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01</B> 청계천 하류의 버들습지. 천변 가로수길이 아름다워 산책과 아침운동에 적격이다. <B>02 03</B> 시민들의 소원이 담긴 2만여 장의 타일로 이뤄진 소원의 벽.
am 6:00 달리는 아침, 천변풍경
청계천 하면 으레 도입부인 광화문의 청계광장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청계천은 그 위치와 시간대에 따라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특히 아침 청계천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하류로 내려가야 한다. 동대문구 마장동 고산자교 근처는 아침 운동을 즐기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코스이자 청계천이 ‘내’(시내보다는 크지만 강보다는 작은 물줄기)라는 사실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버들습지라고 불리는 이곳은 지난해 복원된 청계천 총 5.84km 중 마지막 구역으로 가장 자연친화적인 공간이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갯버들 꽃창포 같은 각종 수생식물을 옮겨 심어놓았고, 그 덕에 청계천 곳곳에서는 철새들을 비롯해 각종 동·식물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청계천도 청계천이지만, 이곳의 또 다른 맛은 가로수길에 있다. 고산자교에서 살곶이다리까지 조성된 갈대숲이나 고산자교 건너편 하류 상단에 위치한 사과나무길 등은 산책과 데이트, 아침운동에 적격이다. 한편으로는 사과나무가 드리워져 있고 다른 쪽에서는 내가 흐르는 길을 달리는 아침. 상상만으로도 상쾌하지 않은가.
pm 12:30 오후의 시작, 커피 한 잔의 휴식
평일 점심 혹은 오후의 청계천은 숨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이나마 숨을 고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특히 고층건물이 밀집돼 있는 중상류는 정오 무렵이면 점심식사를 마친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볼거리가 많은 분수 주변과 비교적 이동이 쉬운 다리 위아래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복원된 청계천에는 청계광장 옆 모전교를 시작으로 하류 버들습지가 있는 고산자교까지 총 22개의 다리가 있는데, 주변에 기업체들이 많이 위치한 광통교와 광교에서는 넥타이 부대를, 세운상가 근처 세운교와 평화시장 주변의 새벽다리, 나래교, 버들다리 등에서는 상인들의 모습을 주로 보게 된다.
<B>04</B> 패션광장 수변무대 뒷편 벽화. <B>05</B> 광교에서 장통교 사이에 있는 타일벽화‘정조반차도’.
청계광장 바닥에는 실제크기의 1백분의 1로 축소한 미니어처 청계천이 흐르고 있다.(왼쪽) 청계천 상류 야경(오른쪽).
청계광장 바닥에는 실제크기의 1백분의 1로 축소한 미니어처 청계천이 흐르고 있다.(왼쪽) 청계천 상류 야경(오른쪽).
조금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이라면 청계천 가까이로 내려가 시원하게 뿜어내는 분수의 움직임을 지켜보거나 통로 곳곳에 위치한 공공미술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특히 광교에서 장통교 사이 총 5천1백20장의 타일로 이루어진 타일벽화 ‘정조반차도’는 꼭 찾아서 볼 것.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에 다녀오는 8일간의 행렬이 그려져 있는데, 이 벽화의 원본은 김홍도를 비롯해 김득신 이인문 장한종 등 당대 최고 화가들이 합작해 그렸다고 한다. 패션광장에 있는 수변무대와 뒤의 다섯 개 벽화 역시 볼거리. 배진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장수홍 서울대 교수의 작품을 포함, 다섯 점의 가로그림이 대형 벽화로 제작돼 눈길을 끈다. 좀 더 하류 방향으로 내려가면 청계천 복원 전 시민들이 각자의 소망을 담아 2만여 장의 타일에 그려놓은 소망의 벽이 있다. 이곳에서 한 장 한 장의 타일에 그려진 누군가의 소원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뿐만 아니라 소망의 벽 바로 옆에 위치한 리듬벽천도 유심히 보자. 대리석 벽에 검정색 타원형의 돌을 박아 마치 물고기가 리듬을 느끼며 헤엄치듯 물이 흐르는 모습이 인상적인 리듬벽천은 인기 기념사진 촬영장소 중 하나라고 한다. 개천 중간 중간에 위치한 돌다리를 넘나들며 여기저기 벽면에 있는 공공미술 작품을 구경하는 것은 청계천을 120% 즐기는 한 방법이다.
pm 10:00 화려한 야경, 서울의 밤을 만나다
청계천을 논하는 데 있어 화려한 야경을 빠뜨릴 수 없다. 한 예로 곳곳에 위치한 분수의 경우 특이한 모양으로 흐르는 물줄기에 조명이 더해져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밤에는 특히 청계광장을 비롯, 청계천의 시작부분에 볼거리가 많다. 청계천의 조명시스템은 일출·일몰 시간에 맞춰져 있다고 하는데 대략 저녁 6시30분부터 이튿날 아침 7시까지 불이 켜져 있다고 한다. 조명이 켜진 2천1백여 평의 청계광장은 야외공연에 온 것 같이 꽤 낭만적인 분위기를 뽐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광장이 시작되는 곳에 우뚝 솟은 높이 20m, 무게 9톤의 소라 모양 조형물. 얼마 전 청계천 복원 1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이 조형물의 이름은 ‘스프링(샘)’으로 세계적 팝아티스트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이다. 또 촛불 형태의 분수와 청계천 물길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2단 폭포가 발광다이오드 조명을 받아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면, 청계광장 바닥 면 곳곳에 설치된 조명과 청계천을 1백분의 1로 줄였다는 미니어처 물줄기는 은은한 느낌을 풍긴다. 고층 건물들과 차 소리에 둘러싸여 다소 삭막했던 도심의 분위기가 맑은 물소리와 아름다운 조명 빛이 더해져 낭만적으로 변신했다. 가을밤, 더 쌀쌀해지기 전 가족과 함께 청계천변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청계천의 야경을 느끼다보면 서울의 밤과 사랑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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