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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 신드롬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2. 12. 10

미국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전 세계 음반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 이번 정규 10집 앨범에 대한 반응은 유독 뜨겁다. ‘국민 여동생’에서 거짓말쟁이로,다시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기까지 잠 못 이루는 밤들에 대한 고백마저 테일러 스위프트답다.

014년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당시 25세였던 테일러 스위프트(33)에 대해 “현재의 음악 산업 그 자체”라고 극찬했다. 그로부터 8년 후, 테일러 스위프트가 정규 9집 앨범 ‘evermore(에버모어)’ 이후 약 2년 만에 내놓은 앨범 ‘Midnights(미드나이츠)’는 발매 당일인 10월 21일부터 각종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먼저 지난 11월 5일 자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미드나이츠’ 앨범 곡으로 1위부터 10위까지 줄 세워 전 세계 음악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한 가수가 빌보드 핫 100의 톱 10을 모두 채운 건 64년 차트 역사상 테일러 스위프트가 처음이다. 또 ‘미드나이츠’는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도 1위로 진입했다. 이로써 테일러 스위프트가 발매 첫 주 빌보드 200과 핫 100 1위를 동시에 거머쥔 횟수는 통산 네 번으로, 이는 해당 부문 최다 기록이자 꿈의 기록에 가깝다. 애초에 메인 차트 2개 동시 ‘핫샷’(발매 첫 주 1위로 직행) 데뷔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테일러 스위프트가 8집 ‘folklore(포클로어)’ 및 타이틀곡 ‘cardigan(카디건)’으로 첫 달성한 후 방탄소년단, 저스틴 비버, 드레이크만이 해낸 기록이다.

일기 같은 가사에 ‘스위프티’ 공감대 형성

LP를 4장 모으면 하나의 시계를 만들 수 있게 한 마케팅 전략.

LP를 4장 모으면 하나의 시계를 만들 수 있게 한 마케팅 전략.

최초·최다의 기록 자체도 대단하지만,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데뷔 17년차라는 점이다. 2006년 17세 소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컨트리 앨범 ‘Taylor Swift’를 발매 당일에만 39만 장 팔아 치우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두 번째 컨트리 앨범 ‘Fearless(피어리스)’로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연소 ‘올해의 앨범’ 수상자가 된 이후 첫 팝 음반 ‘1989’, 인디 포크 계열의 ‘포클로어’까지 그래미 어워드에서 거머쥔 ‘올해의 앨범’ 트로피만 3개다. 지금까지 그래미 어워드,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받은 상을 모두 합하면 총 74개. 재능도 뛰어나지만 참 열심히 달려왔다는 증거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직접 자신의 노래를 작사·작곡한다. 특히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가사가 강점이다. 그런 그가 이번 앨범에서는 그간의 불안과 고민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뒤척거리다 돌아눕고 그러다 일어나 불을 켜고 이유를 찾아 나서기로 결정하는 우리 모두, 시계가 12시를 가리킬 때 자신을 마주하길 바란다.”



앨범 제목을 ‘자정’이란 뜻의 ‘Midnights’로 지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타이틀곡 ‘Anti-Hero(안티히어로)’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래/나야 안녕/내가 문제야”라며 불안의 원인을 자신 안에서 찾아낸다. 그리고 2010년 3집 수록곡 ‘never grow up(네버 그로 업)’에서 “자라지 않으면 순수하게 머무를 수 있어/자라지 않도록 노력해줘” 말하던 그는 이번 앨범 5번 트랙 ‘You’re on your own, kid(유아 온 유어 언, 키드)’에서는 “두려워 하지 마/결국 혼자 가야만 해, 꼬마야/넌 이 고독을 마주할 수 있어/넌 혼자야 꼬마야/늘 그래왔잖아”라며 12년 전 자신에게 답장을 보낸다.

물론 테일러 스위프트도 항상 소녀 감성의 순한 맛 가사만 쓴 것은 아니다. 전 남자 친구와 그 파트너들 등을 저격하는 ‘디스 곡’을 내놓은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2016년 오랜 악연인 래퍼 겸 음악 프로듀서 예(Ye·개명 전 카니예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 부부의 증거 조작으로 거짓말쟁이로 몰리기도 했다. SNS에서 온통 그를 상징하는 뱀 이모티콘으로 조롱당하던 시기, 섭식장애와 성추행 소송까지 겹쳐 힘들어하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을 향한 비난을 ‘디스’로 받아치며 정면 돌파한다. 2017년 11월 3년 만의 정규 6집 앨범 ‘Reputation(레퓨테이션)’으로 돌아온 테일러 스위프트가 리드 싱글 ‘Look what you make me do(룩 왓 유 메이크 미 두)’에서 “올드 테일러는 죽었다”고 표현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뉴 테일러는 2018년부터 그동안 금기시해온 정치적 발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여성 혐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국민 여동생’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팬이라면 ‘탈덕’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상술과 마케팅 전략 사이

테일러 스위프트 10집 ‘Midnights’.

