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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을 기증하다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6.11.01 16:45:53

일본으로 유출됐던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 한 점이 돌아왔다.
사재를 털어 ‘수월관음도’를 사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덕분이다.
자존심을 기증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비로소 ‘수월관음도’를 소장하게 됐다. 윤동한(69) 한국콜마 회장이 기증한 덕분이다. 10월 17일 국립중앙박물관이 ‘수월관음도’를 언론에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윤 회장은 “학창 시절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7년 전 파리 기메박물관에서 만난 작품 해설자가 우리나라 공공 박물관에는 ‘수월관음도’가 없다고 했다. 그만큼 ‘수월관음도’가 귀중한 유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겠지만, 그 말에 내가 자존심이 상했다. 지난 4월 우연히 수월관음도가 한국 나들이를 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이 불화가 일본으로 나가면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재일교포가 소장했던 ‘수월관음도’를 구매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 “내가 ‘수월관음도’를 만난 건 운명인 것 같다. 7백 년의 생명력을 이어온 이 고려 불화가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를 일본으로 불러들인 게 아닌가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월관음도’는 〈화엄경〉의 ‘입법계품’에 나오는 관음보살의 거처와 형상을 묘사한 그림으로, 달빛이 비치는 연못가 금강보석 위에 앉아 있는 관음보살을 선재동자가 찾아뵙는 장면을 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1백60여 점의 고려 불화가 남아 있는데, 그 가운데 ‘수월관음도’는 표현이 화려하고 섬세해 고려 불화의 백미로 꼽힌다. ‘수월관음도’는 국내외 통틀어 대략 46점이 존재한다. 국내에는 리움 미술관에 2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우학문화재단·호림박물관에 각 1점씩 소장돼 있었는데 윤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며 모두 6점이 됐다.



자존심을 기증하다

적외선으로 촬영한 ‘수월관음도’의 관음 미소.

특히 이번에 기증된 ‘수월관음도’는 관음보살과 선재동자 등 고려 불화의 중요한 요소들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국내의 다른 ‘수월관음도’처럼 ‘보물’로 지정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런 귀한 미술품을 윤 회장은 왜 굳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을까.

“애초부터 국립박물관에 기증하려고 ‘수월관음도’를 들여온 거예요.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으니 화장품 박물관을 지어 거기에 보관하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 문화재이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다면 같은 결정을 할 겁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의 아름다운 기증을 기념해 ‘수월관음도’를 11월 13일까지 특별 전시한다. 이후 본래의 가치를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보존 처리 과정을 거쳐 원화에 가까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 이상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6년 11월 6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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