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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money

“이러다 재벌 되는 거 아냐?”

한여름 밤의 꿈 같던 15일간의 코인 투자기

글 이현준 기자

입력 2021.04.16 14:04:17

7분 만에 90만원을 벌고 18분 만에 1백30만원을 잃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이곳은 강원랜드가 아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코인(암호화폐) 시장’이 연일 뜨겁다. 종가 기준 비트코인은 2월 1일 3천6백61만8천원에서 4월 13일 8천73만6천원으로 2배 넘게 치솟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으로 수백, 수천 배 수익을 올린 사람들의 놀라운 이야기가 퍼졌다. 새로운 금광의 출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올해 3월 14일엔 국내 코인 거래액이 16조6천9백47억원을 기록, 3월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액 16조4백59억원을 뛰어넘었다. 코인은 이제 명실상부한 ‘대세’가 됐다. 대세의 끝물이라도 타보자는 생각에 쌈짓돈을 털어 3월 31일 코인의 세계에 입성했다.

들어가자마자 급등에 불타기

코인 거래 애플리케이션 ‘업비트(Upbit)’를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진행했다. 고민하다 1백만원을 입금했다. 여러 개의 종목이 있고 매수희망가와 매도희망가가 일치하는 가격에 거래가 형성된다는 점, 주문·호가·차트·시세·정보 등 인터페이스 구성에서 주식과 코인 거래는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개장 시간에 제한이 없고(휴일 없이 24시간 개장) 거래 가격에 상한선과 하한선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또 주식과 달리 코인은 금액에 맞춘 매수가 가능하다. 예컨대 1개당 1천만원인 코인을 1백만원만큼 사면 0.1개의 코인을 보유할 수 있다.

1백 개에 가까운 코인 중 무엇을 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오후 4시 20분경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을 샀다. 수수료 0.05%를 제외한 99만9천5백원어치의 비트코인이 매수됐다. 첫 거래 성공. 하지만 순식간에 돈이 불어날 것이라 생각한 건 큰 착각이었다. 자정이 넘어도 제자리걸음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비트코인의 4분의 3을 팔아 메디블록, 저스트, 디카르고를 균등한 비율로 매수, 4개의 코인을 25만원어치씩 보유했다.

4월 1일 오전이 되자 메디블록이 급등했다. 오전 10시 58분에 보유 자산은 1백14만7천원으로 불어났다. 돈맛을 보고 나니 의욕이 샘솟았다. 급등하는 코인을 발견할 때마다 단타로 1%, 2%씩 차익을 남겼다.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수시로 앱을 들여다보게 됐다. 에너지 소모가 컸고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멈출 수 없었다. 4월 2일 오전 8시엔 1백18만5천원이 됐다. 자신감이 생겨 50만원을 더 입금, 원금은 1백50만원이 됐다. 이날 코인 시장은 혼전 양상이었다. 연속된 단타 성공으로 오전 1백9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자산은 오후 실패를 거듭하며 1백59만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하루를 날린 것 같아 단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차트와 체결 강도(사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를 보고 ‘왠지 오를 것 같은’ ‘엔도르’를 매수해 묵혀두기로 했다. 오랜만에 마음 편히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이 되니 웬걸, 수익률 62.75%, 보유 자산은 2백63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더 오를 거란 생각에 팔지 않았지만 기대와 달리 점차 가격이 떨어졌다. 결국 오후 11시 30분쯤 매도, 보유 자산 2백27만원으로 4월 3일을 마무리했다. 그래도 코인 투자 시작 4일 만에 77만원을 번 셈. 수익률로 치면 50%가 넘었다. 4일 동안 50%의 수익을 올린다면 4주엔 약 17배로 돈이 불어난다. 1백50만원을 시작점으로 잡으면 4주 뒤엔 2천5백50만원, 또 4주 뒤엔 4억3천3백50만원, 그다음엔 73억6천만원…. 머릿속이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했다. 코인으로 수십억원을 벌고 당당히 퇴사했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들이 생각났다. ‘이번엔 나인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다시 단타를 시작했다. 몇 분 만에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을 벌기도 했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월급 명세서를 들여다봤다. 한 달 동안 고생해서 번 것이라 생각하니 회의감이 밀려왔다. ‘나 일 왜 하고 있지?’



‘돈뽕’은 이성과 감각을 마비시킨다. 코인 거래에 몰두하느라 하루 3~4시간 남짓 잠을 잤지만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코인 차트를 보며 “힘내! 힘내란 말야!” 경주마에 베팅한 사람처럼 분봉이 지정 매도 선까지 치솟길 응원했다. 누군가 이 모습을 봤다면 혀를 찼을 테지만 뭐 어떤가. 자산이 순조롭게 늘고 있는데. 운명의 5일 오후를 맞이하기 전까진 그랬다.

