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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자신한 그 많던 면세 명품 브랜드는 다 어디 갔을까?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 디자인 · 김민경

입력 2016.01.11 11:55:13

2015년 치열한 경쟁 끝에 사업권을 따낸 서울 시내 신규 4대 면세점 모두 ‘명품 없는 개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5년 주기 면세 특허 재승인 방침과 비강남권인 입지 조건을 이유로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을 꺼리는 탓이다.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명품이라는 동력 없이 문을 열게 된 이들 면세점의 앞날과 명품 유치 전망.
입점 자신한 그 많던 면세 명품 브랜드는 다 어디 갔을까?

1 HDC신라 면세점. 2 두산 면세점. 3 신세계 면세점. 4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백화점, 대형 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분야는 성장 한계에 도달했지만,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며 해마다 두 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해왔다. 국내 면세점 시장의 규모도 2010년 4조5천억원에서 2014년 7조5천억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급성장의 비결로 한류 열풍과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를 첫손에 꼽는다. 정부가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 신설한 것도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추세를 고려해서다.
2015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시내 면세 특허권을 놓고 벌어진 면세점 유치 경쟁에서 최종 승자로 낙점된 신규 면세사업자는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만든 합작 법인 HDC신라를 비롯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두산, 신세계디에프까지 4곳. 이들은 도심의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으로 면세 특허권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꼭 필요한 명품 브랜드 입점에 난항을 겪으면서 네 곳 모두 명품 없는 개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입점 자신한 그 많던 면세 명품 브랜드는 다 어디 갔을까?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입점하는 HDC신라 면세점(왼쪽)과 서울 여의도 한화63시티에 들어서는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이 12월 24일과 28일 1차 오픈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에 한창이다.

명품 유치 최소 8개월, 올 중반기 이후 승자 갈릴 듯

먼저 서울 시내에 신설된 면세 특허권을 따낸 HDC신라 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2015년 12월 24일과 28일 각각 1차 오픈한다. HDC신라 면세점은 용산 아이파크몰 3〜7층에 2만7400㎡ 규모로,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여의도 한화63시티 지하 1층~지상 3층 총 4개 층에 1만72㎡ 규모로 들어선다. 그러나 두 면세점에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선호하는 주요 명품 브랜드가 빠져 있다. 지난해 7월 신규 면세점 입찰 발표 후 계속해서 명품 브랜드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 등 3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직접 나서 입점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 사장은 2015년 9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HDC신라 면세점 개장이 임박한 만큼 이 사장이 면담에서 아르노 회장에게 루이비통을 비롯한 계열 명품 브랜드들의 입점 의사를 타진하거나 요청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
LVMH그룹은 루이비통뿐 아니라 디올·지방시·셀린느 등 패션·잡화 브랜드와 태그호이어·쇼메 등 시계·보석 브랜드, 겔랑·메이크업 포에버 등의 화장품 브랜드에 세포라 등의 유통 브랜드까지 거느린 세계 최대의 명품업체. 그러나 이 가운데 화장품을 제외하고 입점을 확정한 명품 브랜드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자리한 갤러리아 명품관을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명품 입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면세점은 백화점과 관리 방식이 다른 데다 신규 사업장이 자리할 여의도에 대한 명품 브랜드의 호감도가 높지 않아서 입점을 이끌어내기가 간단치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두산 면세점도 비강남권에 자리해 한화갤러리아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명품 브랜드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동대문 두산타워(두타) 빌딩에 기존 쇼핑몰을 제외한 다른 층들을 활용해   1만7000㎡ 규모의 면세점을 꾸밀 계획이다.
2016년 상반기 면세점을 개장할 예정인 두산은 면세사업자로 확정되기 전 ‘보그’ ‘GQ’ 등 유명 패션 잡지를 20년 이상 발간해온 경력을 발판 삼아 샤넬, 루이비통 같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부터 입점의향서(LOI)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입점의향서일 뿐 법적 효력은 없으며, 아직 입점을 확정한 명품 브랜드는 없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만 두산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이 직접 면세점과 두산타워 쇼핑몰을 총괄하는 두산 사업부문의 유통전략담당 전무로 경영 전면에 나선 데다, 박용만 회장이 명품 브랜드들과 오랫동안 친분을 다져온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2016년 4월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과 바로 옆 메사 빌딩 2개 건물을 활용해 모두 14개 층, 연면적 3만3400㎡ 규모로 완공될 신세계 면세점도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브랜드가 들어오기까지는 최소 8개월에서 10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신규 업체들은 내년 중반, 늦어도 하반기에는 명품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시내 면세점 수가 늘어나 이조차도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카르티에, 불가리 등 희소성을 브랜드 이미지 전략에 활용하는 명품 브랜드의 경우 입점 기준이 까다로워서 협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때 국내 유명 백화점들은 해외 명품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판매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추고 인테리어 비용까지 제공하는 굴욕적인 협상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이 같은 일이 면세점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을 듯하다. 한 브랜드에 여러 대기업 면세점이 구애의 손을 내밀고 있으니, 매장 수를 한정하는 명품 브랜드를 품으려면 좀 더 달콤한 사탕을 건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들은 앞으로 좀 더 높은 마진율과 좋은 자리, 넓은 매장 등 유리한 조건을 달기 위해 열을 올릴 공산이 크다. 2015년 9월 샤넬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약 99㎡의 화장품 단독 매장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바로 철수한 사건은 명품 브랜드가 지닌 힘의 우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승자의 저주’ 분위기 반영? 주가도 하락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최근 새롭게 도입한 ‘5년 주기 면세 특허 재승인’ 제도도 글로벌 명품 입점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명품 브랜드를 국내 면세점에 유통하는 대행업체는 최근 면세점 특허권을 관리하는 관세청에 “면세점 운영권을 5년마다 심사하면 고용 및 납품 관리가 어려우니 제도 개선을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했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면세점이 5년마다 바뀌면 입점한 명품 브랜드는 이미지 하락과 재고 관리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 면세점에 매장을 여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한 탓에 면세 특허권을 획득한 업체들의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면세사업자로 결정된 후 상승 무드를 타던 호텔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관련 종목의 주가는 최근 들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면세점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까 우려하는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활발히 유입하고 도심 전체가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승인 제도 개선과 명품 브랜드를 대체할 국내 킬러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여성동아 2016년 1월 6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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