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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fandom

김호중이라는 별을 사랑한 사람들 '고맙소, 사랑하오, 함께 갑시다'

글 윤혜진

2021. 11. 10

평소 팬을 식구로 부르는 ‘트바로티’ 김호중. 아들이자 손자 같은 그에게 무엇이든 해주고픈 팬들이 직접 책을 펴냈다. 설레는 팬심과 그로 인해 변한 삶을 기록한 일기장 같은 책이다. 김호중이란 공통분모로 모인 팬들은 그들의 별 같은 김호중만큼이나 반짝반짝 빛났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알아갈수록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제법 된다. 사는 게 바쁜 탓에 대가 없이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 기분 좋은 설렘, 끓어오르는 열정 등의 감정은 언제 느꼈는지 가물가물하다. 이 말랑말랑한 감정들을 다시 꺼낼 수 있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이른바 ‘덕질’을 시작하는 것이다.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성공 이후 트로트 스타에 푹 빠져 덕질을 시작한 후 삶의 활력을 찾은 중년이 많다. 10대 아이돌 팬덤이 할 법한 음원 스밍, 음악방송 투표는 기본이고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나 봉사를 하며 선한 영향력 전파에도 힘쓴다.

한석규 주연의 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인물이자 성악가 출신 트로트 가수 김호중(30)의 공식 팬클럽 ‘아리스’는 트로트 팬덤 가운데 엄청난 화력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미스터트롯’에 출연해 최종 4위를 차지한 김호중은 곧바로 앨범을 발매했는데 첫 번째 정규앨범 53만 장, ‘더 클래식 앨범’ 5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덕분에 올 초 열린 ‘제35회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 트로트 가수로서는 이례적으로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활동을 잠시 멈춘 ‘군백기(군 입대와 공백기의 합성어)’임에도 팬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지난 10월 2일 김호중의 생일을 맞아 전국의 팬들이 방방곡곡에 축하 메시지를 적은 전광판을 내걸고 선행 릴레이를 이어갔다. 서울경기북부와 부산 아리스 회원들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후원금 1천3백만원을 기부했고, 제주 아리스 회원 일동은 제주적십자사에 1천만원 상당을 기탁했다. 이 외에도 강원·울산·여수 아리스 회원들이 각 지역 단체에 후원금 5백만원씩을 전달했다. 대경 아리스는 대구의료원 의료진에게 커피와 간식, 김호중 클래식 CD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이에 감동한 김호중은 10월 2일 팬카페에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사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겠지요. 살면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란 노래를 타인을 위해 많이 불렀지만 내 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느낍니다”라는 글을 올려 팬들의 사랑에 화답했다. 이어 김호중은 “저라는 사람을 알게 돼서 더 세상을 재미있게 아름답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밥 먹는 것보다 함께 먹는 밥이 맛있고, 다른 이의 숟가락 위에 반찬 한번 올려줄 수 있는 그런 행복, 그게 사람 사는 맛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 식구 모두와 이 행복을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팬들의 희로애락 담긴 ‘댓金’ 6백23개가 모여 책으로

김호중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는 팬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연자, 김두화, 이경숙, 조재천, 백인숙, 남외경, 차광수 씨.

김호중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는 팬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연자, 김두화, 이경숙, 조재천, 백인숙, 남외경, 차광수 씨.

김호중의 말처럼 그를 알게 돼 사는 재미를 느끼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 팬들이 책까지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김호중의 팬들이 직접 참여해 9월 13일 발간한 ‘별을 사랑한 이야기’가 교보문고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에 4주 연속 이름을 올린 것. 책에는 김호중 팬의 유튜브 채널인 ‘종로선글TV’ 영상들에 달린 댓글 중 감동적인 내용 6백23개를 모아 실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 또한 백서로 남겨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6개월에 걸친 이 대장정의 시작은 유튜브 채널 ‘종로선글TV’였다. ‘종로선글TV’는 김호중에 푹 빠진 아내를 위해 남편 조재천(60) 인키움 대표가 만들고 운영 중인 채널이다. 2020년 3월 ‘김호중에게 아내를 뺏겼어요’란 제목으로 첫 방송을 시작해 올 10월 초 기준 구독자 수가 4만2천여 명에 이른다. 구독자들은 채널을 ‘선영대학교’로, 스스로를 ‘학우’라 칭한다. ‘선영’은 선한 영향력의 줄임말이다.

