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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그녀가 왔다

아프도록 아름다운 말 ‘엄마’로 세계를 울린 신경숙 귀국 메시지

글·김유림 기자 사진·문형일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1.10.18 11:07:00

미국 뉴욕으로 떠났던 소설가 신경숙이 1년 만에 돌아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휴식을 취할 요량이었지만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면서
작가 자신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아프도록 아름다운 말 ‘엄마’로 세계를 울린 신경숙 귀국 메시지


요즘 출판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단연 신경숙(46)이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지난 4월 초 영어판 ‘Please Look After Mom(번역 김지영)’으로 번역돼 미국 서점에 꽂히면서 세계적으로 ‘엄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는 8월 말 기준 28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15개국에서 그 나라 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그 때문에 신경숙은 지난 1년을 바쁘지만 행복하게 보냈다.
지난 8월 말, 귀국한 지 나흘 된 신경숙을 만났다. “새벽 4시가 다 돼 겨우 잠이 들었다”는 그는 시차 적응이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고국에 돌아와 긴장이 풀려서인지 다소 피곤해 보였다.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가 돼 돌아왔지만 신 작가의 수줍은 말투는 여전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컬럼비아대 객원연구원으로 출국한 뒤 올 4월부터 북미 7개 주와 유럽 8개 도시를 순회하며 국경 너머의 독자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처음 한국을 떠날 때 그의 목적은 오로지 휴식이었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시작으로 작가로 생활한 27년 동안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요. 특히 최근 5년간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와 ‘엄마를 부탁해’를 연달아 쓰면서 심신이 많이 지쳤죠. 예전부터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세계의 모든 문화가 모여 있는 미국 뉴욕에서 1년 정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마침 기회가 왔고 계획을 실천에 옮겼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려 했어요(웃음). 그런데 책이 영어판으로 출간된 뒤 뜻밖의 반응이 있었고, 스케줄도 갑자기 생겨났어요. ‘엄마를 부탁해’와 함께 여러 나라를 돌면서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왔어요.”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 같은 작품
이번 일을 계기로 신 작가는 처음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독자까지 포용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말과 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문학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번역은 여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흔히 작가들이 자신이 쓴 작품을 두고 ‘자식 같다’고 표현하지만 신 작가는 ‘엄마를 부탁해’를 “엄마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것을 보게 하고 느끼게 해준, 제게는 엄마 같은 책이에요. 어디를 가든 ‘엄마를 부탁해’가 세계 무대로 나온 것에 대해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해주고 격려해줘서 많은 힘을 얻었어요. 작품이 다양한 언어로 새롭게 태어날 때마다 신인 작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죠. 끊임없이 기차를 타고 내리고 또 다음 역으로 가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비록 처음 계획대로 마음 놓고 쉬지는 못했지만 오랫동안 잊지 못할 의미 있는 해가 된 것 같아요.”
영어판 ‘Please Look After Mom’은 미국 문학 출판의 명가 크노프(Alfred A. Knopf)에서 출간됐다. 4월5일 본격적으로 서점에 깔리기도 전에 초판 10만 부가 서점들의 선주문과 독자들의 사전 판매를 통해 거의 소진돼 3월 중순 중쇄에 들어갔고, 서점에 시판된 지 열흘 만에 아마존닷컴 종합 순위 135위(문학 부문 종합 47위)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다. 책 시판 직후인 4월9일에는 아마존 베스트 20위권(순문학 10위권)에 들어 해외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실감케 했다. 아마존닷컴 상반기 결산 ‘Best of 2011 So Far’에서는 전문가(편집자)가 뽑은 베스트10에 선정돼 다시 한 번 저력을 보여줬다.

아프도록 아름다운 말 ‘엄마’로 세계를 울린 신경숙 귀국 메시지

1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 포럼 인터내셔널’ 강연장에서 독자들에게 책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2 3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소설을 낭독한 뒤 팬 사인회를 가진 신경숙.



