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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안타까운 소식

양원경 박현정 부부 파경 위기 내막

글·김유림 기자 사진·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11. 02. 17

사랑하지만 죽도록 밉고, 다가서고 싶을수록 한 발 더 물러나게 되는 야속한 관계. 바로 부부다. 지난해 TV에서 공개적으로 부부간 갈등을 밝히고, 해결점을 찾으려 애썼던 개그맨 양원경·박현정 부부가 끝내 결별을 선택하려 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3년째 여의도에 있는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활동 중인 박현정씨를 만났다.

양원경 박현정 부부 파경 위기 내막


지난해 9월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위기에 빠진 부부를 구한다’는 특명 아래 진행된 ‘부부캠프’에서 다섯 쌍의 부부가 마음 깊숙이 박힌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낸 뒤 부둥켜안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산 것. 이들 중 유난히 관심을 모은 커플은 개그맨 양원경(43)·박현정(36) 부부였다. 올해 결혼 14년 차를 맞은 두 사람은 이미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듯 보였지만 부부캠프 솔루션을 따라가며 지난날의 상처를 극복하려 애쓰는 모습이 진한 감동을 줬다.
하지만 지난 연말, 두 사람은 끝내 위기의 순간을 넘지 못하고 법원에 이혼서류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이혼숙려기간으로 최종 결정은 3월 초에 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양원경은 한 인터넷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단순한 부부싸움 때문에 그렇게 됐다. 이혼할 생각은 없다. 숙려기간을 통해 아내와 화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가 재차 전화를 걸었을 때는 세간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당분간은 어떤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내 박현정씨의 입장은 어떨까. 얼마 전 그가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활동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접 그곳으로 찾아갔다. 3년 전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한 박현정씨는 현재 그곳에서 하루 5시간씩 시간제로 일하고 있었다.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있는 이 카페는 브라질,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남미지역 커피를 들여와 생두를 직접 로스팅해 커피 맛이 깊고 풍부하다는 평이다.
다소 한가로운 평일 오후 2시 반,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융(천)드립으로 커피를 만들고 있는 그가 보였다. 자신이 직접 내린 온두라스 커피를 들고 테이블로 온 그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 그는 잠시 당황했지만 조용한 목소리로 “지금은 말하기 곤란하다”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그는 커피잔이 비어갈 무렵, 커피포트를 들고 기자에게 다가와 상냥한 미소로 커피를 따라준 뒤 매장에서 직접 구운 쿠키도 건넸다. “커피 맛은 괜찮아요?” 하고 먼저 물어오기도 했다. 그에게 언제부터 바리스타로 활동했는지를 묻자 “3년 정도 됐다”고 답했다. 퇴근 시간은 오후 4시. 아마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아닐까 싶었다. 현재 그는 아홉 살, 열두 살 된 딸 둘을 키우고 있다.
매장에는 단골로 보이는 손님들도 있었는데,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정하게 대하는 손님부터 그가 만든 커피 맛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손님까지, 이 공간에서 그의 모습은 참으로 평온해 보였다. 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계산을 마친 뒤 다시 박현정씨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끝내 거절했다.
“지금은 어떤 얘기도 할 수 없어요.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된 뒤에 얘기할게요.”
양원경·박현정 부부는 지난 일년 동안 ‘스타부부쇼, 자기야’에 출연하면서 이미 부부간 갈등 요인을 상당부분 공개하며 살았다.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도 열심히 했던 이들이기에 이번 위기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양원경 박현정 부부 파경 위기 내막

3년째 바리스타로 활동하고 있는 박현정씨. 하루 5시간씩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부부캠프에서 전문가가 진단한 두 사람의 관계는 ‘물 같은 남편과 기름 같은 아내’. 한 공간에 있지만 섞이기 힘든 생활패턴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아내가 남편에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은 “당신은 개념이 없어. 당신은 왜 그래?” 등의 비난조이고, 그에 비해 자유로운 성향인 남편은 아내의 구속을 못 참고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같은 전문가의 조언에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십분 공감했다. 방송에서 박현정씨는 “지금껏 치열하게 싸우면서 얻은 결론은 ‘남편은 가정을 꾸리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사람’이었다.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사람인데 결혼을 해서 많은 부분이 힘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원경도 “아내의 융통성 없는 행동에 숨이 막힌다. 예를 들면 매일 저녁 내일 입을 옷을 미리 코디해주는데 아내는 애정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나는 간섭이라고 느낀다”며 서로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어 진행된 ‘부부 상처빼기’ 단계에서는 더욱 진솔한 두 사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부부 상처빼기’란 어린 시절 자신이 받은 상처를 배우자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것으로, 어린 시절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이 상처로 남아 있을 경우 훗날 자신의 결혼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현정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 인해 겪었던 공포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는 남편에게 “어린 시절 밤이 오는 게 싫었어. 아빠가 술이라도 마시고 들어오면 엄마 아빠가 심하게 싸우시니까, 초저녁만 되면 이불을 펴고 자려 했어. 나는 커서 엄마처럼 불행하게 살지 말아야지 하고 늘 다짐했는데, 내가 지금 딸들에게 똑같은 상처를 안겨준다는 게 너무 속상하고, 미안해”라고 하며 눈물을 쏟았다.
양원경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상처는 ‘가난’이었다.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빨리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결혼 후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런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 시절 돈에 찌든 엄마 모습이 너무 싫었는데 당신이 우리 엄마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가슴 깊이 끌어안았다.
아직 두 사람에게는 두 달 남짓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들의 선택을 섣불리 결정짓고 싶지 않은 이유는,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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