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이 남자의 자녀 교육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의 남다른 제안! 우리 아이‘혼짱’으로 키우기

“자연과 책, 종교의 가르침으로 내면을 가꿔야 풍요로운 인생 살 수 있어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지재만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05. 01. 03

길게 늘어뜨린 머리와 파격적인 내용의 소설, 전설처럼 회자되는 갖가지 기행들 때문에 기인이라 불리는 작가 이외수. 그러나 아내와 두 아들을 둔 그는 한없이 가정적인 남편이자 친구 같은 아버지다. 그가 치열한 경쟁시대에 자식이 의연하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혼(魂)짱’으로 키우는 교육법을 들려줬다.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의 남다른 제안! 우리 아이‘혼짱’으로 키우기

몇 날을술로 지새우고, 개집에서 잠을 자고, “내가 한 덩어리의 쓰레기가 되겠다”며 거리의 쓰레기통 안에 들어가는 등 기행을 일삼았던 이외수(59). 이미 고인이 된 시인 천상병, 걸레스님 중광과 함께 3대 기인으로 불리며, ‘시를 쓰는 거지’ ‘거리의 부랑아’라는 별명이 붙은 그에게 언뜻 가족이라는 울타리, 더군다나 가장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은 어울리지 않을 듯하지만 이외수는 아내와 두 아들이 주저 않고 엄지손가락을 내미는 일등 가장이다. 부인 전영자씨(52)는 남편 이외수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밤새 배운 적도 있다”며 “매운탕, 튀김, 미역국도 잘 끓이는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외수는 76년 11월, 미스 강원 출신의 전영자씨와 결혼해 슬하에 한얼(28), 진얼(25) 두 아들을 뒀다. 첫째 한얼은 대학 입학만 네 번을 거듭한 끝에 현재 영화감독의 꿈을 안고 중국에서 유학 중이고, 지난해 봄 공익근무를 마친 둘째 진얼은 세계 여행을 하고 난 뒤 자신의 진로를 정하겠다며 지금은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요즘, 장성한 두 아들이 아직 사회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부모로서 불안할 듯도 한데 부부는 느긋하기만 하다. 부인 전씨는 “아이들에게 뭐든 ‘요이 땅!’ 하고 전력 달리기를 하듯 살지 말고, 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고, 이외수는 “20대, 그 좋은 나이에 무슨 취직을 하냐”며 반문한다. 20대에는 취직보다 더 중요하게 할 일이 있다는 것.

그는 사람이 한평생을 살면서 나이에 맞게 할 일이 있는데 10대에는 되도록 많은 꿈을 꿀수록 좋고, 20대는 그 많은 꿈 중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꿈을 찾아내야 하는 ‘선몽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30대에 그 꿈을 위해 밤잠 줄여가며 혼신을 다해 능력을 연마해야 한다고. 그는 “10년을 뼈 빠지게 갈고닦으면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40대부터는 설치고, 노닐면 된다”며 “10년만 제대로 투자하면 40대, 50대, 60대, 70대 이후까지 누릴 수 있으니 적어도 10년은 각고의 노력을 바칠 줄 아는 게 삶을 사는 정신이자 양심”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20대에는 30대를 바칠 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때문에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취업 준비에만 매달리고 있는 현실을 그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취업 준비로 바쁜 젊은이들에게 묻고 싶어요. ‘네가 만약 한 회사의 사장이라면 널 뽑겠느냐’고. 회사에서는 회사에 이득이 될 만한 사람을 원할 텐데 요즘 젊은이들의 능력은 회사에 이득이 될 만한 수준에 달해있지 않고 전체적으로 평준화되어 있어요. 평준화되어 있다는 건 창의력이 없다는 얘기죠. 남 하는 것 따라 하기만 하고, 가급적 힘 안 들이고 쉽게 무엇인가를 얻으려 하죠. 그러면 복지부동, 현상유지밖에 안 되잖아요. 하지만 회사의 오너들은 회사가 더 나아지길 바라지 현상유지하려고 사람을 쓰지는 않거든요. 대부분 보편성 안에 있다보니 선택되지 못하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경쟁만 하고 마는 거죠.”
이외수는 보편성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가진 차별화된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배운 걸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학교 공부는 누구나 다 하는 보편성의 것이니 20대에 자기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부를 최소 3년은 더 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에겐 피눈물 나는 3년이 없다며 씁쓸해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의 남다른 제안! 우리 아이‘혼짱’으로 키우기

