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군의 셰프’는 인기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가 원작으로, 미쉐린 3스타 셰프 연지영(임윤아)이 조선시대로 타임 슬립해 절대 미각을 지닌 이헌과 얽히는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다. 지난 9월 28일 종영한 이 작품은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17.1%를 기록하며 화제성과 완성도를 모두 잡았다.당초 이헌 역은 다른 배우가 맡을 예정이었으나 불미스러운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첫 촬영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 이채민이 긴급 투입됐다. 그는 단기간에 승마와 서예를 익히고, 사활을 걸듯 매 장면에 몰입하며 우려를 기대감으로 바꾸어냈다. 이채민은 원래 화를 내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절대 권력을 쥔 폭군의 얼굴로 완벽히 변주해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누군가는 이 변신을 두고 “대타 홈런”이라 말했다.
이채민은 학창 시절에는 교대 입학을 목표로 했을 만큼 모범생이었으나, 고2 겨울방학 무렵 더는 배우의 꿈을 미룰 수 없다고 느껴 부모님께 솔직히 뜻을 전했다. 그 순간이 인생의 전환점이 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진학한 뒤 ‘하이클래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일타 스캔들’ ‘이번 생도 잘 부탁해’ ‘하이라키’ ‘바니와 오빠들’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폭군의 셰프’로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드라마 종영 직후 발표된 한국기업평판연구소 9월 라이징 스타 브랜드평판 1위, 순식간에 350만을 돌파한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담담하다. “고생했다”는 동생의 짧은 한마디, 그리고 “넌 배우이기 전에 내 아들”이라 말하는 부모의 태도는 그가 자만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힘이다. 이채민은 10월 서울을 시작으로 자카르타·마닐라·방콕·홍콩·청두·타이베이·도쿄 등 아시아 주요 도시로 팬 미팅 투어가 예정돼 있어, 국내를 넘어 글로벌 팬덤까지 확장할 준비를 마쳤다.
첫 촬영 열흘 전 합류, 승마도 현장에서 배워

드라마 ‘폭군의 셰프’ 스틸컷.
여러 면에서 조금씩 실감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같이 작업해보자”는 긍정적인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졌고, 길을 걷다가 알아보시는 분들도 생겼어요. 지인분들께서도 “잘 봤다”는 말을 전해주시곤 해서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끼며 지내고 있습니다.
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소감은 어떤가요.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과분한 사랑을 받아 감사할 뿐입니다. 어떤 작품이든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임하는데, 이번 작품은 준비할 시간이 짧아서 부담감이 훨씬 컸습니다. 그래서 에너지 분배 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온 힘을 다했고, 그 절박함이 화면에 담겨 시청자분들도 더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애정이 큰 작품이었기에 종영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믿기지 않아요. 아직도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드라마 출연을 결심할 떈 어떤 마음이었나요.
가장 큰 건 ‘누가 되지 말자’였습니다. 존경하는 감독님,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작품이었으니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했죠. 또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는 기회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을 꺼내고 싶었습니다.
특히 힘들었던 점은 뭔가요.
심리적 부담이 가장 컸습니다. 이헌은 사냥, 활쏘기, 서예까지 다 능통한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짧은 준비 기간으로 과연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다행히 현장에서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분에 믿음을 가지고 자신 있게 임할 수 있었습니다. 주눅 들면 안 되겠다 싶어 더 당당한 태도를 보이려 노력했어요.
승마와 서예는 얼마나 연습했나요.
두세 번 정도 시간을 쪼개 배우긴 했지만, 대부분은 현장에서 실전처럼 익혔습니다. 승마는 드라마 중후반에 가서야 혼자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는데, 그때는 오히려 ‘이 실력으로 초반부터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잘 담아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비프 부르기뇽

드라마 ‘폭군의 셰프’로 처음 사극 연기에 도전, 존재감을 각인시킨 배우 이채민.
이헌 정도의 절대 미각은 아니지만 음식에 예민한 편이에요. “먹기 위해 일한다” 할 정도로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솔 푸드는 돈가스입니다. 삼시 세끼 돈가스 맛집을 찾아다닌 적도 있어요.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식사 후 또 먹어야 해서 체중이 3kg 정도 늘었습니다. 음식이 메인인 장면에서는 NG가 나도 음식이 망가지지 않게 최대한 신경 썼어요. 괜히 음식을 낭비하면 안 되니까요.
극 중 다양한 요리가 나오는데,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뭔가요.
실제로 다 맛있었지만 연 숙수가 명나라 숙수들과 경합에서 내놓았던 비프 부르기뇽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보통은 “컷” 하면 삼키지 않고 처리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너무 맛있어서 삼켜버렸어요(웃음). 쑥·흑임자 마카롱 같은 디저트가 제 취향에 맞아 촬영 끝나고 따로 챙겨가기도 했습니다.
