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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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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될 운명! 배우 고아성의 성장사

글 이현준 기자

2020. 10. 28

데뷔작부터 천만 영화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한 우리 시대의 별 고아성. 그가 전작 항거: 유관순 이야기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대중에게 다시 인사를 건넨다. 어느덧 우리 나이로 곧 서른 슬프기보단 기대가 크다는 고아성. 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한국 최초 과학기술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되기 하루 전인 1992년 8월 10일, 서울 용산구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우리 기술로 만든 위성에 감동을 받은 아버지는 우리별 1호에서 아이의 이름을 따왔다. 아(我), 성(星). 배우 ‘고아성’의 이름은 이렇게 탄생했다. 사람은 이름처럼 된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이때부터 ‘스타’의 운명이 정해졌던 건 아닐까. 

1995년 세 살 때 CF를 통해 데뷔, 남다른 ‘떡잎’을 자랑했던 고아성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04년 어린이 드라마 ‘울라불라 블루짱’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2006년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 괴물에 잡혀가는 소녀 박현서 역으로 열연, 영화 데뷔작부터 ‘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같은 해 제27회 청룡영화상에서 역대 최연소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즐거운 인생’(2007), ‘라듸오 데이즈’(2008), ‘설국열차’(2013), ‘우아한 거짓말’(2014), ‘오피스’(2015), ‘더 킹’(2017),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 등 그의 필모그래피는 20대의 것이라 보기 어려울 만큼 화려하다. ‘공부의 신’(2010), ‘풍문으로 들었소’(2015), ‘자체발광 오피스’(2017), ‘라이프 온 마스’(2018) 등 드라마를 통해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증명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일까. 고아성은 지금까지 칸 영화제에 3번이나 초청받았고 특히 ‘설국열차’에선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에드 해리스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래 배우들 가운데 단연 독보적인 커리어다. 

이런 그가 ‘항거: 유관순 이야기’ 이후 1년 8개월 만에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입사 8년 차에 업무 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함께 수강하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고아성은 극 중에서 삼진전자 생산관리 3부 사원 이자영 역을 맡았다. 자영은 고졸 출신 말단 사원이자 오지랖도 넓고 정의감도 강한 인물로, 폐수 무단 방류 현장을 본 후 이를 덮으려는 회사의 부조리를 파헤쳐 나아간다. 약한 존재로 보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주체적이고 강인한 캐릭터. 고아성이 지금까지 소화한 배역들을 고려하면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영화 개봉을 눈앞에 둔 10월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고아성을 마주했다. “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를 건넨 고아성은 전날 방송 출연으로 목이 잠겨 목소리가 잘 안 나올지도 모른다며 개인 마이크를 꺼냈다. 알록달록한 불빛으로 반짝거리는 마이크에선 유쾌함이, “음…”이라는 고민 끝에 배어나오는 앳되지만 깊은 목소리와 조곤조곤한 말투에선 진중함이 느껴졌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셨을 텐데 어떠셨나요. 

재밌게 봤어요. 보통 제가 출연한 영화는 1~2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재밌어서 좋았어요. 기대가 커요. 



이 영화를 택한 이유는 뭔가요. 

작년에 ‘항거: 유관순 이야기’를 선보이고 나서 뿌듯함도 있었지만, 다음에는 밝고 명랑한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마침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제목부터 독특한 시나리오가 들어왔는데, 제가 정말 원하던 캐릭터였고 영화의 톤도 좋았어요. 또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어보니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은 밝고 명랑한 것이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진중한 메시지와 일하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요. 

이번 영화는 씩씩하달까요(웃음). 관객들께서 이 영화를 유쾌하게 봐주셨으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것 같아요. 

본인이 자영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으신가요. 

자영은 내부고발을 위한 성격과 내면이 이미 갖춰진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혼자서는 못 했겠죠. 극 중 유나(이솜), 보람(박혜수), 토익반 친구들의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친구들과 같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 부조리나 불합리함에 목소리를 높이는 편인가요. 

개인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기보다는 작품으로 말하는 게 제 본분이라고 생각해요. 

촬영 현장이나 일상에선 목소리를 내는 편인가요. 

이번 현장에선 그랬던 것 같아요. 다른 때는 얌전하고 내성적인 편이었는데, 자영이란 역할을 하면서 오지랖도 넓어졌고요. 외향적으로 변했다는 말을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왜 이렇게 활달해졌냐” “사람이 바뀐 것 같다”라고 한다거나(웃음).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 중에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을까요.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의 윤나영과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물론 연기를 위해서 캐릭터에 가미된 요소가 좀 있긴 하지만요. 주변 친구들한테 비슷하단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이번에 맡은 자영도 비슷한 것 같고요.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말했는데, 인스타그램도 올해 9월 27일에 시작했잖아요. 자신의 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즐기지 않는 편인가요. 