김호중에게 받은 감동과 위로를 더 많은 곳에 전하고 싶은 팬들이 매일 아침 랜선으로 모여 함께 하루를 열고 다 같이 공부를 한다. 김호중이 한 말을 다양한 각도로 곱씹어 보기도 하고, 김호중의 가수 인생을 역사 공부하듯 파고들기도 한다. 김호중이 경북 김천예고 재학 당시 교장을 역임했던 이신화 김천예고 설립자를 인터뷰하기도 하고, 팬들이 직접 찍어 보낸 영상 편지 등도 공유한다.

선영대학교는 하루가 다르게 규모가 커지면서 총장, 입학처장, 도서관장 등을 자청하는 자원봉사자들도 하나둘 생겨 학교의 구색을 갖췄다. 심지어 입학 의사를 전하는 사람이 있으면 산부인과 의사인 박영호(62) 입학처장이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해주듯이 생년월일과 휴대전화 번호를 조합해 ‘학번’을 만들고 입학증서를 보내준다. “마치 진짜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라는 반응이 대부분. 나이도 사는 곳도 다 다른 학우들은 랜선 학교에서 매일 1천5백 개 안팎의 댓글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있다.

지난 9월 24일에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책 발간을 기념하는 ‘종로선글TV’ 라이브 방송이 진행됐다. 이를 계기로 온라인 강의만 듣던 학우들이 처음으로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다. 저마다 아리스의 상징색인 보라색 아이템으로 예쁘게 꾸미고 나와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눴다. 현장에서 만난 이승미(65) 씨는 책에 글이 실린 ‘저자’ 중 한 명이다. 이 씨는 “원래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데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시간이 나 오늘 현장에 와봤다”며 “모르는 사람들과도 호중 님이 군 복무는 잘하고 있을까,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아리스가 된 후로 친구, 동생, 언니가 많이 생겼다”며 즐거워했다.

마음을 치유해주는 괴물 보컬리스트의 매력

김호중 팬이 운영하는 카페에 모인 선영대학교 학우들. 사진 가운데 있는 로봇은 버려진 부품들을 주워서 안에 음성, 센싱, 조명기술을 탑재한 차광수 씨의 작품이다.

김호중 팬이 운영하는 카페에 모인 선영대학교 학우들. 사진 가운데 있는 로봇은 버려진 부품들을 주워서 안에 음성, 센싱, 조명기술을 탑재한 차광수 씨의 작품이다.

신간 ‘별을 사랑한 이야기’에서 별은 당연히 김호중이다. 저 하늘 높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별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은 상상 그 이상이다. 기획부터 댓글 찾기, 교정, 편집, 삽화, 마케팅까지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학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발적으로 힘을 합했다. 직접 참여하지 못한 학우들은 변호사 자문비, 택배비, 기증본 등에 쓰라며 자발적으로 출판 후원금을 보탰다. 도대체 이들이 이렇게까지 정성을 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마무리된 후 김호중 팬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선영대학교 임원들을 만났다. 이날 방송에 도움을 주고자 대구와 경남 마산, 하동 등에서 상경한 이들도 있었다. 임원 중 가장 연장자인 배연자(78) 선영대학교 홍보처장은 한국 최초의 여자 배구 심판이다. 그녀는 “팬들의 연령은 50~70대가 많다. 80대 분들도 열정적으로 활동한다”며 “나 역시 평생 운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살다가 김호중이란 가수를 만나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여든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이렇게 생기 있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딸과 함께 방청객으로 왔다가 카페에 들른 80대 팬도 있었다. 한로니(82) 씨는 “딸과 손자까지 일가족 삼대 6명이 선영대에 입학했다”며 “남편이 암 3기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났는데, 미국에 있는 손자들이 종종 호중 씨 노래를 연주한 동영상을 보내 슬픔을 잊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들을 사로잡은 김호중의 매력은 바로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다. 성악을 전공한 김호중은 트로트 대가 설운도로부터 “대중음악과 클래식이 조화를 이루는 소리, 김호중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탄탄한 성악 발성에서 오는 시원한 고음이 매력적이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에서 선영대 총장이 된 조재천 대표는 “이번 책에 제나 노로돔 캄보디아 공주와 김태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의 글도 실렸다. 국적, 하는 일을 떠나 팬이 되게 하는 노래의 힘이 대단하지 않느냐”며 김호중을 치켜세웠다. 캄보디아 독립영웅 노로돔 시아누크빌 전 국왕의 증손녀인 제나 공주는 김호중의 ‘더 클래식 앨범’을 듣고 그의 목소리에 반했다고 한다. 선영대 도서관장으로 활동하는 이경숙(75) 사단법인 서울우리예술가곡협회 이사장은 “요즘처럼 팍팍한 세상, 호중 님의 노래로부터 마음의 백신을 맞았다”고 표현했다.

