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대입개편안에 따라 3년 후 대입을 치를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 진학하는 대학 전공 계열과 상관없이 모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응시해야 한다.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1·2 중 두 과목을 골라 응시했던 기존 시험과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띠는 것.
모든 학생이 과학탐구를 수능에서 응시하게 되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현재 고1 학생들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통합과학을 학교에서 이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2023년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에 따르면 1등급(4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사회 과목은 34.73%에 달했으나 과학의 경우 8.94%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느끼는 통합과학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는 뜻. 대치동 등 사교육 중심지에서는 통합과학에 대비한 선행학습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장풍은 2002년부터 인터넷 강의를 시작해 2009년부터는 메가스터디에 합류해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인강계의 화석’이다. 현재 엠베스트에서 중등 과학, 메가스터디에서 지구과학과 통합과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등 과학 분야에서 단연 일타강사로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강의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에 출연해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 사려깊은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장풍과학연구소에서 만난 그에게 ‘통합과학’ 수능 응시 영향을 묻자 “일거리가 많아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장풍은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자마자 수능 준비를 시작하게 되는 셈”이라며 “중등 과학 내용이 70% 이상 연계되는 만큼 섣불리 선행학습을 하기보다 중학교 때 꼼꼼하게 과학 내용을 복습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단원 하나에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물화생지)이 연결돼 들어가 있다는 건 다들 아실 거예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가령 통합과학 2단원은 ‘물질과 규칙성’입니다. 물질이라고 하면 화학 내용일 거 같지만 교과서를 펼치면 지구과학부터 시작합니다. 빅뱅 우주론이 나오죠. 우주는 고밀도의 한 점에서 폭발해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별이 진화하고 다양한 원소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원소는 화학적 결합과 물리적 결합에 의해서 만들어지죠. 그리고 지구가 탄생하고 생명체가 만들어집니다. 그다음엔 생명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를 배우게 돼요. 그러니까 물화생지가 한꺼번에 들어가 있으면서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스토리가 강조되면 공부하는 방식이 달라야 하나요.
과학탐구가 쪼개져 있을 때는 각 과목의 개념이 중요했습니다. 그 개념 속에서 생각의 폭을 얼마나 확장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통합과학은 한 단원에서 물화생지를 한꺼번에 배우고 이를 스토리로 엮는 후반작업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는 거죠. 지금까지는 문제를 풀기 위해 개념을 배우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개념을 정말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문제를 풀 수 있는 겁니다.
수능 과학 난이도는 어떻게 될까요.
과학탐구가 8과목일 때와 비교하면 비교적 쉬운 내용이 통합과학으로 엮여 있긴 합니다. 깊이는 얕아지지만 공부할 범위는 넓어지죠. 시험을 볼 때 특정 과목을 100점 받는 것과 모든 과목에서 90점을 넘기는 것 중에 어떤 게 어려울까요. 물화생지 각 과목의 난도는 낮아지겠지만 이제는 모든 분야를 다 잘 알아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각 과목의 지식을 머릿속에서 엮어내야 하니 사고력이 필요한 시험이 될 겁니다.
킬러 문항은 여전히 존재할까요.
일반적으로 킬러 문항이라고 불리게 된 영역을 살펴보면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헷갈리는 부분을 집은 것이거든요. 생명과학에서 유전 파트가 대표 킬러 문항으로 꼽히는 건 짧은 시간 내에 풀면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틀린다는 점 때문입니다. 통합과학에서는 물리학 문제처럼 보이지만 지구과학 문제가 나온다든지, 물화생지가 합쳐져 있는 문제가 킬러 문항이 될 거라 예상합니다.
선행학습은 얼마나 해둬야 하나요.
