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자무싸’에서 배우 장미란 역을 맡아 웃픈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한선화.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 ‘교생실습’을 통해 첫 호러 장르에 도전한다. ‘교생실습’은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교생 은경과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B급 감성 공포 영화다. 단편 ‘버거송 챌린지’와 ‘빨간마스크 KF94’, 장편 데뷔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을 연출한 김민하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과 배우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 안에서 현실적 공포와 기묘한 유머를 동시에 끌어내며 마니아층을 확보한 김 감독은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에 관련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극 중 한선화가 연기한 은경은 엄청난 열정과 텐션을 가진 MZ 교생이다. “개쩌는데…” 같은 신조어를 남발해 교장 선생님을 당황하게 하고, 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한선화는 “B급 감성을 좋아한다. 진지한 연기도 선호하지만 웃긴 역할을 맡을 때 너무 좋더라”면서도 “연기로 누군가의 웃음 코드를 자극하고 장면을 살려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더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다음은 한선화와의 일문일답이다.

B급 감성 좋아하지만 연기하긴 어려워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요.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 영화를 선보이게 돼 뜻깊게 생각해요. 작년 2월에 촬영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관객들을 만나게 돼 설레는 마음입니다. 최근 ‘살목지’ ‘기리고’ 등 공포 장르 작품들이 이어지는 시기에 함께 개봉하게 돼 더욱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처음 보는 형태의 시나리오였고, 대사들도 독특했어요. ‘술꾼도시여자들’ 속 지연의 대사를 보면서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그때와 비슷했어요. 그런 점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더라고요. 감독님의 전작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을 극장에서 봤고, 단편 ‘혈세’도 인상 깊게 봤어요. 복잡하게 꾸미기보다 전달하고 싶은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연출 스타일에 호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과 미팅하면서 일상적이지 않은 대사들을 어떤 의도로 쓰셨는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독님께서 캐릭터의 ‘기본값’을 확실하게 잡아주셨기 때문에 그 세계관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원래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가요.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에요. 너무 무서웠으면 아마 못 했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 영화는 죽자고 무섭게 만든 게 아니라, 전통 호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메시지와 코미디가 적절히 섞인 독특한 장르라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관객들도 처음엔 낯설지 모르지만 일단 감독님이 설계한 세계관에 들어오시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뭔가요.
제일 먼저 시나리오를 보고, 그다음은 제가 맡게 될 인물을 집중해서 봐요.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도 꼭 찾아보는 편이고요. 장르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배우는 결국 선택을 받는 직업이다 보니, 제게 오는 작품들 안에서 마음이 가는 인물과 이야기를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학창 시절 댄스 동아리 활동 열심히 한 모범생”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반응이 좋았다고요.감독님의 영화 세계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팬분들이 많더라고요. 영화제를 여러 번 다녀봤지만 감독님의 색깔 자체를 이렇게 강하게 지지하는 관객층은 처음 봤어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꾸준히 밀고 나가시니까 응원해주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어요.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댄스 동아리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 성적과 별개로 학교생활 자체를 성실하게 했고요. 학교가 집에서 꽤 멀었는데도 3년 동안 지각을 한 번도 안 했어요. 좋아하는 선생님이 계시면 그 과목이 싫어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극 중 ‘MZ 교생’ 역할을 맡았는데, 실제 성격과도 닮았나요.
“뀨” “개쩌는데!” 같은 대사를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SNS 밈이나 유행어도 잘 모르고, MZ보다는 오히려 ‘꼰대’에 가까운 것 같아요(웃음). 요즘은 쿨한 게 대세라고 해서 쿨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감독님은 ‘서이초 사건’이 모티프가 됐다고 하던데요.
네, 감독님이 촬영하면서도 그에 관한 얘기를 해주셨어요. ‘누군가는 가볍게 웃으며 볼 영화가 창작의 단계에서는 이토록 깊은 고민에서 시작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고, 창작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연기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스승이나 동료가 있다면요.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고민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세요. 그리고 (드라마 ‘신의 선물-14일’ 등을 함께한) 연재욱 선배님처럼 존경하는 동료들도 있고요. 연기뿐 아니라 현장에서 겪는 고민들까지 같이 나누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나는 정말 좋은 선생님과 좋은 동료를 두고 있구나’ 하면서 감사하게 생각하죠.
‘모자무싸’에선 배우 역할을 맡았는데, 배우가 배우를 연기하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배우라면 배우 역할을 한 번쯤 해보고 싶어 할 거예요. 되게 흥미로웠고,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장미란이라는 인물은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결국은 제목 그대로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는 한 인간이에요. 화려함 뒤에 숨겨진 외로움, 대중에게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공감됐어요.



B급 감성 공포 영화로 마니아 팬을 확보하고 있는 김민하 감독의 신작 ‘교생실습’에선 신세대 감성의 교생을 연기했다.
“좋은 배우들과 연기, 동기 부여 돼”
드라마 대사가 좋다는 평이 많은데, 연기하면서 느끼나요.그럼요. 대본을 보면서 보통은 제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일로 접근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마치 좋은 소설책처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본에 필기를 너무 많이 해놔서 지금은 거의 너덜너덜해졌어요. 두고두고 읽을 수 있게 대본집이 나오면 좋겠어요. 작가님이 인간의 마음과 심리에 대해 정말 깊이 고민하셨다는 게 느껴졌어요. ‘맞아, 나도 이런 감정 느껴봤어’ 하는 순간들이 많았고요. “1000개의 문이 열려 있다” “감정은 의지대로 안 된다” “작은 행복이라도 있어야 한다” “길 가다 500원짜리 동전을 주워도 기분이 좋아진다” 같은 표현들이 너무 좋았어요.
선배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은 어떤가요.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좋은 현장에 있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비단 이번 작품뿐 아니라 ‘달짝지근해: 7510’의 유해진 선배님, ‘파일럿’의 조정석 선배님, ‘퍼스트 라이드’의 강하늘·김영광 오빠 등과 함께하면서 동기 부여가 됐고 연기가 더 재미있어졌어요.
데뷔한 지 벌써 16년째네요. 처음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연기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매 작품 아등바등하며 제 몫을 다하려고 고군분투 중이지만, 그 과정이 즐겁고 보람도 있어요. 또 연기는 나이 들면서 그에 맞는 배역을 찾을 수 있고, 지금까지 지나온 과정과 경험, 생각들을 캐릭터로 표현할 수도 있거든요. 예전에는 공감대를 찾으려 애써야 했던 역할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공감이 되기도 해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장르와 캐릭터는 다 하고 싶고 욕심이 나요.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마흔이 되기 전에 액션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한선화 #모자무싸 #교생실습 #여성동아
사진제공 고스트스튜디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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