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

제3회 K-팝 덕후 마음대로 어워즈

윤혜진 객원기자

2025. 12. 19

철저하게 사심을 담아 올 한 해 인상 깊었던 아이돌을 뽑아
세상에 하나뿐인 상을 드립니다!

박진영

최근 대중문화교류위원장에 발탁된 박진영을 섭외하기 위해 JYP 관계자 3명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 누구도 박진영을 대표님이나 프로듀서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들에겐 그저 “박진영 씨”였다. 박진영이 강조하는 수평적 조직 구조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한 딴따라를 꿈꾸는 박진영은 고위급 공무원이 되고서도 달라진 점이 없다. 올 11월 새 앨범을 내놓았고, 유튜브 예능 ‘출장 십오야 X JYP 스카우트’에 소속 아티스트들과 출연해 격의 없이 어울렸다. 박진영이 망가지는 데 거리낌이 없는 이유는 최정상에 선 자의 자신감 덕분이다. 아무리 박진영의 비닐 바지가 수십 년째 회자되고, 그의 사진이 ‘남친짤’ 밈으로 돌아다녀도 박진영은 박진영이다. K-팝 걸 그룹 최초로 ‘빌보드 200’에 10번째 진입한 트와이스, 7연속 ‘빌보드 200’ 1위란 대기록을 세운 스트레이 키즈가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우주소녀 다영

고백하자면 2016년 데뷔한 우주소녀 다영의 그간 뮤직비디오나 직캠을 여러 번 돌려보며 진지하게 감상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 9월 발매한 다영의 첫 번째 솔로 디지털 싱글 앨범의 타이틀곡 ‘body’와 수록곡 ‘number one rockstar’ 관련 영상은 숱하게 감상했다. 일단 퀄리티 자체가 좋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나 더 청량한 보컬과 에이브릴 라빈을 연상시키는 확 달라진 비주얼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원하는 곡을 위해 미국 현지 작곡가들을 직접 접촉한 패기, 12kg을 감량하면서도 ‘body’ 댄스 챌린지 90여 개를 촬영해놓는 독기도 감동적이다. 특히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한 다영이 “정말 많이 사랑받고 싶었는데,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우는 영상은 쇼츠로 계속 마주쳤다. 역시 K-팝은 감동 서사가 들어가야 제맛이렷다. 

알파드라이브원 이상원



Mnet 아이돌 서바이벌 ‘보이즈 2 플래닛’을 통해 알파드라이브원으로 곧 정식 데뷔하는 이상원은 프로그램 방영 내내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잘생쁨’의 정석 비주얼과 월등한 실력이 빛났다. 게다가 종종 보이는 사연 있는 눈빛이 이상원의 매력을 완성했다. 만약 몸담았던 빅히트뮤직의 ‘트레이니A’ 데뷔가 무산되지 않았다면, 그래서 아이돌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하며 지낸 시간이 없었다면 볼 수 없었을 눈빛이다. 하지만 그때의 아이돌 이상원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남돌에게 있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은 특유의 청량미를 볼 수 있는 첫 번째 황금기인데, 이상원은 ‘군백기’보다 더 긴 3년이란 숙성 시간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졌다. 그 시간을 손해배상이라도 받듯 더 승승장구하길!

이재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Golden’의 작곡가이자 루미 파트를 부른 이재는 엄밀히 말하면 아이돌은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12년 동안 연습한 아이돌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블랙핑크 리사도 소속된 미국 대형 에이전시 WME와 계약을 맺고 첫 싱글 앨범 ‘In Another World’를 발표한 어엿한 솔로 가수다. 얼마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재는 “외국에서 진행한 싱어롱 행사에서 모든 아이가 한국말을 하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는데, 기자는 딸아이 학교 행사에서 ‘Golden’이 나오자 아이들 전부 영어를 따라 불러 신기했다. 전 세계 어린이를 노래로 하나 되게 만든 건 ‘겨울 왕국’ OST ‘Let It Go’ 이후 오랜만이다. 이 어려운 걸 해낸 이재는 앞으로 ‘up, up, up’ 할 일만 남았다. 

SBS funE ‘더쇼’

마음속 공로상 후보가 여럿 있었다. 6년 만에 완전체로 공연하는 ‘아이돌의 시초’ H.O.T.와 올해 솔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소녀시대 태연, ‘202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아이돌 최초로 옥관문화훈장을 수상한 지드래곤 등이었다.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의 빛나는 기록을 견주어보다가 최근 들려온 ‘더쇼’의 폐지 소식에 이리로 마음이 기울었다. 지난 2011년 4월 처음 전파를 탄 ‘더쇼’는 SBS 계열 케이블 채널인 SBS funE에서 매주 화요일 방영했던 음악 프로그램이다. 올 11월 11일 마지막 방송까지 14년 동안 ‘중소돌의 등용문’으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더쇼’는 출연을 해야만 1위 후보에 오를 수 있어 생애 첫 1위를 노리는 신인과 1위 트로피가 귀한 중고참급 아이돌들에게는 필수 참석 코스였다. 앞서 다영의 진정성 넘치는 1위 수상 소감도 ‘더쇼’에서 나왔다. 하지만 저조한 시청률과 제작비의 벽이 높아도 너무 높았다. K-팝의 양극화가 곳곳에서 심화되고 있다.

에이티즈

수년간 에이티즈를 지켜본 에이티니로서 올해 ‘마의 7년’을 맞은 에이티즈가 재계약을 할 거란 예상은 했다. 그런데 새 계약 기간이 무려 7년일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에이티즈는 늘 예상을 깼다. 앨범 홍보로 청양고추 실은 트럭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게 했고, 올 6월 미니 12집 앨범 타이틀곡 ‘Lemon Drop’이 그룹 최초로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 69위로 진입해 놀라게 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미니 12집 에디션 앨범을 선보이며 ‘In Your Fantasy’로 68위에 올랐다. 그리고 해적 세계관을 가진 에이티즈가 지난 10월 24일 데뷔 7주년을 기념해 한강 유람선 팬 이벤트를 벌였을 때, 운 좋게 승선한 배 위에서 더 이상 그들의 행보에 대해 예상하는 건 부질없다고 느꼈다. 예상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에이티즈가 모는 배는 편도로만 간다는 것뿐이다. 

#골든 #에이티즈 #알디원 #여성동아

사진출처 각 아이돌 SNS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