지금도 그렇지만 과학고를 갈 학생은 선행학습이 필수죠. 일반고에서 두 학기에 걸쳐 배우는 통합과학 1, 2를 한 학기에 끝내버리니까요. 과학고 준비를 하지 않는 학생의 경우 중학교 내신성적이 100점인지를 먼저 물어보고 싶습니다. 과학은 초등, 중등, 고등 과학이 깊이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비슷한 내용이거든요. 초등학교 때 전기를 배웠다면 중학교에서는 옴의 법칙을 배우는 것 같은 거죠. 그래서 선행학습의 기준점을 ‘내신 100점’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선행학습은 고1 내신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 통합과학을 한번 훑어보면 좋겠죠. 그리고 통합과학의 70%는 중학 과학에서 연계된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가령 중2 때 배운 원소, 이온결합, 공유결합 등이 동일하게 등장하죠. 그 말은 중학교 1~3학년 때 잘 다져두면 통합과학의 70%는 끝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30%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그게 어렵죠. 예로, 통합과학에서 전사와 번역이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유전 과정에서 전사는 DNA 정보로부터 mRNA를 합성하는 걸 말하고, 번역은 mRNA의 정보를 이용해 폴리펩타이드를 합성하는 겁니다. 어른들도 일상에서 쓰지 않는 용어가 튀어나오면 학생들이 당황합니다. 또 요즘 학생들은 한자에 취약해요. 한랭전선에서 ‘한’이 한자 찰 한(寒)이라고 설명하면 아이들이 ”왜요?“라고 묻습니다. 그만큼 용어에 대해 친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물리가 약한 학생들의 특징이 있나요.
대개 수학을 못해서 물리도 못한다고 학생들이 토로합니다. 이건 편견입니다. 물리에서 요구하는 수학은 사칙연산이지 수학이 아닙니다. 또 학생들이 공식만 암기하고 이해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수업할 때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 알았다는 거죠. 하지만 집에서 문제를 풀면 안 풀립니다.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인 건 이해를 한 게 아니라 그냥 말귀를 알아들은 겁니다.
이해를 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속력은 시간 분의 거리입니다. 속력은 시간과는 정비례, 이동 거리와는 반비례 관계죠. 시간이 길어지면 속력은 느려지고 이동 거리가 길어지면 속력이 빨라진다는 걸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문제에서 예시와 숫자가 다르게 나와도 풀 수 있습니다. 대개 학생들은 그 생각하는 과정에 한계를 두고 멈춥니다. 문제를 풀 때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걸 왜 틀렸을까, 공식은 아는데 왜 적용을 못 했을까를 생각해봐야 물리 실력이 상승합니다.
화학도 많은 학생이 어려움을 느낍니다.
기본은 원소기호 암기입니다. 영어 시간에 알파벳을 외우진 않잖아요. 당연히 알파벳을 알아야 영어 수업을 들을 수 있죠. 그런데 화학에서는 기본도 안 합니다. 물이 수소 2개에 산소 하나라는 건 알아요. 조금만 복잡해지면 막히기 시작하죠. 원소기호와 분자식 정도는 갖고 놀 수 있어야 합니다. 툭 찌르면 나올 만큼이요. 나중에 외우면 되지 생각하고 어설프게 넘어가면 절대 화학을 잘할 수 없습니다.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은 암기가 중요한가요.
앞서 전사와 번역의 사례처럼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은 용어가 어렵습니다. 지구과학에는 발산형 경계, 해구, 해령 같은 말이 나옵니다. 듣도 보도 못했던 단어가 쏟아져요. 그런데 이걸 암기만 하면 70점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내면 안 됩니다.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은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외운 용어를 말로 설명할 줄 알아야 완벽하게 이해한 겁니다.
면접 준비를 하듯 공부해야 하는 건가요.
저는 학생들에게 “10분 설명할 수 있으면 10점 올라간다”고 말합니다. 말로 해보면 너무 좋고요. 하지만 학생들은 말하는 걸 어색해하죠. 특히 남자애들은 더 그렇고요. 그러면 쓰면 됩니다. 저는 수업할 때 백지 노트를 나눠줘요. 단원별로 중요한 용어만 적어뒀어요. 그리고 아는 걸 다 적으라고 합니다. 제대로 빈 종이를 채울 수 있는 사람만이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입니다. 쓰는 연습을 해두면 논·서술형 시험 대비까지 함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학생들은 인강 듣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저만 쳐다보면 공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배속을 높여서 강의를 듣죠.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필기를 시킵니다. 적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해보고 활용할 수 있게 되니까요.
강의를 너무 재밌게 해서 학생들이 엔터테인먼트처럼 생각하는 건가요.