“모두들 무통분만을 하려고 해요. 그런데 아픔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요. 내가 아프지 않고 얻으려면 뺏거나 훔치거나, 남을 아프게 하는 수밖에 없죠. 그러니 20대에 성공하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죠.”
그런 점에서 이외수는 20대의 자녀들이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길 바라는 부모의 태도 또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녀의 성공을 위한다며 일찍부터 자녀 교육에 매달리는 것 또한 부질없는 일이라고. 개성 없는 보편적인 능력만 길러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경쟁만 부추길 뿐이라는 것.
“5~6세 된 아이들을 R과 L 발음 구별을 위해 혀 수술을 받게 하면서까지 영어를 가르치려고 한다는데 그건 보편적인 능력을 길러줄 뿐이죠. 내 아이가 남들 다 하는 걸 하도록 하는 건 결국 아이를 바보로 만드는 것과 같아요. 요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졌습니까. 그 치열한 경쟁에 내 자식까지 하나 더 보태는 셈이니, 아이를 더 고달프게 만드는 거죠. 저 같으면 파푸아뉴기니어 같은 걸 가르치겠어요. 남들이 생뚱맞다 할 만한 걸로. 그러면 경쟁할 필요도 없잖아요.”
이외수는 두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학교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면 아내가 학교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독감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고, 온 식구가 차를 몰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고. 그렇게 부모와 함께 ‘일탈’했다가 돌아오면 아이들 스스로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 부부의 방임이라 할 만한 교육법을 아이들이 마냥 좋아만 했을까.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차츰 불안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경쟁하지 말고 ‘심판을 보라’고 말해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의 남다른 제안! 우리 아이‘혼짱’으로 키우기

“큰 녀석이 고3 때 심각하게 얘기하더라고요. 제가 가르치는 대로 살면 아무래도 경쟁에 뒤떨어지고, 낙오자가 될 것 같다고.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어요. 왜 친구들과 경쟁하려 하냐고, 경쟁하지 말라고 했죠(웃음). 그러니 아들 녀석이 다시 묻더라고요. 경쟁하지 않고 어떻게 사냐고. 그래서 ‘너는 심판을 봐라’ 했죠. 친구들과 경쟁하지 말고, 심판 보라고요. 시험 잘 보고, 성적 잘 받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거든요.”
온 세상 사람들이 경쟁에 뛰어들려 할 뿐 누구도 심판을 보려 하거나, 관중이 되려 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그는 두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매일같이 강조한 한 가지가 있다고 한다. 아침마다 그의 글방 문밖에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두 아들에게 “너희 반에서 외롭고 어려운 놈 있으면 네 몫이다. 이걸 잊어버리면 안 된다” 하고 말했다고. 옆에서 듣고 있던 부인 전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한 번도 공부하라 소리는 안 했지만 ‘지금 네가 누구인지만은 꼭 알라’고 했어요. 두 아이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신들의 신분은 학생이잖아요. 그리고 학생이 할 일은 공부이고, 그럼 공부밖에 달리 할 일이 없는 거죠. 대학 들어갈 때까지 참고서 한 번 안 사주고, 학원에도 안 보냈지만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곧잘 했어요.”
이외수는 30년 가까이 한 지붕 밑에 살면서 어느새 생각도 같아진 아내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허허’ 웃으며 “자식을 도인으로 가르쳤다”며 “자신이 누구인지만 알면 교육은 끝”이라고 말한다. 그는 부모가 안달하지 않아도 자식들이 제 본분을 벗어나지 않으며 자라왔고, 지금도 장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며 대견스러워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의 남다른 제안! 우리 아이‘혼짱’으로 키우기

집안에 노래방 기기를 설치해 놓고, 노래를 즐겨부르는 이외수·전영자 부부.