테일러 스위프트 10집 ‘Midnights’.

테일러 스위프트가 주인공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에서 그는 이런 말을 한다.

“노래를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가끔 제가 팬들과 함께 자라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어요. 제가 겪은 일을 써서 노래로 냈는데, 팬들이 그때 저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거예요. 마치 팬들이 제 일기장을 읽고 있는 것처럼요.”

테일러 스위프트가 노래에 솔직하게 자신을 담아낼수록 팬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층 견고한 사이가 된다. 그러다 보니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덤 ‘스위프티’는 그녀의 섬세한 감성을 이해하는, 어리거나 함께 성장해온 여성 팬이 대다수다.

일반적으로 음악 산업계는 여성 비중이 높은 팬덤 내에 앨범 구매와 콘서트 참석으로 이어지는 코어 팬 비중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이 처음 빌보드 200 1위에 올랐을 때 ‘워싱턴포스트‘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아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아미의 열정은 저스틴 비버의 팬클럽,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클럽과 맞먹는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열정이 바로 코어 팬덤의 ‘화력’이다.

미국 음악·엔터테인먼트 분석 회사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정규 10집 앨범은 발매 첫 주에만 미국에서 114만 장(LP 57만5000장, CD 39만5000장, 카세트테이프 1만 장, 디지털 음반 16만1000장)이 팔렸다. 이 기록만으로 이미 올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자리를 꿰찼다. 일주일 동안 57만5000장이 팔린 LP는 루미네이트가 199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로 최다 판매량이다.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다. 이번 컴백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순차적으로 리믹스 곡을 발매하고, 20여 개 버전에 이르는 앨범을 내놓는 등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총동원했다. 이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비난의 시각도 뒤따른다. 하지만 빌보드는 “팬과의 긴밀한 관계 덕분에 프로모션 및 판매 전략에서 스위프트만큼 많은 관심을 받는 아티스트는 거의 없다”며 “K-팝 스타들은 다양한 색상의 CD와 LP, 독점 엽서와 사진을 수집품으로 판매하고 음악을 2차 혜택으로 판매함으로써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점점 미국에서도 주류 전략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래도 저래도 결국은 노래

테일러 스위프트 북미 투어 콘서트 포스터

테일러 스위프트 북미 투어 콘서트 포스터

치밀한 마케팅 전략과 여기에 기꺼이 응하는 강력한 팬덤이 있다 해도 결국 곡의 퀄리티가 승부처다. 특히 이번 핫 100 톱 10 줄 세우기는 다운로드와 라디오 방송 점수 없이 스트리밍 실적만으로 이룬 쾌거였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발매 전까지 싱글이나 뮤직비디오 공개 없이 트랙 제목과 주제, 이미지 등만을 ‘떡밥’으로 제공하며 기대감을 높였고, 덕분에 음원 공개되기만을 기다렸다가 전곡을 다 들은 사람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또 13곡이 담긴 일반 버전 발표 후 3시간 만에 신곡 7곡이 추가된 디럭스 버전(3am edition)을 발매해 관심을 이어간 전략도 유효했다. 실제로 ‘미드나이츠’는 전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를 비롯해 애플뮤직과 아마존 뮤직에서 발매 당일 역대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앨범 1위를 차지했다.

‘미드나이츠’에 대한 평단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여러 매체의 평점을 집계해 평균 점수를 내는 미국 비평 종합 사이트 메타크리틱에 따르면 11월 중순 기준 이번 음반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 앨범 중 ‘Red(Taylor’s Version)(레드(테일러스 버전))’ 91점, ‘포클로어’ 88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85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컨트리 음악이 아닌 팝으로 2016년 그래미 어워드 3관왕을 이룬 기념비적인 음반 ‘1989’(76점)보다도 높은 점수다.

흥행 성적과 평단이라는 2마리 토끼를 다 잡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기록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그래미 어워드를 비롯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 등 미국 주요 음악상이 남아 있는 데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내년 3월부터 52곳을 도는 북미 투어를 시작해 어디서 어떤 기록이 더 추가될지 모른다. 지난 11월 13일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음악 시상식 ‘2022 MTV 유럽 뮤직 어워즈(2022 MTV EMA)’만 해도 ‘베스트 비디오’ ‘베스트 아티스트’ ‘베스트 팝’ ‘베스트 롱폼 비디오’ 등 주요 부문 상을 휩쓸었다.

#테일러스위프트 #스위프티 #미드나이츠 #여성동아

사진출처 빌보드홈페이지 테일러스위프트공식홈페이지·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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