학생 중에 하루 8시간을 제 강의만 듣는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기분은 좋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공부는 기본적으로 힘든 거예요. 계속 써서 손도 아파보고, 오래 앉아서 생각해봐야 하죠. 그걸 안 하고 인강만 듣고 있으면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놓고 문제를 풀다가 조금만 어려워지면 “나는 역시 공부가 안 맞아” 하고 포기해버립니다. 그런 습관에서 벗어나야 해요.
얼마나 복습해야 하나요.
기본적으로 인강 듣는 시간만큼은 혼자 공부해야 합니다. 4시간 인강 들었다면 4시간 혼자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 계획을 짤 때 강의 복습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공부 계획을 짜오라고 하면 아이들이 원부터 그립니다. 하루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죠. 그러면 무조건 실패합니다. 결국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게 현실적인 오늘 계획을 세우고 그걸 바탕으로 일주일, 한 달의 목표를 세우는 거예요. 일단 오늘은 강의 복습부터 하세요. 그렇게 작은 성취감을 쌓아야 공부를 계속해나갈 수 있습니다. 과학 성적은 자기가 공부한 시간만큼 실력이 정비례해서 오르지 않습니다.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구간이 있고, 그걸 넘어야 성적에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대부분 성적이 오르는 구간이 되기 전에 그만둡니다. 그 순간을 넘겨야 합니다.
많은 부모님이 아이가 초등학교 때는 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중학교 때부터 포기했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초등학교 때 과학적 호기심은 신기함일 뿐입니다. 어른들도 과학 실험을 하면 재밌을걸요. 하지만 중학교 때 시험을 보기 시작하면 신기함이 괴로움으로 바뀝니다. 결국 과학적 호기심을 유지하려면 성적이 잘 나와야 하죠. 그러려면 어릴 때부터 과학적 용어에 많이 노출돼야 합니다. 풍선을 머리에 문지르고 물줄기에 대면 물이 휘잖아요. 그때 “우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하의 이동을 설명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용어와 친숙해져야 중학교에 가서도 과학에 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과학관에 데려가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이때 그냥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적혀 있는 문구를 함께 읽어보면서 대화를 나눠보세요.
통합과학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기초과학 학회협의체에서는 ”통합과학만 수능 과학탐구 응시 과목으로 지정하면 이공계 분야 붕괴와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염려가 있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수능 응시 과목을 선택할 때 지망 학과만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기계공학과를 가고 싶은 학생이 물리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하죠. 오히려 통합과학이 도입되면 과목의 편식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대학교에 진학한 뒤 전공과 관련된 과학 지식을 더 쌓을 수 있죠.
통합과학 도입을 우려하는 학생과 학부모님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아직 통합과학이 수능 응시 과목이 된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 문항 수나 형식은 구체화하지 않았습니다. 12월에 그 가이드라인이 되는 시험이 처음 치러질 텐데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학교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지금 배우고 있는 과학이 통합과학의 예습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더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지금 치르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100점을 받으면 통합과학의 기본적인 실력이 갖춰진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장풍 #일타강사 #통합과학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게티이미지 뉴스1
사진출처 유튜브 캡처
모든 학생이 과학탐구를 수능에서 응시하게 되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현재 고1 학생들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통합과학을 학교에서 이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2023년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에 따르면 1등급(4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사회 과목은 34.73%에 달했으나 과학의 경우 8.94%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느끼는 통합과학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는 뜻. 대치동 등 사교육 중심지에서는 통합과학에 대비한 선행학습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장풍은 2002년부터 인터넷 강의를 시작해 2009년부터는 메가스터디에 합류해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인강계의 화석’이다. 현재 엠베스트에서 중등 과학, 메가스터디에서 지구과학과 통합과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등 과학 분야에서 단연 일타강사로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강의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에 출연해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 사려깊은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장풍과학연구소에서 만난 그에게 ‘통합과학’ 수능 응시 영향을 묻자 “일거리가 많아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장풍은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자마자 수능 준비를 시작하게 되는 셈”이라며 “중등 과학 내용이 70% 이상 연계되는 만큼 섣불리 선행학습을 하기보다 중학교 때 꼼꼼하게 과학 내용을 복습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물리 문제인 것 같은 지구과학 문제
통합과학의 특징은 무엇인가요.대단원 하나에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물화생지)이 연결돼 들어가 있다는 건 다들 아실 거예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가령 통합과학 2단원은 ‘물질과 규칙성’입니다. 물질이라고 하면 화학 내용일 거 같지만 교과서를 펼치면 지구과학부터 시작합니다. 빅뱅 우주론이 나오죠. 우주는 고밀도의 한 점에서 폭발해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별이 진화하고 다양한 원소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원소는 화학적 결합과 물리적 결합에 의해서 만들어지죠. 그리고 지구가 탄생하고 생명체가 만들어집니다. 그다음엔 생명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를 배우게 돼요. 그러니까 물화생지가 한꺼번에 들어가 있으면서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스토리가 강조되면 공부하는 방식이 달라야 하나요.
