함을 간별해 마법사 연맹의 새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비밀 감옥을 지키는 무자비한 간수 ‘맨티코어’도 등장한다. 바닷가재와 게를 섞어놓은 듯한 비주얼의 새끼 맨티코어들이 뉴트 & 테세우스 형제와 코믹한 케미스트리를 뽐낸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향수를 자극하는 호그스미드 마을과 호그와트.
마지막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 영화를 놓쳐선 안 되는 이유. ‘해리 포터’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다시 등장해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덤블도어를 중심으로 군대가 형성되는 만큼 전편에 이어 호그와트 마법 학교가 주된 배경 중 하나다. 그레이트 홀과 필요의 방을 비롯한 호그와트 속 여러 공간이 디지털로 복원됐다. 호그와트 대표 스포츠 경기인 퀴디치 장면도 등장한다. 마법사 마을 호그스미드와 덤블도어의 동생 애버포스가 운영하는 호그스 헤드 술집도 익숙한 모습으로 등장해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골든 스니치를 쫓는 호그와트 최고의 경기 퀴디치와 후반부에 깜짝 등장하는 블러저도 찾아보길 바란다.
#해리포터 #덤블도어 #여성동아
사진제공 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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