신경숙은 뉴욕을 시작으로 시애틀, 필라델피아, 캐나다 토론토 등 북미주를 방문한 뒤 유럽으로 건너가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노르웨이, 네덜란드, 프랑스, 폴란드에서 팬미팅을 가졌다. 인터뷰는 한 도시마다 3박4일 일정으로 이뤄졌는데 신 작가는 독자들과의 짧은 만남이 항상 아쉬웠다고 한다.
“정이 들 만하면 헤어져야 해서 그게 가장 안타까웠어요. 소통의 중요성도 강하게 느꼈고요. 매번 통역이 붙긴 했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 그들이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더군요. 시간이 짧아서 해야 할 이야기를 다 못하고 떠나온 적도 많아요. 사실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지난 1년은 10년 동안 할 여행을 다 한 것 같아요(웃음).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정이었는데, 만약 또 이런 스케줄 제의가 들어온다면 그때는 못할 것 같아요. 뭣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다 한다고 했다가 고생 좀 했죠(웃음).”



인터뷰 도중 눈물 보인 기자

아프도록 아름다운 말 ‘엄마’로 세계를 울린 신경숙 귀국 메시지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를 잃어버린 후 가족들이 뒤늦게 엄마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엄마’라는 단어가 지닌 애잔한 정서는 국적을 떠나 누구에게나 똑같은 울림으로 다가가기에 외국 현지에서 만난 독자들의 반응은 국내의 독자들과 유사했다고 한다. 신 작가는 “이 책을 보고 각자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한 기자가 그에게 질문을 하다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또한 소설 속 엄마가 했던 말 중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이란 문장을 두고 “그 말을 써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한 독자도 있었으며, 스페인에서는 “어머니와 화해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시게 해 마음 아팠다”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제 아버지 나이 뻘 되는 분이 사인회 줄 맨 끝에 서 계시다가 책 27권을 건네며 미안해하셨어요. 왜 이렇게 책을 많이 샀느냐고 했더니 북클럽 회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책은 자신의 아내가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아내가 어느 날 책을 읽던 중 ‘여보, 당신 같은 사람이 여기에 또 있어요’라고 했다는 거예요. 책 속의 아버지는 항상 엄마보다 앞서 걷는 걸로 묘사돼 있는데 그 부분을 가리키며 한 말인 거죠. 그래서 제가 ‘그럼 이제는 아내분과 보폭을 맞춰서 걷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 네…, 그러려고 노력하죠’ 하면서 수줍게 웃으시더군요.”
엄마가 지닌 보편성 외에 작가 자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시선을 넓히는 독자들도 많았다. 엄마를 잃어버린 상황에 대해 현대와 전통의 단절로 보기도 하고, 신구의 대립구조가 낳은 문명의 폐해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기자는 ‘엄마를 잃어버렸는데, 왜 경찰이 적극적으로 찾아주지 않느냐. 그 나라 경찰들은 다 그런가?’라고 묻더라고요(웃음).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라 순간 당황했지만, 소설 속 엄마는 찾는 게 목적이 아니라 엄마를 잃어버림으로 인해 가족들이 각자 자신의 상황에서 엄마를 회상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그린 데 의미 있다고 설명했어요. 소설이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유도 이미 우리는 엄마가 지니고 있는 상징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모든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받은 질문은 복수 화자 기법에 대한 것이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니라 소설 속에는 큰딸과 아버지, 아들, 그리고 엄마 자신까지 여러 명의 화자가 등장하는데 복수 화자를 도입할 경우 같은 대상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들이 퍼즐처럼 맞물려 더욱 구체적인 그림이 제시된다는 장점이 있다. A화자는 알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이 B화자를 통해 제시되고 C·D 화자의 시각을 통해 더욱 견고한 그림이 완성되는 것. 신 작가가 번역 과정에서 가장 염두에 둔 것 또한 시점이라고 한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아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은 세계에 한국이란 나라를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포르투갈 편집자는 번역본을 가지고 소설에 등장하는 지역을 지도로 찾아보며 한국을 공부했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인터뷰 때도 책에 등장하는 문어 등 한국 음식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고 나왔다고. 