5일 오후 3시 33분, 보유 자산은 약 2백80만원까지 불어났다.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헤매던 중 눈에 번쩍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신규 상장된 4개의 코인(엑시인피니티, 스택스, 플로우, 던프로토콜). 3시 30분 무렵 상장되자마자 이들의 가격은 미친 듯이 치솟기 시작했다.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엑시인피니티에 올라탔다.

재벌 꿈은 사라지고 강제 존버 신세

코인 시장은 인정사정없다. 7분 만에 90만원이 생기기도 하지만 18분 만에 1백30만원이 날아가기도 한다.

코인 시장은 인정사정없다. 7분 만에 90만원이 생기기도 하지만 18분 만에 1백30만원이 날아가기도 한다.

이런 속도는 처음이었다. 7분 만에 자산은 약 90만원 늘어 3백69만원가량이 됐다. 여기서 멈췄어야 했건만, 탐욕의 ‘한 번 더’가 패착이 됐다. 엑시인피니티가 주춤해 플로우로 갈아타니 호가는 곧 곤두박질쳤다. 6분 만에 40만원이 날아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혹감이 밀려왔다. 급히 스택스로 갈아탔지만 이곳 역시 마찬가지. 2분간 7만원이 사라졌다. 회복을 바라며 이번에는 던프로토콜에 올라탔지만 더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쳤다. 급히 매도하려 했으나 워낙 하락 속도가 빨라 지정가를 재조정해야 했고 그 시간 동안에도 호가는 계속 떨어졌다. 눈앞에서 속절없이 증발하는 돈에 닭살이 돋고 식은땀이 났다. 차트의 거대한 음봉이 탐욕에 대한 심판의 칼날처럼 느껴졌다. 우여곡절 끝에 매도했지만 이미 자산은 2백40만원으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우쭐해 있던 코린이에 대한 ‘참교육’. 코인 시장의 무서움을 비로소 느꼈다.

아직 수익권이지만 번 돈을 날리는 건 생돈을 잃은 것 이상으로 가슴이 아팠다. 4백만원에 육박했던 자산이 계속 눈에 밟혔다. 불나방처럼 뛰어들었지만 평정심을 잃어 성공할 리 만무했다. 연전연패를 기록, 4월 6일 오전 자산은 1백78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돈뽕의 효력이 다하자 피로가 몰려왔다. 단타를 지속하는 것이 힘에 부쳐 비트코인, 야놀자 관련 코인 ‘밀크’, 다날 관련 코인 ‘페이코인’ 등 6개를 30만원 어치씩 사고 총자산 2백만원을 채우자는 생각에 현금 20만원을 더 넣었다. 원금은 1백70만원이 됐다. 분산투자를 하면 많이 벌지는 못해도 그만큼 잃지도 않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인 판은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자산은 4월 7일 오후 4시경 1백 41만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졸지에 ‘타발적 장기투자자’가 돼버렸다. 그나마 회복이 좀 됐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4월 14일 오후에도 자산은 아직 1백63만원으로 적자다. 이제 원금 회복을 바라며 ‘존버’해야 할 처지가 됐다.

약 2주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느낀 바가 많다. 금방 얻은 것은 금방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 과욕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 무엇보다 부자가 되는 건 참 어렵다는 것. 돈을 넣으면 복사된다는 믿음은 신기루나 마찬가지였다. 한편으론 서글펐다. ‘인생 역전’의 꿈이 더욱 멀어진 듯하여. 사람들은 왜 주식이나 코인에 열광할까. 월급만으론 답이 없다 느꼈기 때문 아닐까. ‘성실히’ 일해 ‘따박따박’ 저축만 하면 ‘벼락거지’가 되기 십상인 게 요즘의 현실이니 말이다.

코인은 ‘일확천금’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걸 바란 것 자체가 잘못된 일 아닐까. 단타와 알트코인을 전전했지만 적자로 끝났다. 코인의 ‘대장주’ 비트코인은 3월 31일 7천1백51만3천원(종가 기준)에서 14일 현재 8천1백40만원을 웃돌고 있다. 코인을 시작할 때 비트코인에 넣고 묵혀뒀다면 약 14%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셈이다. 원래 세상 이치가 그런 것 아닐까. ‘소걸음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듯이.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왔다. ‘나 일 왜 하고 있지?’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화려하지 않을지언정 결국 나에게 다달이 일용할 양식을 주는 건 월급이다. 코인을 하기 전보다 근로 의욕이 더욱 높아졌다. 열심히 일해 정년의 꿈을 이루리라!

사진 지호영 기자



여성동아 2021년 5월 6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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