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education

대치동 ‘로미오 샘’의 올 수능 예측‧정시 키포인트

문영훈 기자

2022. 11. 02

11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면, 1점으로 당락이 갈리는 눈치 싸움의 계절이 시작된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가장 핫한 학원 ‘시대인재’에서 ‘로미오 샘’으로 통하는 강동우 부센터장을 만나, 올해 수능 난이도와 정시 모집에 참고할 점을 물었다. 강 부센터장은 내년과 그 이듬해 수능을 치를 예비 수험생을 위한 조언도 놓치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학원이 생기고 사라지는 대한민국 사교육 전쟁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 거리를 점령한 학원이 있다. 2014년 문을 연 ‘시대인재’는 고유 콘텐츠 ‘서바이벌 모의고사’가 입소문을 타며 6년 만에 연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했다. 2017년 문을 연 이 재수종합학원은 ‘시대’로 불리며 ‘강대(강남대성학원)’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강동우 시대인재 입시R&D센터 부센터장은 시대인재의 초기 멤버다. 입시 컨설팅 13년 차인 그는 사실 ‘로미오’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그가 2016년부터 운영해 온 네이버 카페 ‘로물콘(로미오&물량공급 입시콘서트)’ 회원 수만 3만 명에 달한다. 그와의 1대1 컨설팅은 15초 만에 마감되고 매년 진행하는 ‘입시콘서트’ 역시 양도 티켓이 거래될 만큼 인기를 모은다. 치열한 티켓팅에 뛰어들 여력이 없는 학부모를 위해 강 부센터장을 대신 만났다. 2023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한 달여 남은 10월 13일, 다짜고짜 수능 출제경향부터 묻자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즉답은 피한다”며 웃었다.

그래도 말해주실 수 있나요.

다수의 국어 강사나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수능 국어 역시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정론입니다. 수학은 문·이과 통합수학의 영향으로 엄청 어렵게 출제하지는 못할 겁니다. 무난한 난이도일 가능성이 높죠. 제일 주의해야 할 과목은 영어죠. 절대평가가 도입된 이후 꾸준히 쉽게 출제돼 왔습니다. 9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 비율이 15.97%(2022학년도 수능 6.25%)가 나와서 수능에서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과학탐구는 최근 생물·지구과학이 어렵게 출제 되면서 표준점수가 높게 형성됐습니다. 과목 간 유불리를 줄이기 위해 평가원은 물리·화학 난도를 높이려 할 겁니다.

강 부센터장은 “수험생이 난이도를 예측해 보는 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과거 사례를 보면 평가원이 예상과 빗나간 난이도로 출제하기도 했습니다. 수능이 어떻게 나오든 시험장에서 이를 바꿀 방법은 없으니까요(웃음). 수험생들은 부족한 부분을 마지막까지 보완하면서 평소 루틴을 잘 유지하면 됩니다. 어렵게 나와도 ‘나만 멘탈 털리는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세요. 평상심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신설 학과, 눈치 싸움 치열할 것”

2023학년도 수능이 치러지는 11월 17일, 수험생은 해방의 날을 맞는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2월 중순 수시합격자가 발표되면 1월 초부터 단 세 곳만 지원할 수 있는 정시 모집이 시작된다. 1점으로 당락이 갈리는 정시 모집은 치열한 전투 현장이나 다름없다.

2023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서울대가 올해부터 정시 모집에 교과 평가를 반영합니다. 쌓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서울대 지원자들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올해 신설되는 학과도 주목해야 합니다. 가령,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스마트모빌리티학부 등이죠. 작년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설된 학과에 학생들이 몰리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정시 커트라인이 낮게 형성되기도 합니다. 변동성이 크다고 봐야죠.

서울대 정시모집에 지원할 학생들은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하나요.

서울대는 2단계 교과 평가에서 내신 성적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정성평가를 합니다. 두 명의 입학사정관이 각각 평가를 해 A,B,C 등급 중 하나를 부여하는 거죠. 서울대가 교과 평가를 점수화하는 방식에 따르면 모집인원이 많은 과일수록 교과 평가의 변별력이 커지게 됩니다. 가령 정시 일반 전형에서 20명을 뽑는 정치외교학과보다 58명을 뽑는 경영학과 지원자의 경우 교과 평가가 더 중요해진다는 거죠. 서울대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이를 고려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앞으로 정시 모집에서 내신을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나요.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만 선택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정시 모집에 내신을 반영하게 되면 학생들이 기피하게 되는데, 이는 곧장 학교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됩니다.