과학탐구가 쪼개져 있을 때는 각 과목의 개념이 중요했습니다. 그 개념 속에서 생각의 폭을 얼마나 확장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통합과학은 한 단원에서 물화생지를 한꺼번에 배우고 이를 스토리로 엮는 후반작업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는 거죠. 지금까지는 문제를 풀기 위해 개념을 배우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개념을 정말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문제를 풀 수 있는 겁니다.
수능 과학 난이도는 어떻게 될까요.
과학탐구가 8과목일 때와 비교하면 비교적 쉬운 내용이 통합과학으로 엮여 있긴 합니다. 깊이는 얕아지지만 공부할 범위는 넓어지죠. 시험을 볼 때 특정 과목을 100점 받는 것과 모든 과목에서 90점을 넘기는 것 중에 어떤 게 어려울까요. 물화생지 각 과목의 난도는 낮아지겠지만 이제는 모든 분야를 다 잘 알아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각 과목의 지식을 머릿속에서 엮어내야 하니 사고력이 필요한 시험이 될 겁니다.
킬러 문항은 여전히 존재할까요.
일반적으로 킬러 문항이라고 불리게 된 영역을 살펴보면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헷갈리는 부분을 집은 것이거든요. 생명과학에서 유전 파트가 대표 킬러 문항으로 꼽히는 건 짧은 시간 내에 풀면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틀린다는 점 때문입니다. 통합과학에서는 물리학 문제처럼 보이지만 지구과학 문제가 나온다든지, 물화생지가 합쳐져 있는 문제가 킬러 문항이 될 거라 예상합니다.
선행학습은 얼마나 해둬야 하나요.
지금도 그렇지만 과학고를 갈 학생은 선행학습이 필수죠. 일반고에서 두 학기에 걸쳐 배우는 통합과학 1, 2를 한 학기에 끝내버리니까요. 과학고 준비를 하지 않는 학생의 경우 중학교 내신성적이 100점인지를 먼저 물어보고 싶습니다. 과학은 초등, 중등, 고등 과학이 깊이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비슷한 내용이거든요. 초등학교 때 전기를 배웠다면 중학교에서는 옴의 법칙을 배우는 것 같은 거죠. 그래서 선행학습의 기준점을 ‘내신 100점’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선행학습은 고1 내신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 통합과학을 한번 훑어보면 좋겠죠. 그리고 통합과학의 70%는 중학 과학에서 연계된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가령 중2 때 배운 원소, 이온결합, 공유결합 등이 동일하게 등장하죠. 그 말은 중학교 1~3학년 때 잘 다져두면 통합과학의 70%는 끝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30%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그게 어렵죠. 예로, 통합과학에서 전사와 번역이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유전 과정에서 전사는 DNA 정보로부터 mRNA를 합성하는 걸 말하고, 번역은 mRNA의 정보를 이용해 폴리펩타이드를 합성하는 겁니다. 어른들도 일상에서 쓰지 않는 용어가 튀어나오면 학생들이 당황합니다. 또 요즘 학생들은 한자에 취약해요. 한랭전선에서 ‘한’이 한자 찰 한(寒)이라고 설명하면 아이들이 ”왜요?“라고 묻습니다. 그만큼 용어에 대해 친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물화생지 각개 격파하기
어떤 방식으로 버무려져 있든 통합과학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물화생지를 골고루 잘해야한다. 현재 수능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두 과목만 골라 응시하면 되지만, 3년 뒤에도 문제를 골라 풀다간 5등급을 면하기 어렵다. 과목 성격이 조금씩 다른 물화생지. 각 과목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물리가 약한 학생들의 특징이 있나요.