많은 팬들이 입덕 계기로 꼽는 곡은 김호중이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부른 ‘고맙소’와 본선 3차전 에이스 대결에서 부른 ‘천상재회’다. 특히 ‘천상재회’가 전파를 탔을 당시 890점이란 조금 아쉬운 결과가 나오자 인터넷상에서 점수가 낮다며 오히려 김호중을 향한 응원이 쏟아졌다. 팬 한로니 씨, 이경숙 도서관장, 김태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의 ‘인생곡’도 ‘천상재회’다. 김태원 교수는 ‘별을 사랑한 이야기’ 책에서 “지난여름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만난 ‘천상재회’는 몇 년 전 역사박물관에서 접한 안중근 의사의 필체를 접했을 때의 힘과 감동을 떠오르게 했다”며 “흔히 애국자 혹은 위인에게서 받는 감동을 가수가 노래로 준다면 그는 이미 최고의 예술가”라고 극찬했다.

김호중의 친근하면서 따뜻한 성품도 입덕 요소다. 평소 김호중은 ‘가족’ ‘식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난해 9월 발매한 첫 정규앨범명조차 팬들을 우리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우리家’로 지었을 정도.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후 할머니 손에서 자란 김호중은 고등학교 다닐 때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할무니’라는 곡도 냈다. 할머니를 향한 마음은 자서전 ‘트바로티 김호중’에서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거친 바람처럼 내달리던 내 마음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잠잠해졌다”며 “육신이 멀쩡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할머니의 말을 힘든 시기마다 곱씹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제 김호중은 전국 11만 아리스들의 손자이자 아들이 됐다. 책의 세세한 모든 부분을 담당한 남외경(60) 편집국장은 한 법인의 대표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거주지 경남 마산에서 서울까지 10여 차례를 오가며 출간에 힘을 쏟았다. 그렇게 자원봉사를 할 수 있었던 건 “무조건 잘해주고픈 엄마 마음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팬덤과 김호중 팬덤의 다른 점은 가수에게 엄마, 이모, 할머니 등 가족이 되어주는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가 서로의 가족인 셈”이라며 “특히 70·80대 팬들 중에는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홀로되신 분이 많은데, 팬들끼리 안부를 묻고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김호중이란 이름 아래 가족으로 만난 이들끼리는 털어놓지 못할 고민도 없다. 남외경 편집국장은 책에 실린 사연 중 기억에 남는다며 몇 편의 글을 소개했다. 그중 중증 발달 장애를 가진 36세 아들을 뒷바라지하며 그 시름을 김호중의 노래로 잊는다는 박선하 씨의 글이 눈에 띄었다. 박 씨는 “살아온 세월을 어찌 말로 다 하랴. 나의 삶은 없고 엄마로서의 의무만 주어졌다. 따가운 세상의 시선과 도무지 변화 없는 아들 때문에 절망하고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고 털어놓으면서 “모든 것을 다 소진한 내 영혼에 한 줄기 섬광처럼 그가 왔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유튜브 영상에 이 댓글이 달렸을 당시 “엄마의 밝은 모습은 아들에게 꽃이 되고 새소리가 될 거예요”(조종순), “엄마가 있어서 아들은 행복하겠지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을 지켜주세요”(이인숙) 등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백인숙(73) 방송국장은 댓글팀장으로 활동하며 학우들이 서로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존재란 것을 확인했다. 그는 “수많은 댓글 중에서 출간에 동의하는지 묻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느라 귀한 댓글을 놓친 것이 많다”며 책에 싣지 못한 좋은 글들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중년의 덕질은 자아실현의 기회

그동안 팬덤 문화를 이끈 연령대는 학생 혹은 2030 젊은 층이었다. 중년층은 오히려 스타에 빠진 자녀에게 “공부해라, 스타가 밥 먹여주냐” 설교하는 쪽이었다. 이날 모인 김호중 팬들도 그런 경험이 있다.

책에 들어간 삽화를 도맡아 그린 김두화(63) 미술관장은 “딸이 배우 조승우 씨를 따라다닌다고 혼내곤 했는데 이 나이에 내가 딸처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이어 김 원장은 “직접 팬 활동을 해보니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내가 학원 원장이라 개인 시간을 조정할 수 있지 일반 선생님이면 가능하겠냐”며 “이 책에 들어갈 10점의 삽화를 위해 24점을 제출했다. 거의 새로 그리느라 몸은 힘들었지만 내가 얻는 기쁨이 크다”고 ‘덕질 예찬’을 펼쳤다.

