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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빛나는 신인

‘동해’ 지창욱 활짝 웃다

최고 시청률 견인, 겁없는 신인

글·김민지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KBS 제공

2011. 03. 17

신인 배우가 주인공을 맡는 건 일생일대의 기회다. 여기에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따도남(따스한 도시 남자)’ 캐릭터까지 연기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지창욱은 ‘동해’라는 멋진 청년 덕분에 연기 인생 최고의 행복을 맛보고 있다.

‘동해’ 지창욱 활짝 웃다


“안녕하세요. ‘동해’ 지창욱입니다.”
똘망똘망한 눈동자와 선한 웃음이 인상적인 배우 지창욱(24)이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최근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는 KBS 1TV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의 주인공. 아직 그의 이름은 낯설다. 그러나 드라마가 연일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는 요즘, 드라마 타이틀롤을 맡은 그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동해’를 맡은 지창욱에게 관심 갖고 쓴 글들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많은 분들이 동해를 아끼고 좋아해주신다니 감사할 뿐이에요. 하지만 거의 매일 촬영장에만 있다 보니 실제 그 인기를 실감하긴 어렵죠. 가끔 촬영장에서 팬 분들이 ‘동해’라고 부르며 찾아와서 인사해주실 때마다 오히려 얼떨떨하고 신기하더라고요.”
일일드라마는 대개 6~7개월 방영을 목표로 150회의 극을 이끌어간다. 그런 일일드라마에, 데뷔 이래 첫 주연을 맡았으니 신인 연기자로서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았다.
“주연을 맡게 돼서 기분도 좋았지만 그만큼 부담이 컸어요. 특히 일일드라마는 장기간 방영되기 때문에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죠. 어떻게든 제가 맡은 ‘동해’라는 캐릭터를 최대한 잘 이해해서 연기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어요.”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는 주인공 동해가 옛 애인과 친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얽히고설킨 사건들을 풀어가는 가족극이다. 미국으로 입양된 정신지체 엄마 안나 밑에서 자란 동해는 미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될 정도로 성공하지만 자신을 배신한 옛 애인을 찾으러 한국에 오게 되면서 시련과 아픔을 겪는다.
“상처가 많은 동해지만 늘 밝고 씩씩한 모습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연기자로서 동해의 이런 모습들이 답답할 때가 많아요. ‘얘는 어쩜 이렇게 당하기만 할까’ ‘얘처럼 착한 사람이 있을까’ 하면서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착하고 마음 따뜻한 동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준다고 생각하니 동해의 밝은 에너지에 저도 모르게 힘이 나는 거 같더라고요.”

첫 촬영 열흘 전 주인공으로 캐스팅
지창욱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건 첫 촬영을 앞둔 지 딱 열흘 전이었다. 그전에 이미 드라마 제작진과 미팅을 했지만 주인공이 될 거란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렇게 포기하고 있던 찰나 행운은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았다는 기쁨도 잠시, 짧은 시간 안에 팔방미인 동해를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를 짓눌렀다.
“동해를 이해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걱정이 컸어요. 캐스팅 열흘 후 첫 촬영이었으니 부랴부랴 준비할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동해가 보통 아이가 아니라는 점이었죠. 얼마나 재주가 많은지 대본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직업은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에다 미국에 살았으니 영어도 잘해야 되고, 거기다 뛰어난 요리 실력까지 갖췄으니 소위 말하는 ‘엄친아’인 거죠. 비록 한 장면밖에 안 나오긴 했지만 취미는 바이올린 연주였어요.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얼마나 압박감을 느꼈는지 몰라요(웃음).”

‘동해’ 지창욱 활짝 웃다


‘동해’ 지창욱 활짝 웃다




지난해 10월 드라마가 시작한 이후 벌써 5개월 째. 이제 극의 중반부에 다다랐다. 일찌감치 드라마 현장은 생방송 체제로 돌입한 지 오래다. 당일 대본이 새벽에 나올 때도 있고, 상황에 따라 촬영 스케줄이 바뀌기도 한다. 다음 날 방송 분량에 맞춰 촬영하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그래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사랑받는 드라마란 생각에 그는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일주일 중 하루만 빼놓고 매일 촬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쉬지 않고 찍으니 연기나 방송에 대해 감을 찾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물론 급하게 찍다 보면 방송에 나간 분량 중 마음에 안 드는 장면도 있지만 이렇게 아쉬운 점들 덕분에 ‘다음엔 더 잘해야지’ 하고 다짐하면서 제 연기가 좀 더 단단해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웃어야 동해야’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막장 드라마’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해를 중심으로 꼬일 대로 꼬인 얘기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두 여자가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들이 또 한 여자와 엮였으니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도 잔혹한 운명이다. 지창욱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이보다 더한 일들도 많지 않느냐”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드라마의 재미는 이런 갈등관계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갈등이나 어떤 극적 장치가 없다면 정말 밋밋한 얘기가 되겠죠. 저 역시 이런 말도 안 되는 갈등관계 속에서 유발되는 인물 간의 변화를 표현하면서 연기하는 재미와 보람을 동시에 느끼고 있어요.”

