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동아 로고

Celeb farewell

편히 쉬어요 굿바이, 설리

EDITOR 조광형 뉴데일리 기자

입력 2019.10.24 17:00:01

설리가 25년의 ‘짧은 발자취’를 남기고 떠났다. 그의 극단적인 선택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
편히 쉬어요 굿바이, 설리
10월 14일 오후 5시 10분, 휴대전화가 부르르 떨렸다. 한 선배 기자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경찰, 연예인 설리 사망 신고 접수… 확인 중’이라는 문구에 충격을 받아 링크된 기사를 읽어볼 겨를도 없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지하철역으로 달려갔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였다. 그사이 ‘사망 신고 접수’는 ‘사망 확인’으로 바뀌었다. 

설리의 집 주변엔 이미 50여 명의 취재진이 모여 있었다. 집 주변에 주차된 차량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내부를 살펴보니 안쪽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경찰과학수사대 감식반 요원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현관문 앞에는 아직 개봉하지 않은 종이 박스가 하나 놓여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날 새벽에 배송된 ‘신선식품’이었다. 이날 먹으려고 설리가 주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집 안의 벽에는 그림 몇 점이 걸려 있었고 일부는 바닥에 세워져 있었다. 설리는 그림 그리는 게 취미였다.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전문가용 미술 도구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나온다. 완성된 작품도 꽤 수준급이다. 이날 기자의 눈에 띈 그림도 설리가 그린 작품들로 추정된다. 

잠시 후, 한 감식반 요원이 유가족을 찾았다. “가족분들, 들어오세요.”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려 집 안으로 들어가는 유족의 모습을 볼 순 없었는데 나중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설리의 어머니와 오빠가 왔었다고 한다. 

오후 8시 40분경, 사설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자택 안에 누워 있던 시신은 그제야 담장을 벗어났다. 설리의 매니저가 자택에 숨져 있는 그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지 5시간이 지나서다. 




공개 연애하며 네티즌 관심 집중돼

편히 쉬어요 굿바이, 설리
설리는 아역 배우로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방영된 SBS 드라마 ‘서동요’가 데뷔작이다. 이 드라마에 어린 선화공주 역으로 출연했던 설리는 2009년 걸 그룹 f(x)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키가 170cm로 큰 편이어서 별명이 ‘자이언트 설리’였다. 설리는 늘씬한 몸매와 귀여운 얼굴로 금세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f(x)는 ‘라차타(LA chA TA)’ ‘Chu~♡’ ‘NU 예삐오(NU ABO)’ ‘Electric Shock’ 등 다수의 히트곡을 냈다. 

하지만 설리는 2015년 팀을 탈퇴하고 연기 활동에 주력했다. 걸 그룹으로 활동할 당시 ‘악플’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던 그는 연기자로 전업한 이후 좀 더 자유로운 행보를 보였다. 특히 그가 팬들과의 소통 창구로 여긴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꾸밈없는 일상이 담긴 사진을 꾸준히 올려 화제를 모았다. 

가끔은 너무나 자유분방한 언행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히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이 구설에 올랐는데 당사자인 설리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설리와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은 바로 이 점을 염려했다.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서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선 자유분방하게 보일지 몰라도 설리는 ‘집순이’였다”며 “잘 놀 줄도 모르고, 남에게 큰 소리도 못 내는 마음이 참 여린 친구였다”고 말했다. 

설리가 자유분방한 성품을 갖게 된 건, 연인 관계였던 래퍼 최자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최자와 사귄 2014년부터 그녀의 표현 방식이 솔직하고 대범해졌다는 것이다. 교제 당시 이들은 SNS상이나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 표현을 숨지지 않아 주변의 질투와 부러움을 샀다. 그러다 차츰 설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015년 최자가 발표한 ‘먹고하고자고’라는 노래 때문이었다. 이 노래를 접한 설리의 지인들은 최자가 설리를 성적 대상으로 희화화했다고 비난했지만 이 같은 반응이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을 만큼 두 사람은 뜨겁게 연애하다 2017년 결별했다. 

이후에도 소신 있는 행보를 보이며 당당함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설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재능 많고 아름다운 그의 짧은 생을 안타까워하며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팬은 최자를 원망하며 무자비한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최자 또한 비통하기는 마찬가지. 최자는 10월 16일 인스타그램에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남겼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했다. 이토록 안타깝게 널 보내지만 추억들은 나 눈감는 날까지 고이 간직할게. 무척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설리는 사랑에 굶주린 아이였다”

편히 쉬어요 굿바이, 설리
경기도 성남수정경찰서 관계자는 10월 16일 “고인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가족 동의를 거쳐 오늘 오전 영장을 발부받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며 “오전 9시부터 2시간가량 부검이 이뤄졌고, ‘외력이나 외압 등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구두 소견을 국과수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최종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상 자살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 경찰 관계자는 “다른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고인이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점에서 반전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CCTV 조사가 덜 끝났고 국과수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에 의한 사망설’을 뒷받침하는 가족의 증언도 나왔지만 2016년 11월 사회면을 장식했던 한 사건을 중요한 징후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당시 언론을 통해 ‘설리가 만취 상태로 한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설리가 자살 기도를 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이에 설리의 소속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설리가 집에서 부주의로 인한 팔 부상이 생겨 새벽에 병원 응급실을 찾아 치료받고 귀가한 상황”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 설리의 손목에 자상(刺傷)이 있었고,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얘기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떠돌면서 설리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갔다. 시간이 지나 설리가 완쾌한 모습을 SNS에 올리면서 소문은 수그러졌지만 설리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그때의 응급실 소동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설리의 우울증이 악화된 가장 큰 원인은 악플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설리가 사망 직전까지 ‘악플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악플의 밤’은 연예인이 자신을 향한 악플을 직접 낭독하며 대처법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가학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세간에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설리의 가정사는 평범하지 않다. 한 측근은 이런 설리를 두고 “사랑에 굶주린 아이였다”는 말을 했다. 어쩌면 대중을 향한 설리의 자유분방한 언행은, 사랑을 갈구하는 나름의 표현법이었는지도 모른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뉴스1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설리 인스타그램 캡처




여성동아 2019년 11월 671호
좋아요

Print Edition

How to be a woman

생각하는 여자가 읽는 매거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번호목차이번 호 구입하기

독자알림

더보기

Follow up on SNS

여성동아 에디터가 핫뉴스, 최신 트렌드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전해 드립니다.

  • 여성동아 페이스북
  • 여성동아 인스타그램
  • 여성동아 유튜브
  • 여성동아 네이버포스트
  • 여성동아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