다양한 입시 업체에서 정시 모집에 참고가 되는 배치표를 매해 내놓고 있습니다. 어떤 게 가장 정확한가요.

딱 하나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배치표는 자신이 원하는 학교가 어디쯤 있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해야합니다. 지원할 학과를 결정할 때는 배치표보다 모의 지원과 경쟁률 변화추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사실 학생들이 많이 쓰는 진학사 모의지원의 경우에는 90% 정도의 신뢰도는 담보하고 있다고 봅니다. 정확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아주 틀릴 수는 없다는 거죠. 다만 배치표가 수험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고려해야합니다. 가령 배치표에서 높게 설정된 학교나 학과의 경우 학생들이 기피해 정시 커트라인이 낮아질 수 있어요. 그 반대도 가능하고요.

지난해 입시에서 학부 모집으로 전환된 약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올해도 그럴까요.

지난해 약대 정시 커트라인은 딱 예상 그대로 나왔습니다.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과 연·고대 사이입니다. 서울대는 과탐(과학탐구)Ⅱ 과목을 필수로 치러야 하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올해도 이 정도 선을 유지할 거라고 봅니다. 체크해야 할 점은 지난해 이화여대·숙명여대 약대 등 여대 약대 커트라인이 낮은 편이었다는 겁니다. 지원자 풀이 제한돼 있다 보니 나온 결과라고 보는데 올해는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고 지원하기 때문에 양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올해도 교차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을까요.

작년과 조건이 같기 때문에 올해도 소위 말하는 이과의 문과 침공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과 처지에서는 교차지원 비율이 높은 상경계열 진학이 더 어려워지겠네요.

‘SKY’뿐 아니라 소위 말하는 서성한(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라인까지 상경계열에 들어가기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상경계열뿐 아니라 인문계열이나 역시 상위권 대학의 경우 이과 학생 지원 비율이 높습니다. 문·이과 통합 수능이 치러지기 전보다 문과 학생이 최상위권 대학을 진학하는 게 어려운 일이 된 거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문과 학생들은 이과 과목으로 수능을 치르는 편이 유리한 것 아닌가요.

지금 상황을 놓고 보면 이과 학생은 대학 진학에서 양쪽 모두를 선택할 수 있지만 문과는 그렇지 않죠. 다만 그렇다고 이과를 선택하면 리스크가 뒤따릅니다. 수학·과학탐구 과목의 공부량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적성을 무시하고 괜히 어설프게 이과를 지원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수시 합격 기준? 학교 선배를 활용해라”

11월 수능이 끝나면 이제 고2 학생의 신분이 수험생으로 전환된다. 입시 철 대한민국에서 가장 약속 잡기 어렵다는 입시 컨설턴트를 만났으니 올해 수험생을 위한 질문만 던질 수는 없었다.

모의고사가 내신보다 잘 나오면 ‘정시 올인’ 해도 되나요

수시를 포기하려면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보다 잘 나오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해 봐야 합니다. 최소한 모의고사 등급이 내신보다 한 등급 이상씩 전부 높아야 합니다. 국영수 내신이 ‘333’이면 모의고사가 최소한 다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는 거죠.

또 하나 간과하는 게 있어요. 고1·2 모의고사를 치르는 학생 중에는 재수생이 없다는 겁니다. 고2까지 모의고사에서 수학 백분위가 98이 나왔다고 해도 고3이 되면 98은커녕 1등급 커트라인인 96도 나오지 않는 일이 허다합니다. 모의고사와 비슷한 수준 혹은 조금 낮은 등급을 받았다고 내신을 포기해버리게 되면 고3이 됐을 때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지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고1·2 때는 내신을 챙기는 걸 권해드립니다. 내신 과목이 결국 수능 과목과 겹치기 때문에 분명히 수능 성적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신은 어떻게 잘 받을 수 있나요.

기본적으로 내신은 학교 선생님이 출제하기 때문에 그 스타일을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내신도 기출문제를 마음먹으면 구할 수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공개할 수도 있고, 학원을 통해서 구할 수도 있고요. 또 수업 때 선생님이 말했던 내용과 교과서나 참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선생님께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수업 때 집중하지 않고 참고서만 보고 공부하다가, 점수가 깎이는 경우도 더러 봤습니다.