이는 미국·유럽권 문학의 식상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국민들의 열망이라 볼 수 있다. 신 작가는 “한국이란 나라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미국이나 유럽권 문학에 ‘피로’를 느낀 사람들이 한국 문학이 가진 서사에 힘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유럽 문학에는 없는 공동체적 감각이나, 인간에 대한 공감 등에서 희망과 대안을 찾는 거죠. ‘엄마를 부탁해’의 경우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사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특히 이민 세대의 경우 자녀들에게 우리나라 문학을 읽히고 싶어도 아이들이 한글을 몰라 불가능했는데, 이렇게 영어로 번역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또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라는 메시지가 대안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오랜 여행 마치고 당분간 칩거하며 글 쓰고 싶어
이번 북투어는 신 작가에게 소설적 영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특히 노르웨이에서 만난 통·번역자는 다섯 살에 입양된 한국인으로 신 작가는 4일 동안 그와 함께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면서 마음이 많이 쓰였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들이 나눈 대화의 주제가 다름 아닌 어머니였기에 신 작가는 통역가의 눈치를 보며 질문에 답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린 나이에 입양이 됐는데도 한국어를 굉장히 잘했어요. 알고 봤더니 한국어학과에 재학 중이더라고요. 제가 간혹 자신의 눈치를 본다는 걸 알고는 오히려 먼저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도록 애써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언젠가는 제 작품에 그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국경 너머 독자들과의 만남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신경숙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미국을 비롯해 영국, 폴란드, 중국, 스페인 등에 판권이 팔렸으며 10월 열릴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세일즈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9월 중순에 열리는 세계적인 작가 페스티벌인 호주 ‘브리즈번작가페스티벌(BWF)’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그는 “그 이후에는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제는 정말 글을 쓰고 싶어요(웃음). 1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당분간은 ‘칩거’하면서 글만 쓰고 싶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구상한 것도 없고,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다가 글로 풀어내는 성격이라 다음 작품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엄마를 부탁해’ 해외 현지 반응
아프도록 아름다운 말 ‘엄마’로 세계를 울린 신경숙 귀국 메시지
“이 책의 주된 관심사는 인물들의 감정적인 처리가 아니라 서로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깊은 틈을 열어젖히는 것에 있다. 실종된 여인은 누구인가? 어머니의 신비에 대한 생생한 찬사인 이 작품에서 오직 엄마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 뉴욕 타임스
“몇 년 동안 읽어본 번역 소설 가운데 가장 감동적이고 뛰어나며 놀라운 소설이다. 모든 문장이 아주 세밀하다. ‘엄마를 부탁해’는 미래의 문화와 과거의 문화 사이의 분열이라는 가슴 아픈 주제를 다뤘을 뿐 아니라 이 분열이 우리 모두가 처해 있는 예리한 도전임을 알려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월 스트리트 저널
“과거와 내면을 응시하는 이 작품은 모성에 대한 사색적인 명상을 제시한다. 화자들은 일종의 기악 모음곡을 만들어낸다. 각각은 향수, 죄책감과 미안함이라는 같은 멜로디에 의해 연결되어 있으며 줄을 퉁겨 도시적 삶 대 시골에서의 삶, 문맹 대 교육, 중매 대 현대적 연애, 전통 대 새로운 자유라는 더 큰 모티프를 만들어낸다. 엄마에 대한 기억들은 독자들의 기억과 후회를 자극하며 심금을 울린다.” 워싱턴 포스트
“긴장감 있고 잊을 수 없는, 아프도록 아름다운 소설. ‘굉장한’이라는 말 외에는 이 이야기를 표현할 방법이 없다. 디테일들이 숨이 멎을 속도로 폭발해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낸다.” 시애틀 타임스
“초판 10만 부 찍어 마땅한 소설. 어머니의 힘과 희생을 깨닫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특수한 동시에 보편적으로 다가온다.” 커쿠스


여성동아 2011년 10월 5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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