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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도 꽃청춘들이 있다네” ‘응팔’ 아프리카 납치사건

꽃보다 청춘

기획 · 김지영 기자 | 글 · 두경아 자유기고가 사진 · 지호영 기자, tvN 제공 | 디자인 · 최정미

2016. 03. 03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박보검,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네 명의 배우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여행을 다녀왔다. ‘청춘’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아프리카다.







1월 중순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케이블 TV 사상 역대 최고의 시청률 19.6%를 기록했다. 그 성적만큼이나 뒤풀이 역시 화려했다. 출연진 모두 푸껫으로 포상 휴가를 떠난 것. 그런데 휴가 마지막 날,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던 중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응팔〉 단톡방(단체 채팅방)에서 오간 메시지는 이랬다.
“박보검,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가 사라졌다!”
“(고)경표는 눈물까지 흘리던데?!”
누구도 예상못한 네 남자 납치 사건! 주범은 〈꽃보다~〉 시리즈의 나영석 PD였다. ‘준비 없이’, ‘납치하듯’ 떠나는 여행은 흥미진진한 〈꽃보다 청춘〉(이하 〈꽃청춘〉)식 프롤로그다.



“푸껫에서 나영석 PD님을 보았는데, ‘뭐지? 내 눈앞에서 무엇이 펼쳐지는 거지?’ 하면서 ‘멘붕(멘탈붕괴)’이 오더군요. 당황하면 인지 능력이 멈춰버리는 걸 그때 처음 느꼈어요. 해외여행 한번 한 적 없는 제가 푸껫까지 왔는데, 그래서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면서 즐겼는데… 그런 제가 아프리카를 가게 된 거예요.” 안재홍

고경표는 눈물을 흘린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해명했다.

“〈꽃보다~〉 시리즈는 호감인 사람들이 나오는, 호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동안 ‘나는 그런 프로그램에 나갈 수 없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제가 그 주인공이 되니 복잡한 심경에 눈물이 났어요. 아프리카행을 인지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인지하고 나니 감정이 끓어오르더군요.” 고경표

나영석 PD는 〈응팔〉 1화를 보자마자, 유명해지기 전인 이들을 〈꽃청춘〉에 캐스팅하기로 결정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는 이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지라는 판단에서다.


발가벗고 수영하며 더욱 돈독해진 사나이들의 우정

안재홍(30), 류준열(30), 고경표(26), 세 사람은 〈응팔〉을 함께하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대학이나 영화 등의 연결고리가 있었고, 드라마 내에서도 류준열과 안재홍은 형제로, 또 류준열과 고경표는 친구로 함께할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박보검(23)은 예외였다.

“드라마에서 저는 약을 먹고 자거나 대국을 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었어요. 게다가 (택이는) 학교도 안 다니는 아이여서 교복이 없었고 ‘브라질 떡볶이’ 가게에도 함께 가지 못했죠. 출연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외로웠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돈독해진 것 같아요.” 박보검

“보검 씨가 워낙 조심성이 많고 말수가 적어서 촬영하는 6개월 동안 대화가 없었어요. 그러다 여행을 하면서 붙어 있을 시간이 많았는데, 덕분에 친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속을 알 수 있는 친구가 됐죠.” 류준열

함께 목욕을 하면 진정한 친구가 된다고 하던가. 박보검이 이들과 격의 없이 친해진 것도 수영장에서 함께 수영을 하면서다. 그것도 나체로!

“형들과 있으면서 제가 정말 속옷을 벗을 줄은 몰랐어요. 결단력 있게 벗은 제 자신이 놀라웠고, 저희만의 추억을 만든 것 같아 행복했어요. 아마 그 장면을 느리게 돌려보면 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형들의 눈빛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웃음).” 박보검

고경표는 “보검이와 이번까지 다섯 작품을 해서 잘 아는데, (보검이는) 정말 안 벗을 줄 알았다”며 웃었다. 꽃청춘 4인 가운데 박보검을 제외한 세 사람은 이미 푸껫에서 나체로 수영한 전력이 있다.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불법이나 규칙에 어긋난 것들은 금지해왔어요. 그런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연인이 되어 수영을 해보니 너무 즐거운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들은 보검 씨가 승부욕이 솟았는지 정말로 아쉬워했어요. 그 기억이 좋아서 아프리카에서도 나체로 수영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보검 씨가 기다렸다는 듯 속옷을 벗더라고요.” 류준열