드라마 촬영으로 얻은 세 명의 누나

지창욱은 이번 드라마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바로 함께 출연하는 동료 연기자들이다. 그중 그와 모자지간으로 출연하는 도지원과는 이제 NG 없이 연기 호흡이 척척 맞는다.
“이번 작품을 하기 전까지 지원이 누나를 ‘수상한 삼형제’의 ‘엄청난’ 캐릭터로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활달하고 재밌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수줍음 많고 낯을 가리시더라고요. 저도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타입인데 누나 역시 조용해서 걱정이 많았죠. 그래도 누나가 많이 이끌어주신 덕분에 지금은 TV에서 보시는 대로 ‘안나’와 ‘동해’로 알콩달콩 지내고 있습니다.”
극중 동해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악녀 ‘새와’는 현실에선 지창욱이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정아 누나’다. 특히 박정아와 처음 만나던 날 손잡고 뽀뽀하는 등 스킨십이 있는 포스터 촬영을 진행해야 해서 부끄러웠지만 남자처럼 털털한 성격의 정아 ‘형’ 덕분에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정아 누나는 정말 편해요. 가끔 남자로 착각할 만큼요(웃음). 너무 편하다 보니까 ‘형’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동해와 러브라인을 이뤄가는 봉이, 오지은도 지창욱에게 둘도 없이 살가운 누나다.
“지은 누나는 등장인물 중에 실제 성격과 맡은 역할이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봉이처럼 얼렁뚱땅하면서도 발랄하거든요. 밝은 성격의 지은 누나 덕분에 촬영 때마다 재밌게 하고 있어요. 사실 제가 외동이라 누나가 있으면 좋은 이유를 몰랐는데 이분들을 만나면서 누나가 왜 좋은지 알게 됐어요. 장난치거나 실수해도 이해해주고 잘 챙겨주는 누나들 덕분에 정말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동해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요즘 같은 ‘인스턴트 사랑’ 시대에 보기 드문 순정파이기 때문이다. 첫사랑 새와를 위해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한국으로 찾아가고, 새와 대신 교통사고를 당해 선수생활까지 끝나고 만다. 돈 많은 호텔 사장의 아들이자 나중에 이복동생으로 밝혀지는 도진과 결혼하는 새와를 보면서도 끝까지 행복을 빌어주는 동해. 지창욱은 그런 그의 심정을 얼마만큼 이해했을까.

‘동해’ 지창욱 활짝 웃다

아직 한참 부족하고 연기자로서 갈 길이 멀지만 배우로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지창욱.



“이게 현실이라면 저는 절대로 동해처럼 못하죠. 제가 싫다고 떠난 사람을 어떻게 붙잡겠어요. 정말 이해도 안 가고 답도 안 나오죠. 하지만 동해에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 없이 외롭게 엄마와 단둘이 자라다가 처음 사랑하게 된 사람이 새와잖아요. 동해에겐 새와가 첫사랑, 애인 그 이상인 ‘가족’이었다고 생각해요. 대사 중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와 새와 딱 둘뿐’이란 말이 있거든요. 그것만 봐도 동해에게 새와는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가족 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 한참 부족하고 연기자로서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지창욱이지만 그는 벌써 데뷔 5년 차 연기자다. 2007년 독립영화 ‘슬리핑 뷰티’로 데뷔해 영화·드라마·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창욱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2009년 KBS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막내아들 미풍 역할을 맡으면서부터다. 소년 티를 벗지 못하고 마음 약해 보였던 재수생 미풍이 1년 사이 동해라는 건실한 청년으로 자란 셈이다. 둘 다 아들 역할이다 보니 실제 지창욱은 어떤 아들의 모습에 가까울지 궁금했다.
“미풍이처럼 엄마 품에만 있는 아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해처럼 엄마를 보호하는 효자도 아닌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엄마 속을 많이 썩였어요. 워낙 엄마가 표현을 잘 안 하셔서 저 역시 내색은 잘 못하는데 앞으로 조금씩 더 잘해드려야겠단 생각은 항상 해요.”

배우로 살면 행복할 것 같다는 확신
지창욱이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당시 이과반에서 5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그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무엇 때문에 공부해야 하지?’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한다. 그저 점수에 맞춰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른 채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했던 그는 곧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신기해요. 제가 어떻게 배우를 꿈꿀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주변에 친구나 친척 중에 연기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렇다고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딱 꽂힌 것도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배우가 된다면 좀 더 자유롭게 많은 경험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그렇게 단국대 공연영화과에 들어간 그는, 1학년 때 수업 대신 영화부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독립영화판을 전전했다. 작은 독립영화에 숱하게 얼굴을 내비치다 데뷔의 기회를 잡았고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 연기자로서 경력을 쌓아가는 중이다.
“아직까지 특별한 롤모델은 없지만 알 파치노, 에드워드 노튼, 짐 캐리처럼 좋아하는 배우에 빠져서 그들이 나오는 영화면 뭐든지 열심히 찾아서 보고 있어요. 해보고 싶은 역할도 아직 규정 짓지 않았어요. 뭐든 기회가 되면 다 해보고 싶거든요. 이것저것 하다 보면 저의 색깔에 맞는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꽃피는 4월이면 그는 동해와 이별해야 한다. 어떤 결말을 기대하냐고 묻자 동해처럼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아마 제목이 ‘동해야 웃어라’니까 동해가 활짝 웃으며 끝나지 않을까요?”
“동해는 곧 끝나지만 저, 지창욱은 끝나지 않습니다. 아마 쉬지 않고 계속 활동을 이어갈 것 같아요. 이번처럼 작품 속 캐릭터로 저를 확실히 기억해주신다면 연기활동을 하는 데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지만 이것을 넘어서는 묘한 매력 때문에 앞으로도 이 삶을 계속 꿈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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