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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초록을 가까이, 플랜트플루언서 임이랑의 홈 가드닝 레슨

글 두경아

입력 2020.12.29 10:30:01

초록빛 가득한 식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선사한다. 식물과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임이랑의 따뜻한 식물 이야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 밖이 아닌 실내 풍경에 신경을 쓰게 됐고, 집에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취미 중 하나는 ‘홈 가드닝’이다. ‘반려식물’이라는 말처럼 식물을 정성껏 돌보며 감정을 교류하고 마음에 위안을 얻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식물(Plant)과 SNS를 통해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을 일컫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결합한 ‘플랜트플루언서(Plant-fluencer, 식물 콘텐츠 관련 인플루언서)’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베이시스트 임이랑(38)은 대표적인 플랜트플루언서 중 한 명이다. 식물로 꽉 채워진 인스타그램 ‘식물이랑’과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으며,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EBS FM ‘임이랑의 식물수다’를 진행 중이다. 식물 관련 에세이 ‘아무튼, 식물’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우울하고 지친 날은 잎을 닦는다

1백 여개의 식물을 직접 키우는 임이랑은 플랜트플루언서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1백 여개의 식물을 직접 키우는 임이랑은 플랜트플루언서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임이랑의 원래 직업은 3인조 혼성 록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베이시스트다. 2007년 유희열이 이끄는 안테나뮤직에서 첫 번째 앨범 ‘Dear Cloud’를 내며 데뷔한 뒤 현재는 엠와이뮤직에 둥지를 틀고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얼음요새’ ‘네 곁에 있어’ ‘사라지지 말아요’ ‘넌 아름답기만 한 기억으로’ 등의 히트 곡이 있으며 드라마 OST에도 참여했는데, 특히 장나라·박보검·서인국이 출연했던 KBS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 흘렀던 ‘Remember’가 유명하다. 

록 밴드 베이시스트가 어떻게 식물과 사랑에 빠지게 된 걸까. 임이랑과 식물의 인연은 지난 2014년 4집을 작업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곡 작업 중 심각한 무기력증 상태로 마치 덫에 걸린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는 우연히 접한 식물에 매료됐다고 한다. 이 경험을 계기로 ‘식물 덕질’에 빠진 임이랑은 인스타그램에 식물 사진과 이야기를 올렸고, 점차 그의 식물 사랑이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노숙자 재활을 위한 잡지인 ‘빅이슈’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 식물과 관련된 칼럼을 쓰게 됐고, 에세이를 냈으며,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부캐’로 시작한 식물 덕질이 ‘본캐’급 식물 전문가로 발전했다. 

“식물 전문가는 이제 저의 또 다른 이름이 됐어요. 책을 한 권 냈을 때만 해도 잘 몰랐는데,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스스로를 식물 전문가로 인정하게 되는 시점이 오더라고요. ‘내가 사람들에게 식물에 관해 도움을 줄 수 있구나’ 느끼면서요. 식물 전반에 걸친 전문가는 아니지만, 실내 식물에 관해서는 보탬이 될 듯해요. 그런데 또 신기한 게 방송을 진행하고 사연을 받으면서 제가 묘하게 위안을 받게 되더라고요.” 

임이랑의 삶은 식물을 키우면서 많이 달라졌다. 우선 ‘예술가’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야행성 기질이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뜻하는 ‘9 to 6(나인 투 식스)’로 바뀌었다. 



“식물을 키우기 전에는 오후 2시 이전에 일어난 적이 별로 없었어요. 낮에 자고 밤에 깨어 있곤 했는데, 식물을 기르면서 일상의 루틴이 생겼어요. 늦어도 오전 9~11시에 일어나는데, 과거의 제게는 새벽 5시 정도 되는 시간이에요(웃음). 아침에 일어나 식물들에게 선풍기를 틀어주고, 가습기를 틀고 물을 줘요. 이렇게 식물과 함께하는 오전이 일상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살면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뉴스만 봐도 코로나19 소식을 비롯해 매일 힘겨운 일들을 접하죠. 전날 밤 어떤 일이 벌어지든 아침에 일어나 식물에게 물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제 멘탈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규칙적인 생활은 예술가로서의 삶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음악적인 영감이 떠오른다고 해도 길게 오지 않아요. 오히려 지지부진한 시간이 많죠. 식물을 키우며 생활 속 루틴을 갖게 되니, 끊어야 할 때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임이랑은 정신적으로 지친 날에는 잎을 닦는다. 식물의 잎을 닦으면 기공이 열려서 산소 발생이 용이해지는데, 식물과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잎을 닦는 건 제게는 일종의 정신 수양 같은 행동이에요. 잎을 닦으면서 마음을 약간 비울 수 있거든요. 마음을 너무 많이 비우면 힘 조절이 안 돼 잎이 찢어질 수 있어요. 적당한 강도가 잎과 사람 모두에게 좋지 않나 생각해요.”

