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에 출석한 방시혁 의장. 그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5차례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하이브의 코스피 상장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TS를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워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하이브의 전신)의 상장설은 2018년 정도부터 시장에서 돌았다. 하이브가 2019년 쏘스뮤직을 시작으로 2020년 5월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상장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실제로 규모를 키운 하이브는 2020년 10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고, 2024년에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문제는 무성한 소문과 달리 2019년 상장 여부를 묻는 기존 주주들에게 하이브가 아직 상장할 시기는 아니라고 대응하면서 불거졌다. 투자 회수를 원했던 초기 투자자들은 당시 방시혁 의장의 말을 믿고 그가 중개한 특정 사모펀드(PEF)들에 가지고 있던 지분을 매각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이스톤PE·뉴메인에쿼티 등의 PEF는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LB인베스트먼트, 알펜루트자산운용, 최유정 전 빅히트 부사장 등으로부터 총 23.8%의 지분을 약 2339억 원에 매입했다. PEF들이 기존 투자자들에게 사들인 평균 인수 단가는 약 3만~4만 원대로, 공모가(13만5000원)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하이브 주가는 상장 첫날 35만1000원까지 치솟았고, 이스톤PE의 경우 5거래일에 걸쳐 지분 6.7%를 팔아치우며 큰 차익을 남겼다. 경찰은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방시혁 의장이 상장 시기를 속여 기존 투자자들을 기망하고, 최대주주의 의무인 보호예수 조항을 우회하는 꼼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상장 예정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상장 직후 최소 6개월 동안 보유 주식을 매각할 수 없다.
말로는 “상장 지연되고 있다”, 뒤로는 준비?
사건의 쟁점은 크게 2가지다. 먼저 하이브는 2019년 당시 기존 투자자들에게 대응한 것처럼 실제로 상장할 계획이 없었을까.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지만 정황상 상장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2019년 9월 금융감독원에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지정해달라고 신청해 11월 한영회계법인과 지정감사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0년 1월에는 상장 주관사를 뽑기 위해 국내외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하고, 2월 IPO 주관사를 선정했다. 3개월 후인 5월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마침내 10월 상장했다. 결국 적어도 2019년 11월 이스톤2호 펀드가 구주주(알펜루트자산운용·레전드캐피탈·LB인베스트먼트 등)로부터 지분 8.7%를 매수할 당시에는 이미 상장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었단 얘기다. 공정거래와 조세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 변호사는 “지정감사는 상장 추진 기업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직접 지정해준 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제도다. 방시혁 의장과 관련된 PEF가 초기 투자자들에게 상장은 없다고 하면서 지분을 인수하는 시점에 지정감사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이미 상장을 공식적으로 추진한 단계이므로 상장은 없다며 지분을 값싸게 인수한 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을 구성한다”고 봤다. 이어 “금감원으로부터 감사인 지정을 받았다면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했거나 상장을 추진하는 상태를 넘어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거나 향후 1년 내 상장이 구체적으로 계획된 법인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금지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이스톤PE와 방시혁 의장의 석연치 않은 관계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이스톤PE는 방시혁 의장 측근들로 구성됐다. 한국투자증권에서 넷마블의 하이브 투자 실무를 담당했던 양준석 씨가 대표를, 김중동 전 하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기타 비상무이사를 맡았다. 특히 2019년 11월 이스톤PE는 하이브 지분을 인수할 때 방시혁 의장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 말까지 하이브가 상장하지 못하면 방시혁 의장에게 하이브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보장받는 대신, 하이브가 상장할 경우 여러 비용을 차감한 뒤 매각차익의 30%를 분배하기로 하는 내용이었다. 방시혁 의장은 이러한 계약서를 쓰고도 하이브 증권신고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 하이브는 “상장 주간사들에게 주주간계약을 제공했고 주간사들이 국내외 법령을 바탕으로 법무검토한 결과 증권신고서 기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의 넥스트?
물론 PEF나 투자자가 비상장회사에 투자할 때 일정 기한 내 IPO가 되지 않으면 대주주가 지분을 되사주는 풋옵션이나 투자 성과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언아웃(earn-out) 구조를 두는 일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도 흔하다. 다만 계약과 관련해 IPO 준비와 기존 주주 지분 매각 유도, 상장 직후 대량 매각 가능성 등이 긴밀하게 결합해 있거나 이런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스타트업 및 M&A 전문가인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 변호사는 “이런 주주 간 계약은 PEF 투자에서 충분히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상장을 앞둔 회사의 최대주주가 상장 후 매각차익 일부를 개인적으로 취득하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IPO 시에 공개하지 않는 것까지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인 관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IPO는 회사가 사적 영역에서 공공의 시장으로 들어올 때 밟는 절차다. 그러므로 투자자가 주식의 가격과 위험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이해상충 구조 또는 대량 매각 유인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자본시장 신뢰에 부합하다”는 이유에서다.방시혁 의장에 대해 경찰이 재차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돌려보내는 등 수사가 제자리를 돌고 있다. 안희철 변호사는 “사건의 사회적 파급력과 현 정부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엄단 기조를 고려하면 수사기관이 쉽게 종결하기보다는 핵심 사실관계를 상당히 촘촘하게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어찌 됐든 구속 위기를 피한 방시혁 의장은 본업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하이브는 신성장 전략을 반영해 회사 브랜드 체계를 새롭게 개편했다. 하이브는 “이번 개편은 새롭게 성장하기 위한 회사의 방향성을 담은 선언”이라며 “음악과 기술을 기반으로 팬 경험의 경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그 성과를 산업 전반에 확산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넥스트’를 제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넥스트’란 단어가 터무니없진 않다. 현재 하이브는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커진 영향력만큼 K-팝 최대 기획사 수장의 도덕적 리스크 또한 전 세계에서 지켜보고 있다. 수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내 ‘최애’가 이왕이면 보고 배울 부분이 많은 멋진 사람들과 일했으면 하는 게 팬의 마음이다. 또 엔터테인먼트사가 추구해야 할 본질은 팬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
#방시혁 #하이브 #여성동아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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