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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돌’ 이준호, 황찬성은 어떻게 ‘대세 배우’가 됐을까

글 김윤정 프리랜서 기자

2022. 01. 21

데뷔 15년 차 그룹 2PM이 2022년 다시 대세로 등극했다. 그 중심에는 멤버 이준호와 황찬성이 있다. 이준호는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황찬성은 채널A ‘쇼윈도:여왕의 집’으로 2021년 마지막부터 2022년의 시작까지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이준호의 흥행 시동이 걸린 건 군대에 있을 때부터다. 그가 군 복무 중이던 2020년, 2PM의 5년 전 활동 곡인 ‘우리집’이 날벼락처럼 차트를 역주행했다. 이준호는 ‘우리집 준호’라 불리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그가 군인이라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지 않자 안달 난 팬들은 과거 영상 아래 ‘우리집에 가자더니 왜 군대에 갔느냐’ ‘입덕하고 보니 제대가 500일 남았다’ ‘준호를 모르고 살았던 날들을 반성한다’ 같은 댓글을 달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 유쾌한 댓글 릴레이가 다시 입소문을 타는 방식으로 화제성이 지속됐다.

막상 복귀의 출발선에 섰을 때는 그리 큰 환호를 받지 못했다. 이준호가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조 역을 맡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우리집에 가자고 끼를 부리던 사람이 웬 정조냐” 같은 지적이 줄을 이은 것. 하지만 이준호는 사경을 헤매는 순간에도 사랑을 놓지 않는, 절절하고도 뜨거운 이산(정조)의 모습을 연기하며 우려를 감탄으로 바꿔놓았다.


강직하면서도 섹시한 ‘이준호표’ 이산의 힘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조 역을 맡아 ‘대세남’으로 떠오른 이준호.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조 역을 맡아 ‘대세남’으로 떠오른 이준호.

강직하면서도 섹시한 ‘이준호표’ 이산의 힘으로 이 드라마는 순간 최고 시청률 19%를 찍었다. MBC로서는 3년 만에 받아본 성적표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이 작품은 ‘2021 MBC 연기대상’에서 8관왕에 올랐고, 이준호는 최우수연기상과 베스트커플상 2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준호는 2PM 데뷔 당시 가장 주목받은 멤버는 아니다. 춤과 노래 모두 안정적으로 해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닉쿤과 택연이었다. 하지만 그룹 활동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은 덕에 오히려 영화 속 이준호의 모습이 대중에게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가 가난한 재수생(영화 ‘스물’·2015)이나 특수 경찰(영화 ‘감시자들’·2013)을 연기할 때 대중은 ‘짐승돌 2PM’을 떠올리지 않았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배우로서 이준호의 가치를 단박에 알아봤다. 자신이 주연한 영화 ‘협녀, 칼의 기억’(2015) 감독에게 “무사 역할 캐스팅이 고민이라면 이준호가 출연한 ‘감시자들’을 한번 보시라”고 권한 것. “웃으면 소년 같고 가만히 있으면 서늘한 얼굴을 지닌 배우”라는 전도연의 평가에 감독은 전도연·이병헌·김고은 라인업에 이준호를 추가했다.



이렇듯 대중보다 업계의 신임을 먼저 산 이준호는 이제 인기까지 거머쥔 완벽 대세남이 됐다. 2022년 1월 개인 브랜드평판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이준호는 전월보다 39% 상승한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한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2위로 뒤를 이었다.

2PM 막내 황찬성 역시 최근 단단한 연기력으로 그룹의 명성에 보탬이 되고 있다. 그의 연기 인생은 사실 가수로서의 삶보다 더 길다. 아이돌로 데뷔하기 전인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하며 눈도장을 찍은 그는, 그룹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캐릭터 경중을 따지지 않고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착실하게 쌓았다.

황찬성 배우 생활에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은 뮤지컬 ‘인터뷰’(2017). 한번 무대에 오르면 퇴장 없이 2시간 내내 연기해야 하는 이 역할은 해리성정체장애를 앓는 다중인격자다. 14세 소년, 순수한 청년, 어린 여자아이, 사이코패스 등을 오가며 표현해야 한다. 황찬성은 이 배역을 2017~18년 연속으로 맡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기 내공을 다졌다.

‘쇼윈도:여왕의 집’에서 연기 내공 뽐낸 황찬성

황찬성은 채널A 드라마 ‘쇼윈도:여왕의 집’에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황찬성은 채널A 드라마 ‘쇼윈도:여왕의 집’에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1월 제대 후 처음 고른 작품인 채널A 드라마 ‘쇼윈도:여왕의 집’은 치정 멜로다. 얽히고설킨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지만 소재가 불륜인 만큼 아이돌 가수로서는 의외의 선택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더 큰 도전이었다”고 한 황찬성은 불륜을 저지른 매형에게 분노하며 복수를 감행하는 남동생 역을 맡아 시청률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이 드라마 시청률은 2%대로 시작해 8.4%까지 올랐는데 개국 10년째에 접어든 채널A가 받은 역대 최고 성적표다.

연기 복귀에 성공한 황찬성에게는 올해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결혼과 출산, 소속사 이적이 그것이다. 황찬성은 ‘쇼윈도:여왕의 집’이 한창 방영 중이던 지난해 12월 15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오랫동안 교제해온 사람과 군 전역 후 결혼을 준비하고 계획하던 중 예상보다 빠르게 새 생명의 축복이 내렸다. 이르면 내년(2022) 초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아직 임신 초기라 무척 조심스럽지만 여러분께 가장 먼저 이 사실을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소식을 전한다’며 ‘1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15년간 함께한 JYP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도 알렸다.

이준호와 황찬성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팀 치치’.

이준호와 황찬성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팀 치치’.

2PM의 새로운 대세남인 이준호와 황찬성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동원F&B. 지난해 여름 이 둘을 콕 찍어 신인 프로젝트 그룹 ‘팀 치치(TEAM CHICHI)’를 결성했다. 이후 이들의 데뷔 뮤직비디오를 콘셉트로 한 참치 광고를 공개했다. 팬 투표로 결정된 ‘잊치치’와 ‘찬치치’를 각각 부캐 닉네임으로 정하고 ‘오. 마이. 갓. 참치! 동원참치’에 맞춰 절도 있는 안무와 강렬한 노래를 선보인 덕에 제품은 출시 2개월 만에 40만 개가 팔렸다.

가장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않았지만 진득하게 때를 기다리며 내실을 가꾼 이준호와 황찬성. 조바심 내지 않았던 인내와 꾸준했던 노력의 결실이 이제 막 꽃을 피웠다. 가장 오래 기다린 그들이 가장 오래 빛날 시간이다.

사진제공 MBC 채널A 동원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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