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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변치 않는 그녀

불혹 박주미 10년 만의 설레는 나들이

글·정혜연 기자 사진·문형일 기자

2011. 02. 17

한 남자의 아내, 두 아들의 엄마로 바삐 사느라 한동안 작품 활동을 중단했던 탤런트 박주미. 많은 이가 근황을 궁금해 하던 차에 활동을 재개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KBS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의 여주인공으로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박주미는 10년 전 드라마 ‘여인천하’에 출연할 당시의 미모 그대로였다.

불혹 박주미 10년 만의 설레는 나들이


90년대 초반 탤런트 박주미(39)는 단아한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92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모 항공사 CF 모델로 캐스팅됐고 뭇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청춘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으며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 ‘까치네’ ‘아줌마’ ‘여인천하’ 등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2001년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박주미는 돌연 결혼을 선언했다. 중견 피혁업체인 광성하이텍 대표의 외아들 이장원씨와 1년 열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기로 했던 것. 그 당시 또 하나의 재벌 2세와 연예인 커플이 탄생해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다. 결혼 후 박주미는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느라 1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1월 초 방송을 시작한 KBS 주말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연말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박주미는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서려니 떨린다”며 설레는 복귀 심경을 밝혔다.
“남들은 오래 쉬어서 부담되겠다고 하지만 전 1,2년 쉬다 나온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이에요. 첫 촬영 전에는 약간 긴장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단지 이렇게 많은 취재진 앞에 서는 건 정말 부담이에요.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는데 제작진이 꼭 나와야 한다기에 인사드리려고 왔어요. 제게서 세월의 흔적을 안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웃음).”
박주미는 쉬는 동안에도 꾸준히 출연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중에서 특별히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그가 맡은 서혜진은 결혼 후 큐레이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는 남편에게 맡긴 채 파리 유학길에 올라 3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는 여성이다.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여자잖아요. 남편과 양가 가족의 희생을 토대로 자신의 꿈을 이룬다니 저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죠. 전 항상 남편과 아이들이 우선이었거든요. 지금 이렇게 오랜만에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고 시부모님과 남편도 기꺼이 허락을 해줬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제가 극중 혜진이라면요? 저뿐 아니라 주부들 대부분이 아마 유학이라는 말도 못 꺼낼 걸요(웃음).”
박주미는 극중 서혜진을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학 장면을 촬영하려고 2박3일 동안 파리에 머물렀다. 쉴 틈 없이 촬영해야 하는 일정이었지만 오랜만에 일상에서 벗어나 해외 촬영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대본에 파리 유학 장면이 있기에 ‘파주 영어마을에서 촬영하나보다’ 생각했는데 직접 현지로 간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주말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해외 촬영을 했다고 해요(웃음).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상대역인 이상우씨를 만나는 장면을 찍었는데 그 풍경에 반해 한참을 넋 놓고 서 있었을 정도로 파리 분위기에 흠뻑 취했죠.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정말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어요.”

불혹 박주미 10년 만의 설레는 나들이


“뒷바라지 해주는 극중 남편보다 매력적인 ‘까도남’ 실제 남편이 좋아요”

불혹 박주미 10년 만의 설레는 나들이




박주미는 이번 작품에서 이재룡과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시기에 전성기를 누렸던 터라 친분이 두터울 것 같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됐다고. 하지만 제작발표회에서 두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가까워 보였다. 알고 보니 작품에 들어가기 몇 달 전 집 근처의 한 교육기관에서 학부형으로 우연히 만나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다고 한다.
“아이들 이름도 비슷하고 나이도 같아서 신기했어요. 사는 동네가 비슷한 건 알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같은 영어학원에 다니고 어울려서 운동도 하는 사이인 줄 몰랐어요. 학부형으로 만나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가까워졌어요. 그때는 한 작품에서 만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죠. 캐스팅되고 나서 상대역이 ‘이재룡 오빠’라는 걸 듣고는 ‘참 신기한 인연이다’라고 생각했죠(웃음).”
이재룡은 부드럽고 자상한 남편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유학 간 부인을 뒷바라지하며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심성 고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박주미에게 극중 남편과 실제 남편 각자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극중 남편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부인의 꿈을 이뤄주려는 착한 사람이죠. 제 남편은 총각 때도 그랬지만 약간 차갑고 까칠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요즘 말하는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에 가깝죠(웃음). 하지만 마음만큼은 극중 남편 못지않게 따뜻해요. 둘 중 택하라면 전 까칠한 매력이 있는 남편 쪽이에요. 결혼 전에도 지금도 변함없이 제 이상형이거든요.”
화목한 가정생활 덕분인지 박주미의 미모는 10년 전 그대로다. 그가 10년 만에 드라마 출연을 선언하자 사람들의 첫 관심이 그의 ‘동안 피부’에 쏠렸는데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묻자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요즘은 워낙 기술이 발달해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피부 관리법이 있더라고요. 제 생각엔 피부 관리를 하면 할수록 피부가 자극을 받아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집에 있을 때는 깨끗하게 씻은 뒤 기초제품만 바르고, 외출 할 때도 되도록 색조화장을 하지 않아요. 바르는 것에 신경을 쓰기보다 좋은 음식을 골라 먹고 편히 자는 것에 더 신경을 썼고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집 근처 헬스 트레이닝 센터에서 꾸준히 운동을 했는데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겠네요.”
박주미는 이제 자신의 삶에서 1순위였던 육아와 가사를 잠시 뒤로 하고 다시 배우로 서는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극중 서혜진은 혼나야 하는 캐릭터예요. 유학의 꿈이 있었다면 결혼하지 말아야지. 남편의 희생과 도움으로 꿈을 이룬다니 말이 되나요.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뒤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주며 꿈을 이루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죠. 하지만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어렵게 자라 인생 최고 목표가 큐레이터라는 꿈을 이루는 것밖에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복합적인 매력이 있는 캐릭터를 제가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지 염려도 되지만 시청자 분들이 애정을 갖고 봐주시면 더 바랄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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