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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메일 영어로 써 줘” 챗GTP 일 시키기

문영훈 기자

2023. 02. 27

누군가는 챗GPT를 이용해 코딩도 짜고 작곡도 한다는데, ‘문돌이’인 기자에겐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일상 속에서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ChatGPT)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인류에게 새롭게 던져준 이 장난감을 지금 당장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챗GPT를 일상에서 활용해본 후기를 전한다.


챗GPT가 만든 백과사전은 영문판

챗GPT를 대화가 가능한 백과사전으로 쓰고 싶다면, 같은 질문도 영어로 해야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령 챗GPT에게 2022년 2월 작고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에 대해 물었다. 한글로 묻자,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잘못된 답변이 돌아왔다. 같은 질문을 영어로 하자, 그가 “미학과 철학, 문화 연구에서 뛰어난 공헌을 한 저명한 한국의 학자”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이어령 초대 장관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챗GPT가 한국어로 된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더라도 영어로 물었을 때 훨씬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어로 피겨 선수 김연아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자, 총 6문장으로 된 비교적 간단한 답이 왔다. 영어로 “Tell me about ‘Yuna Kim’”이라고 말하자, 총 10문장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가 부천에서 태어났다든가, 유니세프 친선대사 등 다양한 기구를 대표했다는 등의 정보가 추가로 포함됐다.

이를 응용해 영어로 질문하고 한국어로 번역해달라는 요청도 가능하다. “Tell me about Yuna Kim, and translate it into Korean”(김연아에 대해 알려주고, 한국어로 번역해줘)라고 하면 답변에 대한 한국어 설명도 보태준다. 참고로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기능은 구글 번역기가 유창한 편이니 챗GPT의 영어 답변을 구글 번역기에 넣어보는 방법도 권한다.

나만의 영어 첨삭 선생님

번역 실력은 구글 번역기에 비해 떨어지지만 영어로 써야 하는 업무 이메일을 고쳐주는 실력은 준수하다. 인터뷰 요청 이메일에 대한 첨삭을 부탁했다. 가상으로 책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가 소속된 에이전시 측에 보낸다고 생각하고 쓴 것이다. 챗GPT는 5초 안에 지적 사항을 내놓았다.



챗GPT는 ‘If a video interview is possible, I would like to interview Ms. Lee between May 9th and 13th’(화상 인터뷰가 가능하다면 5월 9~13일 사이에 인터뷰하고 싶다)라는 문장은 “If a video interview is feasible, I would appreciate the opportunity to conduct the interview with Ms. Lee via Skype or any other video conferencing service between May 9th and 13th”로 고치길 권했다.

그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possible’(가능한)이라는 단어 대신 ‘feasible’(실현 가능한)이라는 보다 문맥에 맞는 단어로, ‘would like to interview’(인터뷰하고 싶다)라는 다소 거친 표현은 ‘would appreciate the opportunity to conduct the interview’(인터뷰할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라는 정중한 표현으로 바꿔준 것이다. 첨삭의 수준을 넘어 ‘via Skype or any other the conferecing service’(스카이프 또는 다른 화상 서비스를 통해)라는 구문을 추가한 챗GPT의 센스에 감탄했다.

정말 놀랐던 건 한글로 특정 조건을 주고 영어 이메일을 써달라고 했을 때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영어 이메일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3가지 정보를 전달했다. ①나는 월간지 여성동아에서 일하고 있다. ②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에게 보낸다. ③가능하면 영상 인터뷰도 요청하고 싶다.

챗GPT는 단 3초 만에 이메일 포맷 하나를 뽑아냈다. 세 조건을 다 충족했음은 물론이고 “당신의 통찰과 경험이 우리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당신의 일정에 최대한 맞출 수 있다”는 미사여구까지 알아서 만들어냈다. ‘여성동아가 이민진 작가에게 인터뷰 요청’이라는 제목도 덧붙였다.


메뉴 추천에 여행 일정도 뚝딱

이번엔 좀 간단한 부탁을 해봤다. 챗GPT에게 한글로 오늘 점심에 먹을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추천해드릴 수 있는 메뉴가 달라지지만 아래 옵션 중에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요”라며 파스타, 샐러드, 스테이크, 김밥, 라면을 추천해줬다. “파스타는 평범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종류를 맛볼 수 있어 좋다”거나 “김밥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라는 이유도 함께 달렸다. 여기에 “나는 다이어트 중”이라는 단서를 추가했다. 그러자 추천 메뉴가 두부구이, 미역국, 계란말이, 샐러드 등으로 바뀌었다.

챗GPT는 여행 계획도 10초 안에 세워준다. 영어로 서울 2박 3일 여행 계획을 세워달라고 해봤다. 첫날은 경복궁과 북촌한옥마을에서, 두 번째 날에는 남산타워와 홍익대 인근을, 세 번째 날에는 강남역 일대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길 추천했다. 치킨이나 삼겹살 등 먹거리도 야무지게 추천했다. “나는 노는 걸 좋아하는 편이야”라고 덧붙이자, 새로운 코스가 나왔다. 첫날에는 이태원과 홍대, 둘째 날에는 강남을 가라는 주문이다.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은 없냐고 물으니 유명 관광지에서 조금 비켜난 익선동과 서촌, 낙산공원을 추천했다. 서울 밖을 나가도 괜찮다면 포천아트밸리를 가보는 건 어떠냐고도 덧붙였다. 시키지 않아도 착착 일을 해오는 비서가 있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이 밖에도 한글로 “2000년 이후 개봉한 한국 스릴러 영화를 추천해줘” “스트레소 해소엔 뭐가 좋을까” “배 위쪽이 아픈데 어떤 병의 증상일까”와 같은 질문을 인공지능 비서에게 던지면 참고해볼 만한 대답을 내놓는다.

경고: 챗GPT는 생각보다 뻔뻔함

문제는 챗GPT가 틀린 정보를 천연덕스럽게 유려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려운 말로 ‘인공지능의 환각’이라고 말한다. 겉보기에 그럴듯하지만 사실과 다른 정보를 말하거나 무의미한 이야기를 한다는 뜻이다. ‘여성동아’ 3월호에 실린 백혜선 피아니스트에 대해 한글로 물었을 때 챗GPT는 환각을 일으켰다.

“백혜선은 대한민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이 많았으며, 7살 때 피아노를 시작으로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위 설명과 달리 백 씨는 1965년생으로 대구에서 태어났고, 4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를 모르는 이가 보면 문장의 흐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이어 챗GPT는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 음악 경연대회 미국 피츠버그 국제 피아노 경연’ 등에서 수상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백 씨는 해당 피아노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없다. 챗GPT로 리포트나 보고서 등을 쓸 때 함부로 이용하다간 큰일 날 수 있으니 별도의 크로스체크는 필수다.

챗GPT는 2021년 9월까지의 텍스트 데이터만 수집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오징어 게임’(2021)의 내용 요약을 부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더 글로리’(2022)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를 물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챗GPT #사용법 #오픈AI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챗GPT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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