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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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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tech | 스피커를 샀는데, 조명이 따라오네!

문영훈 기자

2023. 01. 17

‘조명 맛집’ 이케아가 스피커를 출시했다. 조명과 스피커가 합쳐진 쉼포니스크. 신기한 조합에 일주일간 대여해 사용해봤다.

11월 30일 이케아는 소노스와 컬래버한 조명스피커와 액자스피커를 출시했다.

11월 30일 이케아는 소노스와 컬래버한 조명스피커와 액자스피커를 출시했다.

20년 넘게 집 안을 비추는 형광등, 그러니까 주광색 조명에 익숙해진 채로 살았다. 새롭게 조명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은 대학 시절 한 학기 동안 네덜란드로 교환 학생을 가면서다. 당시 살았던 셰어하우스 조명은 부엌을 제외하고는 죄다 주황색 전구로 돼 있었다. 침대 옆 탁상에도 조명이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어두운 빛의 조명에 눈이 침침해진 것 같았지만 지내다 보니 눈이 시리지 않으면서, 집 안의 분위기도 살아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밤도 낮처럼 환한 서울에 돌아오자 다시 쨍한 주광색 형광등이 자취방 머리 위를 밝히고 있었다. 조명이 필요했다. 조명 입문자에게 이케아는 적격의 브랜드다. 10만 원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 튼튼한 만듦새까지 보장된다.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에는 구매 대행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연 이후엔 매장에 방문해 조명을 골랐다. 플로어 스탠드, 탁상 스탠드 등 다양한 종류의 이케아 조명이 작은 원룸을 밝혔다.

최근 이케아는 미국 사운드 업체 소노스(Sonos)와 협업해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이케아 쉼포니스크 조명스피커다. 말 그대로 조명과 스피커가 합쳐진 상품이다. 스웨덴이 낳은 세계 최대 가구 기업 이케아는 항상 제품 이름에 스웨덴어를 붙인다. 쉼포니스크(symfonisk)는 ‘교향곡의’라는 뜻의 형용사다.

처음 만나는 ‘와이파이’ 스피커

이케아 쉼포니스크 조명스피커가 집으로 배달됐다(왼쪽). 책상 위에 스피커를 배치한 모습.

이케아 쉼포니스크 조명스피커가 집으로 배달됐다(왼쪽). 책상 위에 스피커를 배치한 모습.

소노스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브랜드이지만 미국에서는 무선 오디오의 대명사로 통한다. 구글, 삼성전자 등 IT·전자 거대 글로벌 기업이 무선 스피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인 2010년대 후반에는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기도 했다. 가성비 최강 브랜드가 만든 조명과 미국에서 인정받은 스피커 브랜드의 합작품. 일주일간 대여해 사용해보기로 했다.

이케아 쉼포니스크 조명스피커 본체는 화이트와 블랙 2가지 색깔이다. 유리로 된 전등갓 역시 화이트와 블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스피커 본체와 유리 갓을 포함해 24만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유리 외에도 직물, 대나무 등 3종류의 전등갓이 있으니 집 안 분위기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모두 5만 원 이하의 전등갓만 교체하면 된다. 다른 이케아 조명과 마찬가지로 전구(E26 사이즈)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조명 스피커 본체와 유리 전등갓이 각각 담긴 2개의 박스가 집으로 도착했다. 조립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먼저 전구를 스피커 본체에 조립하고 큰 갓과 작은 갓을 순서대로 끼워주면 끝. 하부를 지지하는 원통형 스피커의 지름은 16㎝로 침대나 소파 옆 협탁에 놓으면 딱 알맞은 크기다. 포근한 소재로 이뤄진 스피커 본체와 매끈한 전등갓이 의외의 조화를 보여줬다. 전원을 스피커 본체와 연결하면 본체 앞면의 작은 버튼으로 조명을 켰다 끌 수 있다. 거실 책상 위에 두고 조명을 켜니 따뜻한 빛이 거실을 밝혔다. 문제는 바로 다음 순간 발생했다. 쉼포니스크 조명스피커가 ‘와이파이’ 스피커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무선 스피커는 스마트 기기로부터 음원을 받는 방식에 따라 와이파이 스피커와 블루투스 스피커로 나뉜다. 우리에게 익숙한 블루투스 스피커는 호환성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한다. 블루투스를 켜고 스피커와 연동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음원을 송출하는 과정에서 압축을 거치기 때문에 음질 면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와이파이 스피커는 스마트 기기와 스피커를 같은 와이파이에 연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신 음원을 무손실 상태로 송출할 수 있고, 스마트폰 통화나 알림음 등에 방해받지 않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여러 대의 스피커를 연결해 스테레오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용이하다.

