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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공허함에 공감됐어요”

‘모자무싸’부터 ‘교생실습’까지, 흐름 제대로 탄 한선화

김명희 기자

2026. 05. 26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배우 한선화와 나눈 대화들.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요즘 장안의 화제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을 집필한 박해영 작가의 지질함과 따뜻함, 질투와 멸시, 이기심이 뒤섞인 인간 군상의 얼굴을 촘촘하게 담아낸 대본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여기에 밀도 높은 연기가 더해지며 “믿고 보는 배우들의 향연”이라는 평가도 이어진다. 배우 한선화는 톱스타 ‘장미란’ 역으로 분해 선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란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이지만, 그 이면에는 결핍과 불안, 그리고 생존 본능이 자리한 인물이다. 한선화는 의붓엄마 오정희(배종옥)와의 갈등, 황동만(구교환)과의 의리, 피가 섞이지 않은 자매 변은아(고윤정)와의 긴장감 등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재미와 활력을 책임진다. 박경세(오정세) 감독의 무능한 디렉팅 탓에 팔을 써는 장면을 42테이크나 반복하다 감각을 잃어버리는 설정은 웃기면서도 왠지 짠하다. 특히 황동만을 위해 싸이의 ‘예술이야’를 열창하며 무대를 뒤집어놓은 ‘축가 장면’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찬사와 함께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모자무싸’에서 배우 장미란 역을 맡아 웃픈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한선화.

‘모자무싸’에서 배우 장미란 역을 맡아 웃픈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한선화.

2009년 걸 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해 ‘연기돌’ 1세대 주자로 자리 잡은 한선화는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의 생활 밀착형 ‘술톤’ 연기부터 영화 ‘파일럿’의 코믹 연기까지 차근차근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저예산·독립영화 또한 꾸준히 선택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단단히 쌓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 ‘교생실습’을 통해 첫 호러 장르에 도전한다. ‘교생실습’은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교생 은경과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B급 감성 공포 영화다. 단편 ‘버거송 챌린지’와 ‘빨간마스크 KF94’, 장편 데뷔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을 연출한 김민하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과 배우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 안에서 현실적 공포와 기묘한 유머를 동시에 끌어내며 마니아층을 확보한 김 감독은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에 관련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극 중 한선화가 연기한 은경은 엄청난 열정과 텐션을 가진 MZ 교생이다. “개쩌는데…” 같은 신조어를 남발해 교장 선생님을 당황하게 하고, 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한선화는 “B급 감성을 좋아한다. 진지한 연기도 선호하지만 웃긴 역할을 맡을 때 너무 좋더라”면서도 “연기로 누군가의 웃음 코드를 자극하고 장면을 살려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더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다음은 한선화와의 일문일답이다.

B급 감성 좋아하지만 연기하긴 어려워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요.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 영화를 선보이게 돼 뜻깊게 생각해요. 작년 2월에 촬영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관객들을 만나게 돼 설레는 마음입니다. 최근 ‘살목지’ ‘기리고’ 등 공포 장르 작품들이 이어지는 시기에 함께 개봉하게 돼 더욱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처음 보는 형태의 시나리오였고, 대사들도 독특했어요. ‘술꾼도시여자들’ 속 지연의 대사를 보면서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그때와 비슷했어요. 그런 점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더라고요. 감독님의 전작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을 극장에서 봤고, 단편 ‘혈세’도 인상 깊게 봤어요. 복잡하게 꾸미기보다 전달하고 싶은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연출 스타일에 호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과 미팅하면서 일상적이지 않은 대사들을 어떤 의도로 쓰셨는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독님께서 캐릭터의 ‘기본값’을 확실하게 잡아주셨기 때문에 그 세계관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원래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가요.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에요. 너무 무서웠으면 아마 못 했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 영화는 죽자고 무섭게 만든 게 아니라, 전통 호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메시지와 코미디가 적절히 섞인 독특한 장르라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관객들도 처음엔 낯설지 모르지만 일단 감독님이 설계한 세계관에 들어오시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뭔가요.

제일 먼저 시나리오를 보고, 그다음은 제가 맡게 될 인물을 집중해서 봐요.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도 꼭 찾아보는 편이고요. 장르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배우는 결국 선택을 받는 직업이다 보니, 제게 오는 작품들 안에서 마음이 가는 인물과 이야기를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학창 시절 댄스 동아리 활동 열심히 한 모범생”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반응이 좋았다고요.

감독님의 영화 세계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팬분들이 많더라고요. 영화제를 여러 번 다녀봤지만 감독님의 색깔 자체를 이렇게 강하게 지지하는 관객층은 처음 봤어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꾸준히 밀고 나가시니까 응원해주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어요.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댄스 동아리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 성적과 별개로 학교생활 자체를 성실하게 했고요. 학교가 집에서 꽤 멀었는데도 3년 동안 지각을 한 번도 안 했어요. 좋아하는 선생님이 계시면 그 과목이 싫어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극 중 ‘MZ 교생’ 역할을 맡았는데, 실제 성격과도 닮았나요.

“뀨” “개쩌는데!” 같은 대사를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