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처방받은 다이어트 약. 돈 받고 안 팔아요. ‘비건전’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판매자가 올린 다이어트 약 대리구매 홍보의 일부다. 대리구매는 공급자가 일반인은 구매하지 못하는 물품을 대신 구매한 뒤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최근 대리구매 시장에 “돈을 받지 않고 물건을 팔겠다”는 판매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따로 있다. 바로 돈이 아닌 성적 행위를 요구하는 것. 일명 ‘비건전’ 대리구매다. 특히 ‘나비약(디에타민정)’을 포함한 다이어트 약 대리구매 시장이 심상치 않다.
디에타민정은 환각을 부를 수 있어 만 16세 미만 처방이 불가한 향정신성의약품인데,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동경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SNS에서 불법 유통되는 나비약의 가격대는 한 알당 4000원에서 8000원 정도. 이로 인해 비건전 대리구매는 상대적으로 금전적인 여유가 없거나 판단력이 흐린 청소년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유통 경로를 통한 향정신성의약품의 무분별한 오남용은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매우 위험한 행위로 국민 보호를 위해 하루빨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비건전’ ‘댈구(대리구매)’ 등 관련 단어를 몇 개만 검색해도 비건전 대리구매를 제안하는 글이 쏟아지기 때문. 그중 몇에게 청소년으로 위장해 구매 의사를 보이자 10분도 안 돼 답이 왔다.
“1주 치 하면 효과 없을 텐데. 2주 치는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자신을 서울에 사는 30대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계정 운영자 A는 “약을 사고 싶다”는 쪽지에 “구강성교·삽입 성교 등에 따라 줄 수 있는 약의 양이 다르다”며 익숙하게 판매 단위를 안내했다. 그에 따르면 구강성교를 하면 1주 치, 삽입 성교 시 2주 치에 해당하는 다이어트 약 ‘휴터민정’과 ‘알룬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에게 금전 구매를 제안했지만 “돈은 원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의 응답이 늦어지자 A는 “지금까지 4명이 넘는 청소년이 약을 받아 갔고 모두 삽입 성교를 했다. 고민하면 받을 수 있는 약의 양이 달라진다”며 재촉하기까지 했다.
판매책이 조직적으로 연결된 정황도 포착됐다. ‘비건전’ ‘일탈’ 등 단어를 넣어 홍보 글을 올린 계정 운영자 B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에게 나이, 지역을 적은 쪽지를 보내자 “나이가 어리니 40대보단 20대 초 판매책으로 연결했다”면서 텔레그램 링크 하나를 보냈다. 링크로 들어가자 채팅 속 딜러는 10만 원과 성관계 중 선택해 지불하라며 다이어트 약 ‘기린알(가칭)’을 권했다. 그는 기린알을 “이틀만 먹어도 효과를 본다”고 광고했는데, 약의 정식 명칭과 주성분을 묻자 “유통을 맡아 모른다”며 대답을 피했다. 대화 내용은 대화가 끝난 5분 내로 모두 삭제됐다. 대화를 나눌 당시 모두 캡처하지 않으면 피해 상황을 보호자나 경찰에 설명할 방법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들은 인터넷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교묘한 방법으로 청소년 성매매를 이어가고 있었다.
다이어트 약뿐만 아니다. 취재 중 만난 C 씨는 청소년이 신었던 스타킹을 댓가로 담배 대리구매를 하고 있었다. 그는 “신었던 스타킹 하나에 담배 두 갑을 주겠다. 눈앞에서 벗으면 추가로 담배를 더 주겠다”며 직접 만남을 유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화가 마무리 된 뒤에도 “혹시 올 수 있냐” “직접 오면 추가금을 주겠다”는 쪽지를 여러 번 보내면서 구매자를 회유했다. 위험천만한 거래를 종료하고 싶어도 한 번 구매 의사를 보인 이상 판매자의 지속적인 연락을 받게 되는 셈이다.
마약 수사 전문가 김희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최근 성인이 ‘펜타닐 패치’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무차별적으로 처방받아 청소년에게 재판매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면서 “청소년의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성인이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해 성을 매수하면 실체적 경합범(각각의 행위로 복수의 죄를 범한 경우)으로 취급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3조(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의해 처벌된다. 김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촉법소년(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이 아닌 청소년은 약을 성매매로 구매한 본인도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신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비건전 대리구매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나 무턱대고 검거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딜러는 최종 공급자 아래 업자 중 하나, 즉 꼬리에 불과하다는 게 이유다. 불법 유통되는 다이어트 약인 기린알에 대해 묻자 “약물 시장에 은어가 많아 모두 파악할 수 없다”고 답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기막히고 황당하다”며 답답한 마음을 표했다. 그는 “약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청소년이 성인에게 종속될 가능성은 당연하고, 거래 시 얻은 개인정보를 활용한 불법촬영이나 신상털기 등 협박성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피해자가 대부분 범죄 신고가 어려운 청소년인 점을 고려해 적극적 위장 수사를 통한 선제 검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23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수사 특례 조항(제25조의 2)이 신설됐다. 이른바 N번방 사건에 따른 조치로 함정·위장 수사를 적법한 수사로 인정한 것이다. 조 대표는 “(청소년 성착취 피해 사례를 보면) 게이트(거래 물품)는 다이어트 약, 술, 담배 등 다양하지만 모두 만남을 통한 정서적·신체적 착취로 이어지는 양상”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조 대표는 “청소년 피해자가 발생한 뒤 사례를 모아 추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위장·함정 수사를 적극 활용해 가해자 조직이 넓어지기 전에 증거를 확보한 뒤 바로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댈구 #성범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여성동아
사진 뉴스1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판매자가 올린 다이어트 약 대리구매 홍보의 일부다. 대리구매는 공급자가 일반인은 구매하지 못하는 물품을 대신 구매한 뒤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최근 대리구매 시장에 “돈을 받지 않고 물건을 팔겠다”는 판매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따로 있다. 바로 돈이 아닌 성적 행위를 요구하는 것. 일명 ‘비건전’ 대리구매다. 특히 ‘나비약(디에타민정)’을 포함한 다이어트 약 대리구매 시장이 심상치 않다.
