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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4세 이규호 부사장 실적과 승계의 함수관계

글 이현준 기자

2021. 08. 10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해온 코오롱그룹. 이웅열 전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기업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이 전 회장의 말이 과제로 남아있다. 

수입차, 온라인 골프 플랫폼(더 카트 골프), 온라인 전용 여성 잡화 브랜드 ‘아카이브앱크’ 등 코오롱 4세 이규호 부사장 관련 사업들.

수입차, 온라인 골프 플랫폼(더 카트 골프), 온라인 전용 여성 잡화 브랜드 ‘아카이브앱크’ 등 코오롱 4세 이규호 부사장 관련 사업들.

“아버지로서 재산은 물려줄 수 있지만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은 한 주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

2018년 11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이웅열(65)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전무 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코오롱FnC)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아들 이규호(37)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에게 언제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코오롱그룹은 고(故) 이원만 창업주부터 고 이동찬 전 회장, 이웅열 전 회장에 이르기까지 3대로 이어지는 동안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는 1970년대 이원만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과정에 동생 이원천과 장남 이동찬 전 회장 간 경영권 갈등을 겪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웅열 전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는데, 이규호 부사장은 이 중 장남이다. 여동생 이소윤(34), 이소민(32) 씨는 미술 공부를 하는 등 회사 일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웅열 전 회장도 40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부친 이동찬 전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바 있고, 아들인 이규호 부사장에 대해서도 “나보다 훨씬 잘할 것 같다. 무엇이든 집중해서 파고드는 성격이다”라며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이 부사장이 회사 경영을 물려받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이웅열 전 회장이 선언한 대로 이 부사장에겐 경영 능력 입증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부사장은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시작은 공장에서의 현장 근무였다.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이 부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경북 구미 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하며 그룹에 첫발을 들였다. 이 부사장은 당시 일반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며 필요 시에만 여동생들과 함께 사용하는 기아차 ‘쏘울’을 타고 다니는 등 소탈한 모습이었다고 전해진다.


경영 성과는 아직 물음표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이후엔 그룹 내 계열사를 돌며 고속 승진 행보를 이어간다. 2013년 코오롱글로벌 부장으로 옮겼고 2014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 2015년 1월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 부문 경영지원본부 부장을 거쳐 12월엔 동사 상무보로 임원 반열에 올랐다. 2017년엔 지주사 코오롱 전략기획 상무로 승진했다. 본격적으로 경영 시험대에 오른 건 2018년부터. 2월 코오롱글로벌 계열사로서 셰어하우스 사업을 운영하는 리베토의 대표이사를 맡은데 이어 11월 코오롱FnC COO로 임명됐다. 특히 리베토의 경우 이 부사장이 36억원의 사재를 들여 지분 15%를 취득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2019년엔 코오롱 그룹 각사 전문경영 협의체인 ‘원앤온리위원회’에 합류했다. 당시 안병덕 코오롱그룹 부회장,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등 사장단으로 꾸려진 위원회에 전무였던 이규호 부사장이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란 평이 있었지만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 부사장의 경영 성과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붙는다. 코오롱FnC와 리베토에 합류한 후 해당 회사의 실적이 뒷걸음질했기 때문. 코오롱FnC의 2019년 매출은 9천7백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 1조4백56억원 대비 약 7% 감소하며 9년 만에 1조원대 매출이 깨졌다. 영업이익도 3백99억원에서 1백35억원으로 약 66% 주저앉았다. 2020년엔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적자로 전환, 1~3분기 합산 약 2백7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리베토는 2018년 12억원, 2019년 35억원, 2020년 46억원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긴 했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선 각각 48억원, 46억원, 29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이 부사장은 리베토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룹 내 알짜 회사로 이동… “아직은 배우는 단계로 봐달라”

2018년 퇴임 선언 후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2018년 퇴임 선언 후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2020년 11월부터 이 부사장은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 부문을 맡아 수입차 판매 사업을 이끌게 됐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때다. 해당 사업은 코오롱그룹 내에서 ‘알짜부서’로 꼽힌다. 코오롱그룹은 1987년부터 수입차 사업을 시작한 이래 30년 가까이 업계 1위를 지켰던 전통의 강자다. 1988년 수입차 시장이 전면 개방된 후 BMW 판매를 맡아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니, 롤스로이스, 볼보, 아우디 등을 라인업에 추가하며 사세를 확장해왔다.

2015년부터 벤츠를 앞세운 효성그룹에 밀려 업계 2위로 내려가긴 했지만 2018년 1조1천4백81억원, 2019년 1조1천3백29억원, 2020년 1조4천3백36억원 등 꾸준히 1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수입차 판매대수는 2016년 22만5천2백79대에서 2018년엔 26만7백5대로 늘어났고 지난해엔 27만4천8백59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엔 3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역시 올해 1분기 매출 3천9백8억원, 영업이익은 1백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46.7%, 169.3% 증가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부사장에게 현 사업부를 맡게 한 것은 ‘후계자 밀어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성과 측면에서 뚜렷한 두각을 보이지 못한 이 부사장에게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부서를 맡김으로써 승계 명분을 부여하기 위함 아니냐는 것.

이러한 지적에 대해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후계자 밀어주기라는 평가는 외부의 시선일 뿐이며 내부적으론 승계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자동차 부문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선 “경영진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 자세히는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후계자로서 명분을 쌓기 위함은 아니다. 이미 실적을 잘 내고 있는 부서에 부임하는 것이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데엔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실적과는 상관없이 그룹 내 다양한 부서를 돌며 업무 경험을 쌓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에 대한 그룹 내부의 시선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 부사장은 코오롱FnC COO였던 때 온라인 사업에 역점을 기울였다. 자사 온라인 담당 조직과 ‘코오롱몰’을 개편했고, 여성 잡화 ‘아카이브앱크’와 남성복 ‘247’ 등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론칭했다. 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지난해 5월 온라인 골프 플랫폼 ‘더 카트 골프’를 여는 등 골프 호황에 대비하기도 했다.

‘더 카트 골프’는 올해 5월 기준 누적 회원 수가 전년 대비 300% 증가했으며 월 거래액은 220% 신장됐다. 아카이브앱크는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300% 늘었고 247은 2020년 목표액 대비 170%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비록 재임 때 실적은 좋지 않았지만 이 부사장이 노력을 기울였던 사업이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코오롱FnC는 2020년 4분기 1백65억원, 올해 1분기 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소비심리 회복과 아웃도어 상품 판매 호조와 더불어 온라인 사업 성장이 이유로 꼽힌다.

사진 동아DB 
사진제공 코오롱FnC 볼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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