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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lumn

치과 두려움 떨쳐내는 법

치과 의사 김경혜

2022. 11. 07

많은 사람이 일이 바빠서, 혹은 이가 아프지 않다는 이유로 치과 정기검진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바쁜 와중에도 정기적으로 치과를 찾아 꾸준히 잇몸과 치아 관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치과 치료를 받기 전 몇 가지만 알아둬도 두려움을 한결 떨쳐낼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집에서 치과에 누워 진료하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물을 머금고 고개를 젖혀 물이 입안에 있는 느낌이 익숙해지도록 연습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사람은 코로 숨 쉴 수 있기 때문에 물을 머금고 소파 등에 등을 기댄 채 뒤로 고개를 젖혀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런 경험이 실제 치료에서 도움이 된다. 치과 치료받을 때 흔히 사용하는 석션은 입안에 고이는 물을 아무리 길어도 20초 안에 제거해준다

치료 시 나는 소음이 무섭다면 사전에 헤드폰 등을 요청하거나 개인 이어폰 등을 챙겨 가는 걸 추천한다. 충치를 치료할 때 생기는 소음은 길어야 30분을 넘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치료가 끝나고 나서 무얼 먹을지, 아이들 반찬은 뭘 해주어야 할지 등등의 다른 생각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치과에서 얼굴에 덮는 천이 무섭다면 의료진에게 얼굴을 덮지 말아달라고 미리 요청하면 된다. 치과에서는 기구나 약물이 환자 얼굴에 튀는 것을 방지하고자, 또는 의자 위에 달린 헤드라이트 빛 때문에 환자 눈이 부실까 봐 얼굴을 가리고 치료한다. 즉,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만큼 천을 덮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거나 공포감을 조장한다고 생각되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대신 눈을 보호하는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입고 있는 옷에 이물질이 묻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가슴 정도까지만 천으로 덮으면 된다.

또 치과에서 발생하는 진동은 통증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진동을 무서워한다. 의사인 나 역시 치과 진료를 받을 때 ‘드드드’ 하며 진동이 발생되는 기구가 작동하면 저절로 두 손이 가지런하게 모인다. 치과 기구 중 진동이 가장 심한 것이 있는데, 이것은 치아를 매끄럽게 해주는 기구로 낮은 속도로 돌아가기 때문에 삭제력과 통증이 거의 없다.



마취가 무섭다면 무통 마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요즘에는 환자를 배려해 치과도 무통 마취 시스템을 갖춘 곳이 많다. 미리 마취 연고나 무통 마취 시술을 요청하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심리적 불안감이나 공황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신경정신과 주치의와 상의해 평소 복용하는 약을 치과방문 전 복용하고 내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얼굴에 천을 덮어야 하고 몸을 움직이면 안 되는 치과 치료 특성상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은 치과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다. 이로 인해 몇 년째 치과 방문을 고민하다가 충치를 키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한번 썩은 치아는 저절로 치료되지 않고, 치료를 미룰수록 치료 시간과 비용이 커지기 마련이다. 공황장애나 치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 치과 의료진에게 자신의 상태를 미리 설명하고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 진료받는 연습을 미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중간에도 힘이 들면 손 들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방법. 대기실 소파에서 잠시 쉬는 식으로 치료를 몇 차례로 나눠 진행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시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보철 치료나 임플란트, 사랑니 발치와 같은 치료를 받아야 할 때는 의식하진정요법(수면 치과 치료)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의식하진정요법은 마취 후 잠을 자듯 편안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다. 시술이 빠르게 진행돼 환자도 의사도 편할 수 있다. 시술 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여러 번 나눠 받아야 할 시술을 한 번으로, 병원 방문 횟수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자고로 무언가로부터 두려움을 떨쳐내려면 익숙해져야 한다. 환자들 중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받으러 오는 이도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치과를 공포의 대상이 아닌, 사우나처럼 개운한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잇몸이 부어 늘 신경이 쓰이거나, 치아 틈 사이로 음식물이 끼어 찝찝한 기분이 든다면 방치하지 말고 위에 언급한 마인드 컨트롤을 적극 활용해보자.

#치과치료 #여성동아


13년 경력의 보건복지부 인증 치과보철과 전문의로 서울시 중구 명동에서 ‘한번에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와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양대병원 치과보철과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수료했다. 한양대병원 치과 외래교수, 대한치과임플란트학회 정회원, 대한치과보철학회 정회원 및 인정의, 대한심미치과학회 정회원 및 인정의 펠로를 역임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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