디에타민정은 환각을 부를 수 있어 만 16세 미만 처방이 불가한 향정신성의약품인데,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동경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SNS에서 불법 유통되는 나비약의 가격대는 한 알당 4000원에서 8000원 정도. 이로 인해 비건전 대리구매는 상대적으로 금전적인 여유가 없거나 판단력이 흐린 청소년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유통 경로를 통한 향정신성의약품의 무분별한 오남용은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매우 위험한 행위로 국민 보호를 위해 하루빨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XX하면 1주 치, △△하면 2주 치”
10월 13일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열린 국제공조를 통한 마약류 밀수 단속 경과 브리핑에서 공개된 세관 압수 마약류 중 일부.
“1주 치 하면 효과 없을 텐데. 2주 치는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자신을 서울에 사는 30대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계정 운영자 A는 “약을 사고 싶다”는 쪽지에 “구강성교·삽입 성교 등에 따라 줄 수 있는 약의 양이 다르다”며 익숙하게 판매 단위를 안내했다. 그에 따르면 구강성교를 하면 1주 치, 삽입 성교 시 2주 치에 해당하는 다이어트 약 ‘휴터민정’과 ‘알룬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에게 금전 구매를 제안했지만 “돈은 원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의 응답이 늦어지자 A는 “지금까지 4명이 넘는 청소년이 약을 받아 갔고 모두 삽입 성교를 했다. 고민하면 받을 수 있는 약의 양이 달라진다”며 재촉하기까지 했다.
판매책이 조직적으로 연결된 정황도 포착됐다. ‘비건전’ ‘일탈’ 등 단어를 넣어 홍보 글을 올린 계정 운영자 B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에게 나이, 지역을 적은 쪽지를 보내자 “나이가 어리니 40대보단 20대 초 판매책으로 연결했다”면서 텔레그램 링크 하나를 보냈다. 링크로 들어가자 채팅 속 딜러는 10만 원과 성관계 중 선택해 지불하라며 다이어트 약 ‘기린알(가칭)’을 권했다. 그는 기린알을 “이틀만 먹어도 효과를 본다”고 광고했는데, 약의 정식 명칭과 주성분을 묻자 “유통을 맡아 모른다”며 대답을 피했다. 대화 내용은 대화가 끝난 5분 내로 모두 삭제됐다. 대화를 나눌 당시 모두 캡처하지 않으면 피해 상황을 보호자나 경찰에 설명할 방법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들은 인터넷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교묘한 방법으로 청소년 성매매를 이어가고 있었다.
다이어트 약뿐만 아니다. 취재 중 만난 C 씨는 청소년이 신었던 스타킹을 댓가로 담배 대리구매를 하고 있었다. 그는 “신었던 스타킹 하나에 담배 두 갑을 주겠다. 눈앞에서 벗으면 추가로 담배를 더 주겠다”며 직접 만남을 유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화가 마무리 된 뒤에도 “혹시 올 수 있냐” “직접 오면 추가금을 주겠다”는 쪽지를 여러 번 보내면서 구매자를 회유했다. 위험천만한 거래를 종료하고 싶어도 한 번 구매 의사를 보인 이상 판매자의 지속적인 연락을 받게 되는 셈이다.
마약 수사 전문가 김희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최근 성인이 ‘펜타닐 패치’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무차별적으로 처방받아 청소년에게 재판매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면서 “청소년의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성인이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해 성을 매수하면 실체적 경합범(각각의 행위로 복수의 죄를 범한 경우)으로 취급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3조(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의해 처벌된다. 김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촉법소년(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이 아닌 청소년은 약을 성매매로 구매한 본인도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신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비건전 대리구매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나 무턱대고 검거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딜러는 최종 공급자 아래 업자 중 하나, 즉 꼬리에 불과하다는 게 이유다. 불법 유통되는 다이어트 약인 기린알에 대해 묻자 “약물 시장에 은어가 많아 모두 파악할 수 없다”고 답했다.
2차 성범죄 우려 심각
SNS에서 쉽게 보이는 다이어트 약 비건전 대리구매 광고글.
청소년들이 대리구매 요청글을 올리면 성인판매자가 이에 반응해 거래를 제안하기도 한다.
조 대표는 “청소년 피해자가 발생한 뒤 사례를 모아 추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위장·함정 수사를 적극 활용해 가해자 조직이 넓어지기 전에 증거를 확보한 뒤 바로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댈구 #성범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여성동아
사진 뉴스1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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