입시 전략을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정해야 하나요.

보통은 ‘정함’을 당하죠(웃음). 내신을 잘 받지 못하면 정시나 논술을 노려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일반고냐 특목고·자사고냐에 따라 수시 모집 주력 전형이 다릅니다. 일반고 학생들은 수시에서 학생부교과 또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노리게 되고, 특목고는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논술전형에 주로 지원합니다. 고등학교에서 진학할 때 목표하는 대학이나 학과가 구체적인 경우 학교 선배가 어느 정도의 내신 성적으로 그 학교에 입학했는지를 알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같은 1등급이라도 대학은 고등학교에 따라 다른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선례를 알아보고 그에 맞춰 목표를 정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수능 선택과목은 언제 확정하는 게 좋을까요.

적어도 고2 2학기 기말고사 이후에는 확정하는 걸 권해드립니다. 사회탐구나 국어 선택과목의 경우 여름방학 때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고3 6월 모의고사 이후에 바꿀 수 있지만, 공부량이 많은 과학탐구 영역은 고2 겨울방학부터는 바꾸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만큼 신중하게 정해야겠죠.

2024학년도 입시부터 세특이 중요해진다고 합니다.

2024학년도 입시부터 수상실적, 독서활동 등이 심사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에 세특 중요도가 커집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하면 그때그때 배우는 과목을 능동적으로 충실하게 학습해야 합니다. 세특의 기본은 수행평가입니다. 과제를 충실히 하고 발표나 보고서 등의 활동으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어떤 세특이 좋은 세특인가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각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 입시 가이드북이 있습니다. 이를 참고해 어떻게 세특 관리를 할 것인지 방향성을 설정하면 됩니다.

목표는 높게 잡는 게 좋나요.

경험적으로 목표를 높게 잡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학생들 중에 목표가 낮은 경우는 거의 못 봤습니다(웃음). 오히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재수나 삼수를 쉽게 결정하게 됩니다. 장기 목표보다는 현재 성적 상황을 고려해서 단기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게 좋습니다. 가령 ‘이번 중간고사에서 수학에서 2등급을 받겠다’ 이런 식이죠.

대치동에서 수많은 학생을 봐 왔을 텐데,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특징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자기 관리가 뛰어납니다. 물론 대치동에는 상위권 학생 중에서도 심하게 학원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메이저 의대를 진학할 수 있을 만큼의 극소수 최상위권 학생들은 자기 주도성과 계획성이 뛰어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부모님의 압박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나요.

부모님은 학생이 공부를 잘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 줄 수는 있어도 나머지는 학생이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적이 오르기 힘들죠.

“인생이 달라졌다” 피드백에 보람 느껴

입시 컨설턴트로서의 고충이 있나요.

사실 입시 결과에 만족하기란 어렵습니다. 컨설팅의 도움을 받아 합격하더라도 목표 대학에 미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럼에도 도움을 받은 분들 중에 “덕분에 인생이 달라졌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일하는 보람을 느끼죠. 대학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선택이잖아요. 그 선택을 돕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처음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20대 초부터 대학 입시를 스스로 분석하면서 흥미를 가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대학 재학 중에도 지인이나 후배들에게 입시 상담을 해줬고요. 온라인에서도 입시 분석 글을 쓰고 댓글로 상담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쓴 글은 수천 개, 댓글은 수만 개가 넘을 거예요(웃음).

매해 ‘로물콘’ 카페 회원을 대상으로 ‘입시콘서트’라는 이름의 무료 입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기본적으로 소통의 차원입니다. 온라인을 제 마음속 고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컨설팅은 1대1로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하는 데 한계가 있기도 하고요. 서울로부터 멀리 사시는 분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얻을 기회를 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입시콘서트’에 참석하려면 선착순 내에 들어야 하는데, 공개된 플랫폼을 통해 공유할 생각은 없나요.

주변에서는 유튜브를 하라고 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너무 오픈된 정보는 정보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제한된 인원만 정보를 드리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원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왜 이름이 로미오인가요.

처음 닉네임을 정할 때 하필 ‘로미오와 줄리엣’이 제 책상에 있었어요(웃음). 멋있어 보여서 정한 건데 이젠 이 이름으로 너무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바꾸진 못하죠.

#강동우 #로미오 #시대인재 #대치동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