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5일(현지 시간) 리한나(34)가 내년 2월 12일 열리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의 하프타임 공연에서 헤드라이너를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식축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빅 이벤트인 만큼 경기 중간에 진행되는 공연 역시 당대 최고 인기 가수가 초대받는다. 그간 마이클 잭슨(1993), 마돈나(2012), 비욘세·콜드플레이·브루노마스(2016), 레이디 가가(2017) 등이 무대를 꾸몄다. 그런 의미에서 2016년 발표한 정규 8집 ‘ANTI’ 이후 공백기인 리한나가 꿈의 무대에 선다는 사실은 여전히 그가 슈퍼스타임을 증명한다. 9개의 그래미 어워드 트로피, 14개의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곡을 갖고 있는 리한나는 “떨리지만 흥분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팬들도 한껏 기대 중이다. 10월 중순 기준 리한나의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수를 합하면 3억8900만 명에 이른다. 이 엄청난 숫자가 약 3년 전부터 앨범 작업 중이라는 그를 기다리다 지쳐갔다. 리한나가 10년간 친구로 지내다 2년 전 연인이 된 래퍼 에이셉 라키와의 사이에서 5월 아들을 출산한 후로는 희망의 불씨마저 사그라진 듯했다.

무엇보다 그 누구도 리한나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 출연을 예상하지 못한 이유가 따로 있다. 리한나가 2018년에도 하프타임 공연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기 때문.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선수 콜린 캐퍼닉이 NFL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가 거절의 이유였다. 지난 2016년 콜린 캐퍼닉은 미국 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경기 전 국가 연주 시간에 무릎을 꿇고 국민의례를 거부했는데, 이 일로 사실상 NFL에서 퇴출당했다. 작은 섬나라 바베이도스 출신으로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는 리한나는 당시 “‘슈퍼볼’에 출연할 이유가 없다”며 “그들의 조력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NFL에 대해 닫혀 있던 리한나의 마음이 4년 만에 열리자 언론은 리한나의 새 앨범 발매와 월드 투어 개최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으며 팝 아이콘의 귀환을 반기고 있다. “그래미 수상자가 하프타임 쇼 헤드라이너로 발표된 이후 티켓 수요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던 빌보드는 슈퍼볼 공연 직후 글로벌 투어 일정을 발표한 마돈나나 비욘세, 레이디 가가의 예를 들며 리한나의 월드 투어 가능성을 높이 점쳤다.

LVMH 손잡고 사업 성공 가도

한편 공연 직후 리한나가 새롭게 론칭하는 브랜드 발표가 뒤따를 것이란 의견도 팽팽하다. 2005년 데뷔한 리한나는 매년 정규 앨범을 내놓았으나,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음악을 우선순위에서 제외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리한나는 자신의 풀 네임 ‘로빈 리한나 펜티(Robyn Rihanna Fenty)’에서 성 ‘펜티(Fenty)’를 딴 ‘펜티 코퍼레이션’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2014년 스포츠 브랜드 푸마로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을 제안받아 ‘펜티x푸마’ 라인을 성공적으로 전개했고, 2017년 뷰티 라인 ‘펜티뷰티’, 2018년 란제리 라인 ‘새비지x펜티’, 2020년 스킨케어 라인 ‘펜티스킨’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탁월한 사업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펜티뷰티의 경우 2017년 럭셔리 패션 기업 LVMH 그룹과 함께 론칭한 브랜드로 현재 리한나가 지분 절반을 소유 중이다. 펜티뷰티에서 모든 여성에게 적합한 화장품을 내겠다는 모토로 40여 가지 색상의 파운데이션을 출시하자 이를 따라 라인업을 넓히는 브랜드가 늘어나기도 했다. 2018년 테크스타일 패션 그룹과의 합작 투자로 시작한 새비지X펜티는 올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30억 달러(약 3조9000억 원)의 잠재 가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까지 미국 전역에는 1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물론 실패한 사업도 있다. 2019년 LVMH 그룹과 공동으로 설립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 ‘펜티’는 2년 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리한나의 사업가로서 자질과 성실함을 높이 산 LVMH는 뷰티와 란제리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리한나가 이름만 빌려준 ‘바지 사장’이 아니라 아이템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에 참여하는 진짜 워커홀릭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경제 전문 잡지 ‘포브스’가 조사한 ‘미국의 억만장자’ 리스트에 40세 미만 여성으로는 리한나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올봄 기준 리한나의 순자산은 17억 달러(2조4225억 원)다.

“내 몸을 사랑하자” 이유 있는 만삭 패션

올해 슈퍼볼이 TV 방송과 스트리밍으로 1억2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인 기록을 고려한다면, 리한나가 보여주고 싶은 건 성장한 자신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 아이디조차 ‘배드걸리리(@badgalriri)’인 리한나는 한때 온갖 가십거리를 직접 만들어냈다. 두 번의 내한 행사를 포함해 여러 차례의 지각에도 짧은 사과로 무마한다거나 동양인 비하 행동, 수위 높은 장난으로 데뷔 초부터 악동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리한나는 “아이는 내가 가르치는 것보다 나에게 더 많이 가르쳐주는 존재”라는 의젓한 생각을 내보일 정도로 철이 들었다. 아시아계 혐오 반대 집회에 남몰래 참여하고, 자신이 2012년 설립한 클라라 리오넬 재단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금으로 810만 달러(약 115억8300만 원)를 기부했다. 매년 자선 모금 행사도 연다.

다만 리한나는 패션에 있어서만큼은 ‘배드 걸’ 기질을 남겨놓았다. 파격은 리한나의 시그니처와 같은 데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길거리 데이트 중 샤넬 패딩 코트 사이로 부른 배를 내보인 채 ‘임밍아웃(임신+커밍아웃)’을 한 순간부터 출산 전까지 내내 D 라인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과 멋지다는 응원을 동시에 받은 리한나는 오히려 반문한다. “내 몸은 지금 놀라운 일을 하고 있고, 나는 그게 부끄럽지 않다. 이 시간을 축하해야 하는데 왜 숨겨야 하느냐”는 것이다. 올 2월 미국 주간지 ‘피플’과의 인터뷰에서는 “임신 중 다양한 패션을 선보이는 것은 도전”이라며 “배를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리한나는 출산 후에도 미니스커트, 깊은 슬릿을 넣은 롱드레스를 하이힐에 매치하는 등 언제나 입고 싶은 옷을 걸친다. 기존 공식을 깨는 리한나의 패션은 나를 사랑하는 자존감과 맞닿아 있다. 지난 2018년 9월, 뉴욕 패션위크 피날레를 장식한 새비지x펜티 쇼에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 팔로마 엘세서, 임신 9개월의 모델 슬릭 우즈 등 다양한 체형과 피부색의 모델이 대거 등장했다. 획일화된 미에서 벗어나 내 몸에 자신감을 갖자는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몸 긍정주의는 여전히 패션계에서 핫한 키워드다.

일찌감치 대중의 마음을 꿰뚫은 리한나가 내년 무대에 어떤 음악과 퍼포먼스를 갖고 나타날지 궁금증이 커가는 가운데 무대 위 패션과 공연 후 들려줄 소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그게 무엇이든 일단 반가움이 먼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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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사진출처 리한나인스타그램 리한나페이스북 디올·펜티뷰티인스타그램 구찌페이스북 백그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