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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날 마시면 더 맛있는 ‘임페리얼 스타우트’ 펍 3

글 오홍석 기자

입력 2022.01.19 10:30:01

달콤한 코코아와 부드러운 위스키 사이 어디쯤에 있는 맥주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겨울 추위를 잊기에 안성맞춤인 술이다.
추운 겨울에 황금빛 라거를 마시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청량한 라거가 여름에 더 잘 어울리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겨울에 마실 만한 맥주는 없을까. 맥주 애호가들이 꼽는 겨울에 마시기 좋은 맥주는 단연 ‘임페리얼 스타우트’다. 달콤한 코코아와 부드러운 위스키,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이 달콤한 맥주의 특징은 검은 외관, 갈색 거품, 고급스러운 단맛, 그리고 묵직한 보디감이다. 알코올 도수가 10%를 상회해 추운 몸을 달아오르게 하기에도 충분하다.

‘기네스’로 대표되는 ‘스타우트’ 맥주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앞에 붙은 ‘임페리얼’은 대체 무슨 뜻일까.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18세기 영국인들이 러시아제국에 수출할 목적으로 만든 술이다. 그래서 제국을 뜻하는 ‘임페리얼(imperial)’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었다. 당시 영국인들은 바닷길을 건너는 동안 맥주가 어는 것을 막고자 맥아와 홉을 기존 스타우트 제조 방식에 비해 더 많이 넣었다. 그래서 도수가 올라가고 단맛이 강해졌다. 이제는 통상적 스타우트보다 도수가 높고 더 강렬한 맛이 나는 맥주에 임페리얼 스타우트라는 이름을 붙인다.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유구한 전통만큼이나 많은 변화를 겪었다. 최근 미국 수제맥주 양조사들은 단맛과 묵직함을 강조하기 위해 초콜릿, 유당, 캐러멜, 커피 등 상식을 깨는 각종 재료를 첨가하고 있다. 몇몇 브루어리는 위스키가 숙성한 오크통에 맥주를 넣어 나무 향을 입히기도 한다. 아래 소개하는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모두 국내 브루어리가 각각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창조한 것들이다. 도수가 높아 맛있다고 홀짝이다 보면 쉽게 취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01. 아포가토를 맥주로 만들면 이런 느낌?

‘서울브루어리’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과 용산구 한남동에 각각 지점이 있다. 두 곳 모두 인테리어를 일본 디자이너 마키시 나미가 담당했다. 합정점은 가옥을 리모델링한 구조로, 좌석을 미니멀한 목재 가구와 테라스의 캠핑 의자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나무 좌석에서는 통유리창 너머로 양조 시설이 보인다. 서울브루어리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이름은 ‘미드나잇 에스프레소’. 바닐라와 카카오가 들어가 커피와 헤이즐넛 향이 강하다. 유당을 첨가해 보디감도 묵직하다.

 그 위에 달콤한 맛이 더해져 마치 아포가토를 마시는 느낌이 난다. 매장에서는 캔 제품도 판매하니 펍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면 집에 가는 길에 구매해도 좋겠다.



ADD 서울 마포구 토정로3안길 10(합정점) |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18길 18(한남점) seoulbrewery 
MENU Midnight Espresso | ALC 10.0% / IBU 30

02. 버번 배럴에 숙성한 고급 임페리얼 스타우트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 위치하고 있다. 자유로를 타고 한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주유소 옆 브루어리와 마주하게 된다. 이곳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이름은 ‘흑백(黑百)’. 2017년 겨울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가 양조 100회 달성을 기념하여 만든 술이라 이름에 흰 백(白) 대신 일백 백(百)을 넣었다. 흑백의 핵심 재료는 맥아를 단맛이 나도록 볶은 초콜릿 맥아다. 커피 원두도 부재료로 들어갔다. 맥주답지 않게 끈적끈적한 질감의 술을 잔에 따라 들이켜면 달콤한 첫맛 뒤에 건포도와 자두 맛이 느껴진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1월 20일, 미국식 위스키 버번이 숙성한 오크통에서 20개월간 숙성시킨 ‘흑백 버번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내놓았다. 긴 숙성 기간으로 대량 생산이 어려우니, 참나무 향 가득한 특별한 맛을 원하는 독자는 서두르는 게 좋겠다.

ADD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법곳동 1291 1층 playground_brewery 
MENU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 | ALC 10.0% / IBU 58

03. 한국에도 설인이 나타났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의 최대 매력은 스무 가지가 넘는 폭 넓은 맥주 선택지다. 여느 펍처럼 잔 단위로 맥주를 판매하지만, 이용자가 직접 생맥주 기계의 출수관 꼭지를 당겨 잔에 따르는 ‘셀프 탭 방식’도 이용할 수 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이름은 ‘블랙 예티 스타우트’. 예티는 히말라야산맥에 산다는 온몸이 털로 뒤덮인 전설 속 설인(雪人)이다. 미국 수제맥주 업계에는 겨울 맥주에 설인 이름을 붙이는 장난스러운 유행이 있다. 맥주 이름에서 이 밈(meme·모방을 통한 문화 요소)을 가져온 제작자의 익살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블랙 예티의 특징은 숙성 과정에 구운 오크칩을 첨가한 점이다. 오크칩은 오크통을 잘게 부숴 만든 가루를 뜻한다. 오크칩을 맥주에 넣으면 짧은 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맥주가 오크통에서 숙성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통을 중시하는 양조사라면 경악할 일이지만, 재미와 개성을 추구하는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전혀 이상할 것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ADD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4길 4 amazingbrewing_pub 
MENU 블랙 예티 스타우트 | ALC 9.0% / IBU 53

IBU란?
눈이 밝은 독자는 편의점에서 구입한 캔 맥주에서 IBU라는 글자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IBU는 International Bitterness Unit(국제 쓴맛 지수)의 줄임말로, 맥주의 쓴맛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가장 대중적인 라거 맥주의 IBU는 5~25 수준이다. 홉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IPA 종류는 IBU가 보통 40대이고 최고 70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 맥주 특징을 설명하는 지표로는 알코올 도수를 보여주는 ALC(Alcohol)·ABV(Alcohol by Volume), 맥주 색상을 나타내는 SRM(Standard Reference Method) 등이 있다.

사진제공 서울브루어리 플레이그라운드브루어리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여성동아 2022년 1월 6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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