맛을 표현할 때는 어떤 상상을 했나요.
최대한 눈을 감고 맛에 집중하며 ‘나라면 이럴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를 세세히 상상했어요. 맛있어서 웃기도 하고, 감동해서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요리 소재 예능과 애니메이션,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까지 참고했고 거울을 보며 표정 연습도 했습니다. 다행히 음식이 실제로 너무 맛있어서 과장할 필요는 없었죠. 편집으로 CG가 더해지니 제 상상력이 극대화된 느낌이었고, 그 덕분에 표현이 더 자연스럽게 살아났습니다.
선배들과 맞붙는 장면에서도 밀리지 않던데요.
그건 전적으로 선배님들 덕분입니다. 선배님들이 큰 에너지를 주셨기 때문에 저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산대군(최귀화)과 독대하는 장면에선 선배님의 폭발적인 연기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더 깊이 끌려 들어갔어요. 그런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정말 감사했죠.
첫 사극인데 연기 톤은 어떻게 잡았나요.
촬영 전 다양한 사극을 보며 왕 역할 선배님들의 말투를 따라 해봤습니다. 감독님께서 짧은 기간 동안 그룹 리딩 기회를 많이 주셔서 빠르게 캐릭터를 잡을 수 있었고 윤아 선배님도 큰 도움을 주셨어요.
촬영하면서 ‘이제는 내 작품 같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현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들을 때였습니다. 먹는 장면에서 다들 웃고 즐거워하거나 감정 신에서 눈물 흘리는 제 연기를 보고 “좋았다”는 말을 전해주었을 때, 비로소 ‘내 연기가 작품 안에서 살아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엔딩 부분에서 연지영을 따라 현대로 온 이헌이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는데요.
아마 지영과 함께 요리하며 살지 않을까요? 에필로그에서도 비빔밥을 만들었잖아요. 원래 미식가 기질이 있었으니, 지영에게 요리를 배우고 보조 요리사로 지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리 평론가도 잘 어울릴 것 같고요(웃음).
캐릭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셨나요.
아직은 사극 말투가 남아 있더라고요. “이것 참 맛깔나다” 같은 표현이 입에 붙었고, 음식을 먹으면 왠지 평가해야 할 것 같기도 해요.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임윤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열 살 차이가 나지만 윤아 선배님이 워낙 겸손하고 다정하게 다가와주셔서 친구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팬심으로 시작했는데,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도 너무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늘 저를 믿고 이끌어주셔서 이헌으로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는데,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부모님은 한결같으십니다. 아버지는 항상 “넌 배우이기 전에 내 아들이고, 세상 누구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세요. 그 말 덕분에 저도 변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동생은 “고생했네”라고 한마디 해줬는데, 시크한 성격이라 그 안에 진심이 다 담겨 있음을 알죠.
연기 학원 알아봐준 아버지, 인기에는 덤덤
학창 시절 공부도 잘했다고 들었는데, 연기를 시작할 때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요.불안감은 있었겠지만 말리진 않으셨어요. 오히려 아버지가 직접 연기 학원을 알아볼 정도로 응원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용기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키가 큰데, 집안 내력인가요.
맞습니다. 아버지가 184cm, 어머니가 172cm예요. 청소년기에 얼마까지 클지 궁금해서 성장판 검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 최종 키가 186cm라고 하더라고요. 제 키가 191cm니까 그보다 조금 더 컸네요. 운동을 좋아해 꾸준히 하다 보니 더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시아 팬 미팅이 예정돼 있어요. 기대가 클 것 같아요.
예전에 일본에서 팬 미팅을 했는데 그때도 큰 힘을 얻었습니다. 이번에는 더 많은 분을 만나게 되니 감사하고 설레죠. 당시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막상 무대에 서면 제가 뭘 해도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첫 팬 미팅 때는 무대에서 내려와 대기실에서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벅찬 순간이었죠.
지금의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행복합니다. 사랑받는다는 건 인간에게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아요. 다만 그 사랑에 취하지 않으려 늘 스스로를 경계합니다. 이 관심은 제가 아니라 함께한 모든 분이 만든 결과니까요. 그래서 더 겸손하게,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롤 모델이 있나요.
예전엔 특정 배우분들을 롤 모델로 삼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함께하는 선배님과 동료들에게서 배울 점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 정말 많은 선배님께 배웠고, 앞으로도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배우로부터 좋은 점들을 흡수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누아르 같은 강렬한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고, 슈트를 입은 재벌 캐릭터도 흥미로워요. 또 언젠간 절절한 멜로를 통해 감정의 깊이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떤 작품이든, 진심이 전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채민 #폭군의셰프 #여성동아
사진제공 바로엔터테인먼트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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