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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액션 신 절반은 직접 소화, 멜로 연기 그리워요”

‘조각도시’ 지창욱

전혜빈 기자

2026. 01. 06

쉼 없이 달려온 배우 지창욱이 ‘조각도시’로 또 한 번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다.
강렬한 액션 뒤에서 그는 조금 더 담백한 얼굴을 꺼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지창욱은 쉼 없이 달리는 배우다. 2008년 독립영화 ‘슬리핑 뷰티’로 데뷔한 이후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매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아침드라마와 일일극, 영화와 뮤지컬까지, 빼곡한 필모그래피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액션물이다. 최근 디즈니+ 시리즈 ‘최악의 악’과 ‘강남 비-사이드’에 이어 이번 작품 ‘조각도시’까지, 지창욱은 다양한 액션물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여왔다. 

‘조각도시’는 드라마 ‘모범택시’ 시리즈, 영화 ‘범죄도시4’ 등 통쾌한 복수극으로 사랑받은 오상호 작가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평범한 삶을 살던 박태중이 갑자기 흉악한 범죄의 범인으로 몰려 감옥에 가고, 모든 것은 안요한(도경수)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를 향한 복수를 실행하는 액션드라마다. 지창욱은 ‘조각도시’에서 동생을 돌보며 정원 카페 창업을 꿈꾸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배달원 박태중으로 분했다. 이 작품은 카레이싱을 비롯한 만화적인 액션 연출 위에 지창욱의 풍부한 감정연기가 더해져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오 작가는 “지창욱이 울면 안쓰럽게 보였고 화내면 무섭고, 액션을 하면 듬직하다”며 “‘지창욱이 곧 장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창욱은 “모든 액션 장면이 힘들었지만 분장, 연출, 편집 덕분에 극적인 장면이 완성됐다”며 “이젠 액션이 아닌 귀여운 모습으로 찾아뵐 예정”이라고 말했다.

“액션 신, 다 스태프 덕분이죠”

‘조각도시’ 초반부, 몰입도 높은 감정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극의 초반부가 가장 큰 숙제였어요. 태중은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한 국민을 대변하는 인물이에요. 그런 사람이 막대한 힘을 가진 악인인 요한의 ‘조각’으로 인해 나락까지 떨어지죠. 그래서 태중이 얼마나 감정의 밑바닥까지 가는지를 가장 신경 썼습니다. 그래야 시청자분들이 태중에게 이입해서 그의 시선으로 요한을 쫓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태중의 ‘억울함’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셨나요.

태중의 고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에 힘이 실린다고 생각했어요. 억울함이 피폐함으로 변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를 스스로 믿게 될 정도로 정신이 흔들리는 지점까지 감정의 진폭을 크게 가져가려고 했죠. 감독님께도 이런 감정이 더 극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도 했었고요. 분장, 연출, 편집 덕분에 태중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주연을 맡았던 영화 ‘조작된 도시’를 시리즈화한 작품인데, 어떻게 두 작품 모두 출연하게 됐나요.

10년 전 ‘조작된 도시’를 찍고 나서, 해당 작품이 시리즈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몇 년 전부터 들었어요. 언젠가 만들어진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죠. 제안이 먼저 와서 운이 좋게도 ‘조각도시’에 출연할 수 있었습니다.

두 작품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조각도시’는 분량이 길어진 만큼 인물과 서사가 훨씬 다채로워졌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출발점이 다릅니다. ‘조작된 도시’의 권유는 운동선수를 은퇴한 뒤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다소 한량 같은 인물로, 친구들과 함께 복수를 해나가죠. 반면 ‘조각도시’의 태중은 성실하게 일하며 미래를 꿈꾸던 평범한 시민이 각성해 복수를 완성해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각도시’에서 만화적인 연출이 돋보였어요.

감독님과 톤 앤드 매너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예를 들어 교도소에서 죄수들이 담배를 피우는 설정은 현실적이진 않잖아요. 오토바이를 타고 터널 벽을 질주하는 액션 신 등 만화적인 요소도 많고요. 그런 장면을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면 인물 설정과 연기 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액션 신이 많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으셨나요.

감정부터 액션까지 정말 힘든 작품이었어요. 함께하는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 덕분에 버틸 수 있었죠. 액션의 비중은 스턴트 배우와 제가 50 대 50으로 나눠서 소화했어요. 액션을 만들고 위험한 장면을 대신하는 액션 팀에 많이 의지했습니다. 터널 탈출 장면은 전부 CG였는데, 기술의 힘을 빌린 작업도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공을 다 남에게 돌리는 것 아닌가요.

물론 저도 잘했죠(웃음). 감독님과 끊임없이 상의하면서 더 좋은 장면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다만 제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연기는 결국 저라는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그 한계를 넘어 달리 보이게 만드는 힘이 연출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품 들어가기 전 제작진과 회의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안요한 역할을 맡은 도경수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요한과 태중이 물리적으로 만나는 장면이 적어서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그런데 완성본을 보니 두 인물 사이의 긴장이 끝까지 잘 유지되더라고요. 도경수 배우 얼굴에는 순수함과 광기가 동시에 있어요. 그래서 색다른 캐릭터가 탄생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요. 요한은 시청자들에게 기대감과 궁금증을 안겨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도경수 배우가 그 지점을 연기로 잘 보여준 것 같아요.