하지만 기자는 집에서 노트북을 쓸 때도 스마트폰의 핫스폿 기능을 이용하기 때문에 추가 요금이 드는 무선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았다. 아뿔싸. 다시 제품을 조심히 상자에 넣고 출근길에 쉼포니스크 조명스피커를 회사로 데려왔다.

와이파이가 설치된 곳이라면 스마트폰과 스피커를 연결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스마트폰에 ‘소노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계정을 만들면 ‘두둥’ 웅장한 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스피커를 인식한다. 이제는 소노스 앱을 통해 스피커를 조종할 수 있다. 소노스 앱에서 음원사이트를 연결해 음원을 재생하는 방식이다. 애플 제품 사용자의 경우 에어플레이를 이용해 음악을 재생할 수도 있다. 원하는 시간에 자동으로 음악을 재생해주는 알람 기능과 베이스나 고음 소리를 조절할 수 있는 EQ 기능은 소노스 앱에 탑재돼 있다.

생각보다 좋은 음질에 놀랐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새 앨범을 재생했는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악기 소리가 선명하게 귓전을 때렸다. 베이스 사운드가 강조된 음악을 재생해도 만족스러운 둥둥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막귀’인 기자의 감각만을 믿을 수 없어서 권위에 기대보기로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테크 전문 에디터 사무엘 기브스는 쉼포니스크 조명스피커의 음질에 “균형이 잘 잡혀 있다(well balanced)”고 평가하며 5점 만점에 4점을 줬다.

스피커 볼륨 역시 훌륭했다. 절반의 음량으로도 약 33㎡(10평) 크기의 회의실이 소리로 가득 찼다. 볼륨을 3/4 이상 지점까지 높이면 음질이 뭉개지는 현상이 발생하나 기본 음량이 큰 편이라 평소 집에서 최대 음량까지 높일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래서 사, 말아?

소노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피커와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고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소노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피커와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고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이케아 조명과 좋은 품질의 스피커를 합쳐 25만 원가량에 살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메리트다. 어디에나 잘 조화를 이룰 법한 미니멀한 디자인도 매력적인 요소. 무손실로 재생되는 와이파이 오디오에 입문하고자 한다면 훌륭한 가성비의 제품이다. 만약 집에 조명이 필요 없다면 벽걸이 액자 형태의 쉼포니스크 액자스피커도 고려해볼 만하다.

하지만 범용성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노스 앱은 멜론, 지니 등 국내 음원사이트와의 연동을 제공하지 않는다. 에어플레이 기능이 없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경우 스트리밍 음원 플랫폼을 이용해 음악을 감상하려면 유튜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하자.

#이케아스피커 #쉼포니스크 #문테크 #여성동아

‘문’과 출신 기자가 글(文)로 푸는 알기 쉬운 테크 제품 리뷰
문(文)영훈. 3년 차 잡지 기자. 기사를 쓰면서 이야깃거리를 얻고 일상 속에서 기삿거리를 찾는다. 요즘 꽂힌 건 테크.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한가’ 싶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기술에 매료된다.

사진 문영훈 사진제공 이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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