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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름다운 그녀

TV 토크쇼 진행 맡아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 꿈꾸는 김미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건 제게 주어진 사회적인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기획·이남희 기자 / 글·강지남‘주간동아 기자’ / 사진ㆍ박해윤 기자

2006. 02. 08

지난해 12월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SBS 시사 토크쇼 ‘김미화의 U’가 낮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와 같이 사회적 공익에 보탬이 되는 진솔한 진행자가 되고 싶다는 김미화를 만났다.

TV 토크쇼 진행 맡아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 꿈꾸는 김미화

SBS 시사 토크쇼 ‘김미화의 U’ 녹화 현장.


요즘 김미화(42)에게는 ‘코미디언’보다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벌써 2년 넘게 진행해온 그가 지난해 12월부터는 SBS 시사 토크쇼 ‘김미화의 U’의 진행까지 맡고 있기 때문. ‘김미화의 U’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1시에 방영되는 낮 시간대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낮 시간에 공익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건 일종의 모험이에요.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기가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팀워크가 좋은 덕분에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해요.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1월1일에도 밤늦도록 일했는데, 젊은 친구들이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어요. MC로서 제작진에게 감사할 뿐이죠.”
그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TV와 라디오를 모두 합쳐 4개. 위에서 말한 두 가지 프로그램 외에도 KBS ‘개그사냥’, SBS ‘재밌는 TV 천국’까지 맡고 있다. 덕분에 하루를 온종일 쉴 수 있는 날은 토요일이 유일하다. 이처럼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이지만 그는 “즐겁다”고 말한다.
“사실 ‘김미화의 U’ 진행을 맡기로 한 이틀 뒤 병원에서 간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도 복용하고 있어요. 몸은 좀 고되지만 아직 젊어서 견딜 만해요. 하고 있는 일 모두 재미있고 보람돼 마음이 즐거워요.”

간 상태 좋지 않아 치료받고 있지만 일이 재밌어 힘든 줄 몰라
김미화의 일에 대한 열정은 ‘개그사냥’의 녹화 날, 다른 출연자들보다 두 시간 일찍 녹화장소에 도착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신인 코미디언들을 길러내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밤 12시45분에 방영되는 까닭에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그는 항상 녹화시간보다 두 시간 먼저 도착해 후배 코미디언들의 연기를 지도한다. 그는 “제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시청률과 상관없이 후배들의 실력이 나날이 향상되는 걸 보면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TV 토크쇼 진행 맡아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 꿈꾸는 김미화

‘김미화의 U’는 유명인이 출연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다분히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시사 프로그램. 학교폭력, 가정폭력, 부부공동재산제 등 사회적 이슈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시사적이면서도 공익적인 성격을 갖도록 한 데는 김미화의 역할이 컸다. 처음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부터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한 것도 그였고,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도 그라고 한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줄잡아 50여 개 시민사회단체의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인연을 맺어온 각종 인적 네트워크가 ‘김미화의 U’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2일 방영된 ‘1백만원의 행복’ 편에서는 익명의 독지가가 이 프로그램에 내놓은 3천만원을 창업 의지가 있는 30명의 저소득층에게 1백만원씩 나눠줬는데, 이 30명을 선발해준 창업 지원단체인 원주밥상공동체, 신나는조합 등은 그가 직접 제작진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 최고의 도움이지요. 때문에 익명의 시청자가 보내온 3천만원을 창업 의지가 있는 저소득층에게 창업의 씨앗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나눠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여러 창업 지원단체가 있다는 건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알게 됐고요.”
지난해 말 김미화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낙태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는 나경원 국회의원과 인터뷰를 하는 도중 ‘쓰리랑 부부’로 한창 인기를 얻을 당시 태아가 뇌수종에 걸렸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는 임신 6개월 때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한 것.

“녹화 전에 대본을 받아 읽는데 이런 대목이 있었어요. ‘만약 출산 전에 아이가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낳을 용기가 있었겠느냐’는 질문에 나 의원이 ‘의사 말을 들었을 것(낙태하겠다는 뜻)’이라고 대답하는 부분이었죠. 그걸 보면서 제가 항상 마음속에 죄책감으로 여기고 있던 일이 떠올랐어요. 나 의원에게 ‘당신이 딸을 키우고 있는 일은 내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장한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고 제 죄책감을 털어내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제 이야기를 하게 된 거죠.”

“연애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요”
TV 토크쇼 진행 맡아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 꿈꾸는 김미화

김미화는 “죄책감을 털어내고 싶어 방송 중 낙태 사실을 고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안타깝게 첫아이를 잃고 난 후 그는 어렵게 두 딸을 낳았다. 낙태수술 후 근무력증이 생겨 자꾸 유산돼 첫딸을 가졌을 때는 임신 기간 내내 누워 있다시피했다고. 그처럼 어렵게 얻은 귀한 두 딸에 대해 묻자 그는 “거의 방목하다시피하고 있다”며 웃었다. 일 때문에 너무 바쁜 탓에 여느 엄마들처럼 살갑게 챙겨주지 못한다는 것.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어린이’예요. 어릴 때부터 제가 밖에서 전화를 걸어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고 노래를 불러줬죠. 그러면 아이들은 ‘알아서 척척척~’이라며 노래를 이어 부르고…(웃음). 그래도 아이들이 참 착하고 순해서 고마워요.”
지난해 남편과 이혼한 그는 현재 서울 송파구에서 친정어머니, 두 딸과 함께 지내고 있다. 올 봄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큰딸은 벌써 키가 172cm가 될 정도로 늘씬해 장래 희망이 수퍼모델이고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둘째 딸은 외국어 감각이 뛰어나다며 수줍게 자랑했다. “요새 연애하시냐”고 물었더니 “연애요?…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라고 답했다.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시사 프로그램에 주력하는 요즘, 김미화는 자신의 역할 모델로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를 꼽았다. ‘김미화의 U’는 ‘오프라 윈프리쇼’ 중 이슈토크를 이상적인 모델로 설정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진행 도중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던가, 방청객으로 참여한 저소득층들에게 창업자금으로 1백만원씩을 깜짝 선물하는 등의 모습은 실제 ‘오프라 윈프리쇼’와도 닮은 부분.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점 또한 김미화와 오프라 윈프리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김미화는 자신과 오프라 윈프리의 공통점으로 ‘알려진 사람으로서 공익적인 일에 나서려는 점’을 꼽았다.
“방송인으로서, 알려진 사람으로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회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오프라 윈프리를 제 역할 모델로 삼고 있어요. 그게 제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하고요. 공익적인 일에 기여하면 사람들이 제 프로그램이나 연기를 보고 ‘저 여자가 하는 이야기는 진실한 걸 거야’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게 제게도 큰 도움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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