태중을 믿어주는 노은비(조윤수)와 노용식(김종수)과의 케미도 돋보였어요.

그 점이 요한과 태중의 대비되는 설정인데요. 작가님께서 태중은 “나무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따뜻하고, 사람을 품고 살릴 수 있는 존재요. 누명을 쓰고 극한에 몰리면서도 태중에게는 믿어주는 사람이 생기죠. 태중이 사람들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반면, 요한은 주변 사람들이 점점 떠나가요. 요한을 감싸고 있는 물건들도 차가운 성질의 것이에요. 요한을 둘러싼 조각, 칼, 모니터 같은 차가운 오브제들과의 대비도 흥미로웠습니다.

“귀여운 지창욱도 기대해주세요”

액션 작품을 계속해서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액션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즐겨 보지도 않아요.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신인 때부터 액션을 해오면서 훈련도 많이 했고,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죠. 아무래도 그러다 보니 액션물 제안이 저한테는 유독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저는 액션 연기를 몸으로 하는 감정연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최악의 악’ ‘강남 비-사이드’에 이어서 또 강렬한 캐릭터를 선택하셨어요.

‘최악의 악’을 선택할 때는 누아르 장르를 통해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강남 비-사이드’의 경우에는 악역과 선한 역 사이에 있는 윤길호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 선택했고요. 그리고 ‘조작된 도시’의 연속으로 ‘조각도시’라는 작품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는데, 공교롭게도 캐릭터가 모두 강렬하네요. 요즘은 ‘액션은 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멜로를 기대하는 팬들도 많은데요.

액션은 체력이 허락할 때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사실 휴머니즘이나 멜로 장르를 더 선호해요. 특히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 중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이나 ‘웰컴 투 삼달리’ 같은 따뜻한 멜로를 좋아합니다. 저는 스스로 진하게 생긴 얼굴 중에 가장 담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민호 배우를 만나면 서로 “내가 더 귀엽다”고 말하면서 다투곤 합니다(웃음). 앞으로는 이런 담백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많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6년 공개 예정인 디즈니+ 시리즈 ‘메리 베리 러브’에서는 귀여운 모습을 찾아볼 수 있나요.

굉장히 귀여울 겁니다. 하하. 한일 합작 프로젝트라 기대감이 커요. 일본 배우들과 한국 배우들은 성향도 다르고, 또 일본과 한국의 제작 환경도 다르잖아요. 저는 이런 새로움에서 즐거움을 얻는 편이에요. 얼마 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예능을 찍었고, 필리핀 예능 프로그램도 촬영을 마쳤습니다. 

인도네시아 예능과 필리핀 예능에서는 어떤 점이 재미있었나요.

인도네시아 예능은 한국 핸드폰을 들고 인도네시아 지역을 여행하면서 그곳 배우, 가수들과 소통하는 방송이었어요. 필리핀 예능은 필리핀 배우들이 한국에 와서 필리핀 음식점을 차리는데, 제가 식당의 한국인 직원으로 일을 했어요. 살면서 처음 해보는 경험에 정말 신기했고 즐거웠습니다. 배우로서 오래 활동하기 위해 넓은 영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창욱은 ‘조각도시’에서 억울하게 삶을 조각당한 후, 안요한(도경수)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박태중 역할을 맡았다.

지창욱은 ‘조각도시’에서 억울하게 삶을 조각당한 후, 안요한(도경수)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박태중 역할을 맡았다.

“새로운 모습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요.

바이크를 좋아해서 바이크를 타고 횡단하는 다큐멘터리와 예능 사이의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다만 촬영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현실적으로는 조금 어려움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데뷔 후 18년의 시간을 돌아본다면요.

살면서 포기한 것들이 포기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많은데요. 포기하지 않은 단 하나가 있다면 연기인 것 같아요. 그 점이 스스로 대견합니다. 저도 40년 넘게 연기를 해오신 선배님들처럼 끈기 있고 성실한 배우로 나이 들어가고 싶어요.

2026년에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영화 ‘군체’, 디즈니+ 시리즈 ‘메리 베리 러브’ 공개를 앞뒀고, 또 전지현 배우와 드라마 ‘인간X구미호’ 촬영이 예정돼 있어요. 이렇게 다작하면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나요.

힘들기보다는 재미있어요. 저한테는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즐거운 작업이에요. 그래서 조연부터 특별 출연까지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다 시도해보는 편입니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소중한 자산이 되더라고요. 만약 너무 힘들거나 더 이상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모습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일을 줄이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선 2026년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드라마 ‘스캔들’은 촬영하면서 저 자신을 많이 몰아붙였던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기대가 큽니다. ‘군체’는 연상호 감독님 작품으로, 제가 처음 도전하는 좀비물인 만큼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고요. ‘군체’에 이어 JTBC 드라마 ‘인간X구미호’에서는 전지현 선배님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전지현 선배님이 연기하실 구미호 캐릭터가 무척 기대되고, 함께 연기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오랜만에 도전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판타지 요소가 더해진 작품이라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창욱 #조각도시 #멜로 #여성동아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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