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 새 역사를 쓴 ‘명량’.
‘명량’의 흥행 배경으로는 ‘진정한 리더’를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영웅을 그린 영화는 많았지만 군중 속에 함께 있는 리더를 조명한 작품은 ‘명량’이 처음이다. 인간적인 두려움을 겪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뚝심으로 백성과 나라를 구하는 영화 속 이순신의 모습에서 ‘메시아’적인 모습마저 보인다는 평까지 얻고 있다.
스토리 빈약, 캐릭터의 매력 살리지 못한 ‘군도’
최단 기간(12일) 1천만 흥행 돌파를 기록한 ‘명량’과 비교하면, 블록버스터 전쟁에 가장 먼저 뛰어든 ‘군도 :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의 성과는 다소 초라하게 느껴진다. 7월 23일 개봉한 ‘군도’는 개봉 18일 만인 8월 9일 누적 관객수 4백70만명을 기록해 손익분기점을 넘었지만 이후 경쟁작들의 파죽지세로 급속도로 존재감을 잃었다. 개봉 1주 만에 ‘명량’에게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이 개봉하면서 박스오피스 10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결국 8월 13일, 마지막 선수인 ‘해무’가 개봉해 ‘명량’ ‘해적’과 스크린을 나누자 주요 영화관의 상영을 종영했다. 총 누적 관객수는 8월 12일 기준 4백76만7백28명이다.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기승을 부리는 세상을 뒤엎고자 나선 ‘도적’들의 활약을 그린 호쾌한 액션 활극으로, 하정우, 강동원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빈약한 스토리 때문에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영화 초반부에는 도치(하정우)의 엉뚱한 행동과 천보(마동석)의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를 녹여내 관객에게 흥밋거리를 던졌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기발함이나 통쾌함은 점점 퇴색되고 극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조윤(강동원)과 군도의 싸움이 너무 단순하게 처리됐다는 지적이다. 당초 홍보 단계에서는 스펙터클한 활극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활극의 역동성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에 더 치중했다. 특히 강동원에게만 포커스를 맞춰 나머지 배우들의 색깔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손예진과 김남길의 코믹 연기가 관전 포인트인 ‘해적’.
오락성·대중성 두루 챙긴 ‘해적’
‘해무’는 블록버스터 4편 중 유일하게 19금 판정을 받아 관객몰이에는 불리하지만, 작품성 만큼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월 13일 ‘해무’가 스크린 4파전에 최종 합류했지만 ‘해적’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무’는 4개의 작품 중 유일하게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음으로써 기존의 3편과는 다른 행보를 걷게 됐다. 그럼에도 ‘해무’는 관객 시사회 때부터 웰메이드 스릴러라고 입소문이 나 8월 19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1백8만4천명으로 개봉 6일 만에 1백만 관객을 돌파했다. 총제작비는 1백억원 정도이고, 손익분기점은 3백만 명.
‘해무’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에서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던 중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으로, 치밀한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오감을 자극하는 강렬한 스릴러에 감성을 건드리는 멜로가 더해져 여성 관객들에게 인기. 특히 박유천은 이번 작품으로 호평을 얻었다. 처음 영화에 출연한 그는 극 중 막내 선원 동식이로 분해 김윤석, 문성근, 김상호, 유승목 등 연기파 배우들에 뒤지지 않는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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