“나중에 떡볶이 장사를 하며 살아도 괜찮다고 했어요. 무슨 일이든 그걸로 행복하면 된다고 했죠. 다만 떡볶이 장사를 하더라도 남들과 똑같은 떡볶이를 만들어서는 행복할 수 없을 거라고 얘기해줬어요. 그랬더니 둘째 녀석은 온갖 떡볶이를 다 연구하더라고요. 전 하나의 예로 떡볶이를 들었을 뿐인데요(웃음). 두 아들 모두 물질이 의식을 지배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결코 평범하다 할 수 없는 부모의 교육법을 자식들이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 건 이외수가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는 두 아이가 자라면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줄어들자 묘책을 강구하기까지 했다.
“두 녀석이 고등학생이 되니까 통 얼굴 마주칠 일이 없더라고요. 아이들이 새벽 2~3시에 들어오면 난 한창 글을 쓰고 있고, 아이들이 아침에 학교 갈 때면 난 잠들어 있으니까. 그나마 주말에는 아이들이 집에 있는데 지들 방에 틀어박혀 게임하느라 정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게임을 배우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죠. 내 나이 쉰두 살 때인데 아이들 학교에 가 있는 동안 게임 매뉴얼 펴놓고,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연습을 했어요. 그리고 아이들한테 나랑 한판 하자고 했죠(웃음).”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두 아들도, 아버지의 실력을 확인하고는 자식들과 대화하기 위해 애쓴 아버지의 노력을 인정해줬다고 한다. 이외수는 “두 아들이 내가 노땅이 아니라 20대 감각을 지녔다는 걸 안다”며 흐뭇해했다.
이외수는 결코 권위를 내세우지 않지만 자신이 집안의 척추, 뼈대라는 것만은 강조한다. 아내와 두 아들 역시 가장으로서의 그의 위치를 존중하고, 그가 얼마나 힘들여 책을 완성해내는지 잘 알기에 온 가족이 그의 집필 스케줄에 맞춰 움직인다고. 때문에 두 아들 모두 대학에 다니는 동안 MT 한 번 제대로 못 갔다고 한다.
“아이들이 이틀씩이나 집을 비우고 나가 있으면 내가 불안해서 글을 못 쓰니까 아이들이 MT를 안 가고 집에 있었어요. 그래도 불평 한번 안 했어요. 그래서 난 내 책들을 혼자 쓴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가서도 그렇게 얘기하죠. 난 글을 혼자 쓰지 않는다. 온 가족이 함께 쓴다. 그러니 혼자 쓴 사람들이 어찌 나를 당하겠느냐고요(웃음).”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의 남다른 제안! 우리 아이‘혼짱’으로 키우기

이외수는 아내와 두 아들 생일엔 잊지 않고 직접 미역국을 끓여 내놓는다고 한다.


이외수는 집필을 시작하면 방문을 밖에서 걸어 잠그도록 한 뒤 틀어박혀 글을 쓰는 걸로 유명하다. 하지만 부인 전씨에 따르면 오래 전 한때, 그것도 몰두가 필요한 작품 초반부에 잠깐 그랬을 뿐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터라 밤에 집필하는 동안에도 누군가 옆에서 조잘대고, 부스럭대길 바랐다고 한다.
글을 쓸 때 가족들이 옆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이외수는 음주가무, 그리고 사람을 좋아한다. 때문에 그의 집엔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온 독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하룻밤 사이에 라면 80인분을 끓여 내놓은 적이 있을 정도. 사람 좋아하는 것까지 꼭 닮아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날이면 부부가 마주 보며 “우리가 뭘 잘못했나” 하고 곰곰이 따져본다지만 두 아들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술주정과 노랫소리로 소란스러운 집안 분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싶지 않았을까?
“녀석들이 나름대로 사춘기를 겪었을 텐데 별로 티내지 않았어요. 작은 놈이 한 번 투정을 한 적이 있긴 해요. ‘우리 집은 공부를 할 수가 없다. 공부 좀 하려면 노래에 술에 사람들 떠드는 소리에 집중이 안 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가 큰 놈한테 혼쭐이 났죠(웃음). 행복에 겨운 소리 한다고요.”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의 남다른 제안! 우리 아이‘혼짱’으로 키우기

이외수는 두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 게임 연습을 하다 손에 물집이 잡히기도 했다고. 그는 “아이들이 내가 20대 감각을 지녔다는 걸 안다”며 웃었다.