특히 요즘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든 공연이 취소되는 시기, 그도 예술가로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럴 때 식물이 곁을 지켜줘 큰 위안이 됐다고 한다.

“음악만 했더라면 정말 우울할 뻔한 한 해였어요. 디어클라우드는 해마다 연말에 10회 정도의 장기 공연을 했거든요. 그걸 올해는 쉬게 됐지요. 식물 주제 강연도 취소됐고요. 그런 일들로 마음이 가라앉을 때마다 잎을 닦았어요.”

임이랑이 현재 키우는 식물은 1백여 개 정도다. 한때 그 역시 손 닿는 식물마다 죽어나가는, 일명 ‘식물 킬러’ 시절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식물을 좋아해서 집에 화분을 사 오곤 했지만 키우고 죽이는 일상이 반복됐다. 그러다 이왕 키울 거면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식물을 데려오게 됐어요. 그동안 1만~2만원, 비싸도 5만원 정도였는데 고가의 식물을 들이다 보니 꼭 살려야겠단 생각이 강해지더라고요(웃음). ‘이제부터는 잘 키우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제대로 된 어른은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마음을 바꾸고 관심을 갖고 배워나가니 식물들이 금방금방 건강해졌어요.”


물주기 3년이면 식물 박사 된다!

그가 본격적으로 식물을 공부하며 깨달은 지난날의 실수는 과하게 물을 주는 행동(과습)이었다. 화원에서 “일주일에 두 번 물을 주라”고 해서 맹신하며 따랐지만, 물을 많이 줘서 죽었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중요한 건 식물이 자라는 환경이에요. 우리 집에 해가 어느 정도 드는지, 습도는 어느 정도인지, 기온은 몇 도인지에 따라 식물은 다르게 자라나죠. 그러니 물을 어느 정도 줄 것인지는 화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식물에 따라서 물을 좋아하는 정도는 제각각인데, 관엽식물의 경우 진짜 겉흙이 바싹 말랐을 때 줘야 해요. 그런데 또 겉은 마르더라도 속은 질척한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니 흙 속에 2~3cm 정도 손가락을 넣어 만져봤을 때 말랐다면 줘야 하죠. 하지만 식물 관련 책을 쓴 저자든, 식물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든 이야기는 모두 달라요. 결국 뭐가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스스로 감을 키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임이랑은 “식물마다 키우는 방법이 달라 더 어렵다”고 강조한다. 그가 1백 개가 넘는 식물의 물을 어떻게 주고 분갈이를 하며 키우는지 궁금해졌다. 

“그 많은 식물 이름을 다 기억하는 걸 보면 저 스스로도 신기해요. 사실 관심을 가지면 아무리 어려운 외국어 이름이라도 저절로 외어지잖아요. 또 처음 식물을 기를 때 ‘물주기 일기’를 3년 동안 썼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 가드너들 사이에서 ‘물주기 3년’은 유명한 말이에요. 초보라면 누구나 물주기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데, 3년간 꾸준히 식물에 물을 주면 감이 생기기 때문이죠.” 

임이랑이 SNS와 라디오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다채롭다. 그는 식물을 키우는 연령대가 다양해졌고, 특히나 굉장히 낮아졌다는 것에 놀랐다고. 중년들의 취미 생활이라고 인식돼왔던 홈 가드닝이 이제는 중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게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의 한 형태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관상용으로 식물을 두고 즐겼다면 이제는 ‘반려’라는 단어가 붙을 만큼,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돌보고 애정을 쏟는 사람들이 증가했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죠, 특히 코로나19 이후 10대와 20대 가드너들이 굉장히 늘었다고 해요. 식물을 키우는 건 생산적이면서 마음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훌륭한 취미라고 생각해요.” 

식물을 좋아하다 보니 같은 관심을 공유하는 친구들도 늘어났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예대에 입학해 지금까지 음악을 해왔으니 그에게는 음악 외의 영역은 거의 없었다. 