여행을 위해 이들은 각자 포지션을 정했다. 안재홍은 〈응팔〉 ‘봉 선생’ 콘셉트처럼 요리를 맡고, 여행의 리더와 운전, 통역은 류준열 담당이었다. 고경표는 재정을 관리하고, 막내인 박보검은 틈틈이 운전을 하거나 음주 후 자리를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아프리카도 사람 사는 곳이더라고요. 기본적인 영어만 해도 잘 곳이 예약되고, 밥이 나오고, 티켓을 손에 넣는 기적을 경험했죠.” 류준열

“저는 맏형이고, 외모만 보면 오프로드 동호회장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이 친구들에게 끌려다녔습니다. 준열이가 리드를 잘했어요.” 안재홍

여행 중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박보검이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

“팀에서 막내답게 편하게 다녔지만 그때는 걸림돌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어요. 형들이 피곤할까봐 운전대를 잡았는데, 잡자마자 사고가 났거든요.” 박보검

박보검에 관한 에피소드는 또 있다. 평소처럼 여행 중에도 박보검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의 깍듯한 매너가 다른 출연자들에게도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중에는 ‘감사하다’는 말이 구호가 됐다.

“감사하다고 말을 하니까 정말 감사한 일들이 생기더군요. 4음절의 단어가 좋은 영향을 미친 것에 또 감사했습니다.” 박보검



박보검의 맑은 눈동자, 아프리카 동물 스프링복 닮아

이들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놀라운 광경을 종종 목격했다. 안재홍은 한 국립공원에서 만난 동물들을 떠올렸다.

“자칼(개과의 동물)이 우리나라 길고양이처럼 많았어요. 그 가운데 귀가 뾰족한 녀석은 사막여우였고요. 가장 놀라웠던 동물은 기린이었어요. 기린은 서서 잠자는 동물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국립공원에 기린이 누워 있는 거예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가죽만 남아 있더군요. 공원에서 처음 본 장면인데 정말 무서웠고, 꿈에도 나왔어요.” 안재홍

그런가 하면 함께 촬영 간 스태프들까지 감격한 장소도 있다. 바로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였다. 고경표는 “운이 좋게도 마침 노을이 지고 있었다. 관광객이 대부분 나간 시간이라 그곳을 빌린 것처럼 즐겼다. 그 시간에 그곳에 있는 것이 천운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아이처럼 뛰어논 나영석 PD는 “다음 날 출연자들은 힘든 곳에 보내고 다시 한 번 찾아갔었다”고 고백했다.
나 PD는 “〈응팔〉의 ‘꽃청춘’ 4인방에게 모두 그 드라마의 캐릭터가 50%씩 섞여 있어서, 그 점을 찾는 것이 촬영의 묘미였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네 배우는 서로를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에 비유해 웃음을 자아냈다.

“경표는 낙타에 비유하고 싶어요. 낙타의 혹 안에는 사막에서 정말 필요한 귀한 것이 들어 있잖아요. 그것처럼 경표는 내면에 정말 훌륭한 것들을 많이 가진 친구기 때문에 낙타라 하고 싶네요.” 안재홍

“재홍이 형 하면 코끼리가 떠올라요. 아프리카에서 본 코끼리는 우직하고 부성애가 느껴지거든요. 평소에는 온순하고 착하지만, 강할 때는 강한 코끼리. 재홍이 형도 마음이 넓고 큰 사람, 우직하고 멋진 코끼리입니다.” 고경표

“준열이 형은 호랑이에 비유하고 싶어요.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여행에서 저희를 잘 이끌어주고 잘 챙겨주었기 때문에 호랑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박보검

“스프링복은 사슴처럼 생긴 아프리카 동물인데,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더군요. 보검 씨의 눈에서는 스프링복 같은 느낌이 나요.” 류준열

현지 적응이 가장 뛰어났던 배우는 안재홍. 그는 나 PD로부터 〈꽃보다~〉 시리즈의 짐꾼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사람으로 꼽혔다. 이들이 만든 아프리카에서의 추억은 2월 19일부터 방영된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를 통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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