사람들이 ‘기인’이라 칭할 만큼 독특한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자식들에게도 남다른 교육법을 실천해온 이들 부부 역시 여느 부모처럼 ‘내 자식이 과연 잘 크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몇 가지 일을 겪으며 “두 아들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더욱 커졌다”고 부부가 입을 모았다.
“큰 아이를 중국에 보내놓고 한 번 가보지도 못해 잘하고 있는지 걱정이 됐는데 얼마 전에 아는 분이 중국에서 큰 아이를 만나셨는데 아침에 눈뜨면 한국을 향해 큰절을 하고 학교에 간다고 하더래요. 그렇게 기본적인 사람의 도리를 알면 다 된 거죠.”
부인 전씨가 큰 아들 자랑을 하자 곧 그가 나서 둘째 아들의 기특함을 얘기했다.
“작은 놈은 단 한 번도 내게 돈 달라 소리를 한 적이 없어요. 어려서 중이염을 앓은 뒤로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아서 공익근무를 했는데 3년 내내 월급 받은 것을 모아서 형 유학비에 보태라고 내놓았어요. 그 전까지 큰 놈은 돈을 주는 대로 쓰기에 바빴는데 충격을 받았는지 그 이후로 돈 달라 소리를 안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스스로 마련해 쓰더라고요.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해도 그렇게 곧바로 마음을 달리 먹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데, 형답다는 걸 보여주고 마는 모습에 둘 다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두 아들 모두 고등학교 때 별명이 대학생이었을 만큼 자주 지각을 하는 등 생활 습관 면에서는 그리 모범적이지 못했다고 한다. 둘째 아들은 심지어 공익근무요원으로 지낼 당시에도 출근 시간이 일정치 않아 ‘이과장’으로 불렸을 정도라고. 등교 시간과 출근 시간을 엄수하는 것은 사회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이외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래온 것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고칠 수 있느냐”며 오히려 반문한다. 아이가 못 고치겠다고 하는 것을 억지로 강요하면 오히려 아이를 바보로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 그가 이렇듯 자신하는 건 두 아들이 등교 시간, 출근 시간은 정확히 지키지 못해도 맡은 일에 대해선 야근을 하면서까지 말끔히 끝내놓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의 단점을 고치는 교육보다 장점을 살리는 교육이 아이를 더욱 크게 만든다는 그의 평소 지론 때문이다.
“고치려고 들면 단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거기에만 매달리면 허송세월이죠. 장점을 잘 살려 단점을 가리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이에요.”
그는 또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 만큼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꽃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꽃이 피기 전에 그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들이 간직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그는 “내 자식이 남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요소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자연을 많이 접하게 하고, 둘째 책을 많이 읽어 생활 속에서 체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들이 의식을 확장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에너지가 되거든요. 그리고 세 번째로 종교의 가르침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아요. 반드시 교회나 절에 나가지 않더라도 옛 성현들이 무엇을 가르쳤는가를 눈여겨보게 하는 거죠. 그것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자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거든요. 아이들이 그런 걸 추구하지 않고 세상에 끌려만 다니면 세상을 헛사는 거나 다름없어요. 이 세 가지 다 내면을 가꾸기 위한 것들인데, 겉이 아무리 번듯해도 내면에 빛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죠.”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의 남다른 제안! 우리 아이‘혼짱’으로 키우기

최근 몇 년간 ‘소망상자’ ‘사색상자’ ‘우화상자’라는 부제가 달린 3편의 에세이집을 통해 정서적으로 메말라가는 사회를 촉촉이 적시고, 조급증에 걸린 사람들을 다독여주려고 노력해온 이외수의 요즘 화두는 ‘낭만’이다. 올 초 독자들과 만나게 될 소설에 그는 낭만과 서정이 사라진 세상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금불알’이라는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시인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밤하늘에 달이 사라진 걸 알고 주위 사람들에게 어젯밤에 달을 봤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달이 뭐냐고 되묻죠. 그리고 달력을 보니 ‘月’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人’자가 떡하니 있는 거예요. 이거 미칠 노릇이죠. 남들이 다 아는 걸 나만 모를 때 고독하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은 다 잊은 것을 나만 알고 있을 때도 무지 고독하다는 걸 주인공이 깨닫게 되죠.”
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수의 남다른 제안! 우리 아이‘혼짱’으로 키우기

3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이외수·전영자 부부는 세상을 보는 눈이 꼭 닮아있다.


소설의 도입 부분을 귀띔해주며 이외수는 “이외수가 아니고서야 누가 달을 없앨 수 있겠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대부분 나이 50을 넘기면 글을 안 쓰는데 내년에 예순 살이 되는 난 이번 작품을 데뷔 작품이라 생각하고 내놓으려고 한다. 지금까지 작품은 다 없었던 걸로 하고, 정말 멋있는 걸 보여주자 마음먹고 쓰고 있다”며 다부지게 말했다.
이외수는 사람들이 세상이 황폐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가슴이 황폐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글을 쓰는 것도 황폐해진 세상을 기름지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그는 ‘몸짱’ ‘얼짱’에 열광하는 요즘, 무엇보다 젊은 부모들이 자녀를 생각이 아름다운 ‘혼짱’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