“그동안 음악 위주로 좁게 살아왔는데 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 됐고, 세상을 보는 눈도 좀 더 풍부해졌어요. 주로 식물 이야기만 나누는 식물 덕친(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는 친구)들도 생겼고요.” 

아이를 낳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듯이, 반려식물을 키우다 보니 주변을 보는 관점도 새삼 변했다. 

“제일 크게 보이는 건 서울의 조경이에요. 최근 화분에 쓰이는 식물도 다채로워지고 많이 좋아졌더라고요. 또 식물을 키우고 난 뒤부터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여기에 어떤 식물이 잘 자라겠다’ ‘어떤 식물을 놓으면 예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임이랑이 펼치는 음악에도 식물이 영향을 주는 건 물론이다. 초록빛의 생기가 도는 음악을 조만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식물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작업을 하기도 해요. 제가 해왔던 음악과는 결이 조금 다른, 피아노 소품 같은 것들을 쓰게 되더라고요. 라운지 뮤직(호텔 라운지에서 들려주던 스탠더드 재즈 음악이나 경음악을 이르는 말)처럼 흡사 배경이 되는 음악 같은 곡들이에요. 발표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예요. 디어클라우드로는 올해 봄쯤 가볍고 따뜻한 노래로 찾아갈 것 같아요. 새 책도 준비 중인데, 이번에는 식물이 아닌 임이랑 개인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가 될 것 같습니다.”

임이랑의 홈 가드닝 레슨

실내 공기 정화 식물을 하나 들였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물 하나 들인다고 해서 공기 정화 효과를 보긴 힘들다. 

만일 실내 공간이 약 132㎡(40평)라면 13.2㎡(4평) 정도 식물로 차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집은 식물 비중이 실내 공간의 10%가 넘다 보니 사람들이 방문하면 공기가 좋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때 잎의 먼지를 닦아서 기공을 열어주면 공기 정화 효과를 더 볼 수 있다. 

하루 중 식물에게 물주기 좋은 시간은. 

물은 아침에 주는 것이 좋다. 밤에 식물에게 물을 주는 건 밥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과 같다. 아침에 물을 줘서 해가 있는 동안 뿌리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물을 기를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통풍과 물주기를 강조하고 싶다. 통풍이 중요하니 문을 열어놓지 못할 때는 선풍기를 틀어 실내 공기를 바꿔주면 좋다. 잎 근처에 산소가 많이 쌓여 있으므로 바람을 통해 그걸 순환시켜줘야 한다. 또 물을 줘도 될지 헛갈릴 때는 다음날 아침에 주도록 하자. 물을 적게 주는 것보다 문제가 되는 건 과습이다. 

또 찔끔찔쯤 조금씩 주는 것 역시 좋지 않다. 

반려식물이 시들시들한데, 시중에 파는 영양제를 주면 나아질까. 

사람과 마찬가지다. 사람도 건강할 때는 영양제가 효과가 있지만 건강이 나빠졌다면 소용없지 않나. 일단 식물이 어떤 상태인지가 중요하다.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 잦은데 어떻게 식물을 돌보면 좋을까. 

나 역시도 여행을 좋아해 신경 쓰는 부분이다. 일주일 정도 여행을 간다면 저면관수 시스템(모세관 현상을 이용, 화분 등의 아랫면 배수공으로 물이 스며들어 올라가 작물이 흡수하도록 하는 관수 시스템)을 유지한다. 겨울이라면 10일도 괜찮다. 한 달 이상 여행을 가게 되면 친구에게 와서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대신 이때는 굉장히 세세하게 식물을 분류해 돌보기 쉽게 해놓고 간다. 


초보자들이 공부하기 좋은 식물 책을 추천한다면. 

처음에는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적혀 있는 딱딱한 책보다는 에세이를 읽으며 가드닝를 배우는 게 좋을 듯하다. 내 책을 말해도 된다면(웃음) ‘아무튼, 식물’을 추천한다. 식물에 대한 정보도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도 실려서 재미있게 읽다 보면 식물을 키우는 노하우를 함께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식물 킬러’들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이 있을까. 

산세비에리아의 일종인 문샤인을 추천한다. 환경에 굉장히 적응을 잘하는 식물로 두세 달 물을 주지 않아도 산다. 오히려 너무 물을 자주 줘서 죽이는 경우가 더 많다.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임이랑



여성동아 2021년 1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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