이경숙 도서관장은 중년들의 팬 활동을 권장하기까지 했다. 매일 똑같은 삶에 활력소가 되고 자아 발현의 기회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경숙 도서관장은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평생교육원이나 사회교육원 강의 듣기도 쉽지 않고, 우리 같은 중년이나 노년층의 잠재적 끼가 발현될 기회가 별로 없다”며 “호중 님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고, 우리 스스로에게도 제3의 인생이 열리는 계기가 된다면 그게 바로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덕질의 방식에 있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재천 총장은 강조했다. 박수 받는 사람은 물론 박수 치는 사람까지 주인공이 되는 한 발짝 진보한 팬덤 문화를 꿈꾼다고. 전에 없던 방식의 응원을 펼치다 보니 김호중 소속사로부터 선영대가 수익 사업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연락을 해온 적도 있다. 이에 선영대에서는 이번 책 출간 때 발생할지 모를 불필요한 잡음과 우려를 덜어내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남외경 편집국장은 “초상권, 퍼블리시티권, 성명권에 저촉하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며 “누군가를 좋아함으로써 변화된 우리의 모습과 마음이 담긴 책을 편견 없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재천 총장도 바람을 보탰다.

“김호중 팬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가 연 행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은 다른 기획사에서 연락이 온다면 노하우도 전해줄 거예요. 팬덤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거니까요.”

아이디어가 넘치는 ‘종로선글TV’에는 매일 오전 7시 새로운 주제의 영상이 업데이트된다. 그 중 하루는 ‘굿모닝팝스’로 유명한 이근철 강사가 영어와 국제 매너 강의를 진행한다. 해외 공연 관계자가 김호중에게 미국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제안했다는 뉴스를 접한 후 바로 시작했다. 세계적인 무대에 어울리는 교양 있는 관객이 되기 위해서라고.

김호중 생일이 있는 10월에는 미술전을 열었다. 이 전시회에 전국 각지에서 김호중을 주제로 한 100여 점의 수준급 작품이 모였다. 10월 20일부터는 ‘선영백일장’이 열리고 있다. 운문, 산문, 행시 3개 부문으로 나눠 실시되는 백일장에도 선영인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는데, 백일장은 이종섶 시인이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김호중 기념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선영문화예술회도 설립했다. 원래 계획에 없던 일이나 팬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이 이어지다 보니 아예 투명한 회계를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학우들에게 통장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9월 30일 기준 2억3천6백45만원가량이 모였다.

조재천 총장은 “연령대가 높은 팬이 많다 보니 지금 후원금을 내도 생애 안에 완공되는 모습을 못 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래도 다들 김호중 님으로부터 받은 게 많아 돌려주고 싶어한다”며 “세상을 바꾸는 것만이 선한 영향력은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바뀌고 꿈을 꾸게 된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선영대 활동을 통해 발생한 모든 수익은 가수가 영향력을 주고 싶은 곳에 보낼 예정이다. 이번 책의 경우 현재 5천 권 이상이 팔려 4쇄 인쇄에 들어갔다. 책 판매 수익금 1천2백여만원을 어디에 기부할 것인지는 학우들이 직접 후보를 제시하고 투표로 정하는 중이다. 남외경 편집국장은 “김호중이 졸업한 학교, 김호중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계룡학사, 소아암 환우, 김호중 소리길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며 “향후 수익 또한 의미있는 곳에 후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별을 사랑한 이야기’는 총 442페이지다. 시중에 출간된 어지간한 책보다 두껍다. 꾹꾹 눌러 담고도 남은 이야기들은 조만간 두 번째, 세 번째 책으로 엮여 나올지도 모른다. 남외경 편집국장의 바람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책 뒤표지를 보다가 확신이 들었다. 그곳에는 “사랑하면 실천하세요, 언젠가는 책이 될 테니”(LSH Maria), “죄송해요. 몇 권 더 쓸게요”(고슴도치), “Silver 팬덤, 글솜씨는 Gold예요”(최혜숙), “네 엄마가 잘 살아온 거 책을 보면 알게 될 거다”(양해리) 등 팬들이 아이디어를 낸 기발한 광고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한 가수의 노래와 삶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전하며 또 행복해하는 유쾌한 모습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직접 만나보고도 믿기지 않는 에너지랄까. 지금 이 순간에도 팬들의 댓글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사진 조영철 기자 뉴스1
사진제공 종로선글TV 쇼플레이 김천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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