좀 그랬던 것 같아요.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다 보니 한편으론 제 팬들에 대한 은근한 죄책감이 있었어요. 그동안 너무 소통을 못 한 것 같아서요. 이젠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어요. 정말 행복해요. 


회사를 상대로 맞짱을 뜨는 말단 여직원 3인방의 
활약을 그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회사를 상대로 맞짱을 뜨는 말단 여직원 3인방의 활약을 그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번 영화도 그렇고, 최근 여성 주연의 영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맞아요. 3~4년 전만 해도 여성이 유의미하게 나오는 영화가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많아졌죠.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불평은 이제 못 할 것 같아요. 저는 꼭 여성이 선두에 나서서 승리하는 이야기를 원하는 것만은 아니에요. 여성이 작품 속에서 유의미하게 그려지길 원하죠. 

여성이 유의미하게 그려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요. 

존재의 이유가 있는 캐릭터랄까요. 예를 들자면 영화 ‘남매의 여름밤’에서 ‘고모’요. 꼭 비중이 크거나 선두에 나서지 않더라도 영화 속에 의미 있게 녹아든 그런 역할이죠. 저는 그런 역할을 맡을 때 너무 행복해요. 

시사회 때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했는데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요. 

사실 저는 너무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한 탓에 일의 의미를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후에야 찾은 편이에요. 드라마 ‘공부의 신’을 찍을 때였는데요. 제가 맡은 ‘길풀잎’은 엄마가 술집을 운영하는 바람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저랑 동갑인 시청자로부터 싸이월드 미니홈피 쪽지가 왔더라고요. 쪽지 내용은 “네가 맡은 역할이 지금 내 상황이랑 같아. 난 너를 보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위로를 받고 있어”였는데 그때 처음으로 ‘아, 내가 하는 일이 이런 거구나’ 느꼈어요. 그때부터 제가 하는 작품들이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끼고 더 열심히 하죠.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화업계가 어려웠죠. 

네 맞아요. 저도 코로나 사태 이후로 준비하던 프로젝트, 영화가 두 개나 엎어졌어요. 개인적으로 참 어려웠던 시간이었어요. ‘코로나 블루’라는 말을 알겠더라고요. 얼마 전 엎어져버린 작품에 같이 출연하기로 했던 친한 여배우를 만나 이야길 했는데, 그 언니도 굉장히 힘들어하더라고요. “연기를 했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하면서요. 사실 저는 연기만 본업이라 생각하지 않긴 해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거나 영화 홍보를 하는 것도 본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1년에 한 번은 연기를 해서 정신을 몰두시키는 게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최소 한 번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야 해요. 뭔가 리듬이 있다고나 할까요. 

코로나 시기에 홀로 일상을 보내는 노하우가 있나요. 

청소나 물건 정리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TMI죠(웃음). 

이번 작품은 환경 영화의 성격도 느껴져요. 화학 기업의 독성 물질 유출을 다룬 마크 러팔로 주연의 영화 ‘다크 워터스’(2020)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평소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인가요. 

적당히 있는 것 같아요. 환경을 위해서 외출을 자제하고 있고요.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어요(웃음). 이번에 알게 됐는데, 영화의 배경인 1995년 당시엔 분리수거를 안 했대요. 좀 놀랐어요.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우리 나이로 서른이네요. 소회가 있다면요. 

저는 사실 실감이 안 나요. 제가 30대가 된다는 게 거짓말 같아요. 나이를 잊은 채 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얘길 들으니 실감이 나네요(웃음). 20대가 끝나서 슬프기보다는 기대되는 부분이 더 커요. 다양한 작품을 만날 것 같기도 하고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배우 아닌 인간 고아성으로 30대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우주에 가고 싶어요(웃음). 예전부터 익스트림한 체험을 좋아했어요.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이번엔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트도 운전했고요. 이젠 우주 가는 것만 남았어요. 그리고 점점 가능성이 보여요. 톰 크루즈도 내년에 우주정거장에서 영화를 촬영한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그런 배역이 저에게 들어오진 않았지만 들어오면 무조건 할 거예요(웃음). 

SF 쪽에 관심이 있는 건가요. 

솔직히 별로 관심은 없어요. 관심은 없지만 해보고는 싶은 그런 거? 사리사욕이죠(웃음). 

곧 30대기도 하고, 나이가 들수록 배우로서 점점 성장해가는 만큼 후배들도 많이 생기잖아요. 극 중 자영은 좋은 선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나요. 

아직 그런 생각은 못 해본 것 같아요. 다만 이번 영화에서 다양한 배우들을 만났어요. 그중 박혜수 배우에게 가장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지향하는 사람이었어요. 단단하면서도 겸손을 갖춘 모습이 멋있어서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후배는 경력순으로 정해지지만 존경은 별개인 것 같아요. 그래서 딱히 후배에 한정하지 않고 주변 배우들, 스태프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더 맡아보고 싶나요. 

밝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밝은 영화의 밝은 역할요. 

특별히 밝은 역할을 원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힘든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웃음).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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