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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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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 Sexibility

글 · 미소년 | 일러스트 · 곤드리

2015. 12. 10

스무 살 때? 첫 섹스를 할 때? 결혼할 때? 소년은 언제 어른이 되나요? 소년에 대한 억압이 이 시대의 일그러진 어른을 낳은 건 아닐까요?

저는 중학교 2학년 가을에 처음 자위를 했습니다. 낙엽이 지는 어느 날, 아, 춥다, 라고 혼잣말을 했었기 때문에 시점을 정확히 기억합니다. 어떤 계기에 의해 자위를 하게 된 것인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아마 몸의 반응을 정직하게 따랐겠지요.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어요.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너도 해봤어?” 그러자 한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하루에 7번 한 적도 있어.”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되물었습니다. “그게 가능한 거야? 죽는 거 아냐?” 친구는 대답했습니다. “응, 아마 10번을 하면 죽을 거야. 7번을 하고 엄청 피곤했거든.” 그 친구의 별명은 ‘세븐’입니다.

소년들은 아무 계기도 없이 자위를 시작합니다. 돌아보면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7번도 할 수 있는 거구나, 생각하면 놀랍기는 한데, 그건 지금은 한 번만 해도 힘드니까…. 그거요, 그거, 섹스. 저는 첫 섹스를 일찍 했습니다. 여기 적으면 다들 너무 놀라서, 아, 우리 아이도 그러는 걸까, 벌써? 라고 당황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했으니까요. 저는 부모님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미덕은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라고 믿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집에서 섹스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건 첫 섹스가 아니었죠. 부모님이 며칠 여행을 떠나셨고 집에 여자친구가 놀러 왔습니다. 스무 살 때니까 몸이 몸을 끌어당기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죠. 그런데 섹스가 끝나고 나서 침대 시트를 보니 붉은 피가 묻어 있는 거예요. 수건을 물에 적셔서 열심히 닦았어요. 약간 지워지긴 했지만 자국은 남았고, 지금 생각하면 치명적인 흔적인데, 그때는 그런 일조차 쉽게 잊어버리고 말았지요. 대담하고 허술한 나이니까요. 며칠 후에 엄마가, 거실에 마른 옷가지들을 던지듯, 정말 그렇게, 말했습니다. “순결은 남자에게만 소중한 게 아니야. 여자에게도 소중하지. 그러니까 남자가 바르게 행동해야 해.” “알았어, 엄마”라고 말하고 저는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한참 생각했습니다. 내가 정말 그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했을까, 라고. 소중하다는 말은 엄마가 저에게 가르쳐준 첫 번째 성교육이었습니다. 저는 엄마가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첫 섹스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첫 섹스를 끝냈을 때, 바로 그 순간, 제 머릿속을 꽉꽉 채운 생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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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이렇게 좋은 걸 자기들끼리만 하고 살았던 거야?’



그러게요, 어른들은 그랬더라고요. 섹스를 경험하고 나니 저는 섹스가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예상하시겠지만 스무 살이 되기 전이었죠. 저는 그 결핍을, 억누른 욕망을, 머리와 가슴에 품은 채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저는 그 시기에 ‘이성’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므로 욕망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마 많은 중고생이 자신의 이성과 싸우며 살아갈 겁니다. 그들은 그렇게 성인이 돼가는 것이죠. 그들이 훗날 사회의 일원으로서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그때 체득한 ‘이성’ 덕분일 겁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학생은 스스로 혹은 친구를 통해 그것을 깨닫습니다.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 과정을 모든 학생이 슬기롭게 대처해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혼란을 겪는 학생들은 분명히 있죠.

어이없는 주장을 한 가지 하겠습니다. 청소년은 왜 섹스를 하면 안 되나요? 안 되겠죠. 저도 동의합니다. 명백히, 안 됩니다. 하지만 청소년은 섹스를 하면 나쁜 겁니까? 아주 못된 짓을 한 겁니까? 그게 비행입니까? 어른은 섹스를 하는 게 비행이 아닌데 청소년이 섹스를 하는 것은 비행이라고요? 저는 섹스를 한 청소년에게, 너는 나쁜 짓을 한 거야, 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아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게 맞을지라도. 우리가 그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준 게 없으니까요. 우리는 그들을 그저 억압했을 뿐이죠.

소년들은 늘 억압에 시달립니다. 많은 어른들이 이 억압을 정당하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 억압이 지금의, 이 시대의 어른들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은 모이면 여자 이야기를 합니다. 은밀하고 추한 이야기도 하지요. 결혼한 남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술집에도 가요. 저는 감히 결혼한 남자의 대다수가 여자들이 접대하는 술집에 간 경험이 있을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들 중엔 술만 먹고 얌전히 집에 가는 남자가 대부분이겠지만,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겠죠. 얘들, 이 남자들은 왜 이러는 것일까요? 공감하는 능력, 마음으로 마음을 만지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이러한 능력을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았죠. 이성에 대해, 이성과 손을 잡고, 이성과 입을 맞추고, 이성을 끌어안는 것에 대해, 그러한 행동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가르쳐주는 어른이 없었던 것입니다. 어른들은 도대체 소년들이 어떻게 살기를 바란 것일까요? 부디 아이들이 건강하고 건전하게 방법들을 터득하기를 막연히 기대할 뿐이죠. 물론 성인이 된 후에요. 그런데 스무 살이 넘으면 청소년 때 금기시 됐던 것들이 순간적으로 모두 허용되는 거예요. 그것도 웃긴 일 아닌가요? 스무 살은 참 신기한 나이네요.

소년은 언제 어른이 될까요? 스무 살 때? 첫 섹스를 할 때(그러면 저는 10대 후반에 어른이 됐군요!) 결혼할 때? 아이를 낳을 때? 누가 저에게 알려주세요. 소년은 언제 어른이 되었나요? 얼굴이 늙어서 어른처럼 보일 때요? 육체적으로 성적인 욕구가 소멸되거나 희미해질 때요? 저는 우리 시대 어른들이 여전히 소년인 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어도 모이면 여자 얘기를 하죠. 집에 부인이 있어도 다른 여자를 생각하죠. 어른이 못 되어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성동아’에 야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진짜 맘대로 썼어요. 억압이 싫어서요. 정확하게는 억압이 억압을 낳는 게 싫어서요. 저는 아직도 소년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제 글을 읽고 불쾌했던 분도 계실 것 같아요! 그 감정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옳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마, 삐뚤어지고 싶었나 봐요. 억압은 입을 닫게 하잖아요. 시간이 갈수록 더 굳게 닫게 하잖아요. 그러면 말하는 법을 잊어버리잖아요. 그러면 은밀한 곳을 찾아가서 몰래 털어놓아야 하잖아요. 저는 여러분들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소년들의 대화를 들어주셨으면 해서, 가끔은 차마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끼어 있더라도. 그동안 익명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시인 이우성입니다. 고맙습니다.

미소년

작업 본능과 심연을 알 수 없는 예민한 감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남성들의 통속화된 성적 비열과 환상을 드러내는 글을 쓴다.

디자인 ·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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