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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column

미란다 커와 기네스 팰트로가 보내온 선물

#Well-Immune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입력 2020.05.28 10:30:01

코로나19로 자택대피령이 계속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뉴요커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자택대피령이 계속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뉴요커들이 늘고 있다.

많은 뉴요커들이 5월 안에는 다시 회사에 출근하거나 예전처럼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아직 뉴욕은 코로나19로 ‘록다운(Lockdown)’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기에 집 안에서 지내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이렇게까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을 때의 일이다. 요즘 미국 뉴스에는 실내에서만 갇혀 지내는 것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는 사람들, 우울감과 무력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일 등장하고 있다. 

필자도 업무와 관련된 대부분의 자료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보관돼 있어 인터넷만 연결되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재택근무가 가능하지만, 그런 생활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자 답답하고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사무실에서 키우는 식물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으로 무장하고 회사에 나갔다. 평소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편이었지만, 대중교통은 위험하기에 자동차를 이용했다. 회사 빌딩 바로 옆 건물에서 유럽으로부터 온 확진자가 1명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에 마음이 더욱 무겁던 차였다. 뉴욕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는 한국이나 아시아의 그것과 달리, 유럽에서 온 변종 바이러스라 젊은 사람들도 걸리면 치사율이 높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뉴욕 소호 인근 ‘트라이베카(TriBeCa)’ 지역에 위치한 회사 빌딩은 두 달 만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건물 입구의 보안 데스크는 전면 유리 커버가 씌워져 있었고, 그 안에서는 경비원이 아닌 방역 회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열감지 센서를 통해 드나드는 사람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뉴욕의 건물들은 테러 방지를 위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상주하는 상업용 빌딩에 방역 시스템이 강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오랜만에 도착한 사무실 앞에는 엄청난 양의 우편물이 쌓여 있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사무실로 배송된 각종 청구서와 매거진을 보니 어디선가, 누군가는 정상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반갑기까지 했다. 다시, 하루빨리 예전의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과,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불안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영양제 주고받으며 서로 안부 챙기는 뉴요커들

자신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기네스 팰트로와 미란다 커는 영양제와 뷰티 제품 등이 담긴 선물 상자를 보내며 주변 사람들을 위로했다.

자신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기네스 팰트로와 미란다 커는 영양제와 뷰티 제품 등이 담긴 선물 상자를 보내며 주변 사람들을 위로했다.

집에서 지내는 내내 걱정했던 사무실의 식물들은 ‘거짓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었다. 두 달간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화분에 물을 충분히 주고 간단히 영양제도 꽂아두고 나니, 밀렸던 우편물과 매거진과 소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시즌이 지나버린 잡지에는 코로나19로 바뀐 세상이 담기지 못했다. 새로운 봄·여름 시즌을 맞이하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의 기분 좋은 에너지로 가득한 잡지를 보며 왠지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시즌의 트렌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 짐작할 수 있기에 더욱 그랬다. 패션 브랜드들의 2020년 봄·여름 시즌 판매 실적은 과거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조할 것이라는 리포트들이 나오고 있다. 

사무실에 도착한 소포들 중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도 있었다. 모델 미란다 커가 지금 같은 시대에는 면역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자필 메시지와 함께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각종 영양제를 모아서 한 박스나 보내온 것이다. 그녀가 론칭한 오가닉 뷰티 브랜드 ‘코라(KORA)’에서 발매한 오가닉 노니 파우더는 물론, 불안과 우울로 가득한 세상에서 정신을 맑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정 세트도 함께 들어 있었다. 한 란제리 브랜드 작업을 7년 이상 함께한 덕분에 가깝다면 가까운 관계이긴 했지만,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마음을 써주는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자가격리 중에 자신을 케어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Self-care is very important while we self-isolate)’라고 적힌 그녀의 메시지 카드가 새삼 감동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배우 기네스 팰트로도 자신이 디렉팅을 맡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굽(GOOP)’이 전개하는 비타민과 영양제와 문더스트(Moon Dust)라는 파우더 제품 등을 예쁜 상자에 담아 보내왔다. 

미란다 커와 기네스 팰트로뿐만 아니라, 그간 함께 일해왔던 많은 사람이 자신들도 똑같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음에도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걱정하며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선물을 보내왔다. 코로나19는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주변인들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디자인 최정미



여성동아 2020년 6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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