대개 수학을 못해서 물리도 못한다고 학생들이 토로합니다. 이건 편견입니다. 물리에서 요구하는 수학은 사칙연산이지 수학이 아닙니다. 또 학생들이 공식만 암기하고 이해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수업할 때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 알았다는 거죠. 하지만 집에서 문제를 풀면 안 풀립니다.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인 건 이해를 한 게 아니라 그냥 말귀를 알아들은 겁니다.
이해를 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속력은 시간 분의 거리입니다. 속력은 시간과는 정비례, 이동 거리와는 반비례 관계죠. 시간이 길어지면 속력은 느려지고 이동 거리가 길어지면 속력이 빨라진다는 걸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문제에서 예시와 숫자가 다르게 나와도 풀 수 있습니다. 대개 학생들은 그 생각하는 과정에 한계를 두고 멈춥니다. 문제를 풀 때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걸 왜 틀렸을까, 공식은 아는데 왜 적용을 못 했을까를 생각해봐야 물리 실력이 상승합니다.
화학도 많은 학생이 어려움을 느낍니다.
기본은 원소기호 암기입니다. 영어 시간에 알파벳을 외우진 않잖아요. 당연히 알파벳을 알아야 영어 수업을 들을 수 있죠. 그런데 화학에서는 기본도 안 합니다. 물이 수소 2개에 산소 하나라는 건 알아요. 조금만 복잡해지면 막히기 시작하죠. 원소기호와 분자식 정도는 갖고 놀 수 있어야 합니다. 툭 찌르면 나올 만큼이요. 나중에 외우면 되지 생각하고 어설프게 넘어가면 절대 화학을 잘할 수 없습니다.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은 암기가 중요한가요.
앞서 전사와 번역의 사례처럼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은 용어가 어렵습니다. 지구과학에는 발산형 경계, 해구, 해령 같은 말이 나옵니다. 듣도 보도 못했던 단어가 쏟아져요. 그런데 이걸 암기만 하면 70점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내면 안 됩니다.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은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외운 용어를 말로 설명할 줄 알아야 완벽하게 이해한 겁니다.
면접 준비를 하듯 공부해야 하는 건가요.
저는 학생들에게 “10분 설명할 수 있으면 10점 올라간다”고 말합니다. 말로 해보면 너무 좋고요. 하지만 학생들은 말하는 걸 어색해하죠. 특히 남자애들은 더 그렇고요. 그러면 쓰면 됩니다. 저는 수업할 때 백지 노트를 나눠줘요. 단원별로 중요한 용어만 적어뒀어요. 그리고 아는 걸 다 적으라고 합니다. 제대로 빈 종이를 채울 수 있는 사람만이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입니다. 쓰는 연습을 해두면 논·서술형 시험 대비까지 함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학생들은 인강 듣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저만 쳐다보면 공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배속을 높여서 강의를 듣죠.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필기를 시킵니다. 적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해보고 활용할 수 있게 되니까요.
강의를 너무 재밌게 해서 학생들이 엔터테인먼트처럼 생각하는 건가요.
학생 중에 하루 8시간을 제 강의만 듣는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기분은 좋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공부는 기본적으로 힘든 거예요. 계속 써서 손도 아파보고, 오래 앉아서 생각해봐야 하죠. 그걸 안 하고 인강만 듣고 있으면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놓고 문제를 풀다가 조금만 어려워지면 “나는 역시 공부가 안 맞아” 하고 포기해버립니다. 그런 습관에서 벗어나야 해요.
얼마나 복습해야 하나요.
기본적으로 인강 듣는 시간만큼은 혼자 공부해야 합니다. 4시간 인강 들었다면 4시간 혼자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 계획을 짤 때 강의 복습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공부 계획을 짜오라고 하면 아이들이 원부터 그립니다. 하루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죠. 그러면 무조건 실패합니다. 결국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게 현실적인 오늘 계획을 세우고 그걸 바탕으로 일주일, 한 달의 목표를 세우는 거예요. 일단 오늘은 강의 복습부터 하세요. 그렇게 작은 성취감을 쌓아야 공부를 계속해나갈 수 있습니다. 과학 성적은 자기가 공부한 시간만큼 실력이 정비례해서 오르지 않습니다.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구간이 있고, 그걸 넘어야 성적에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대부분 성적이 오르는 구간이 되기 전에 그만둡니다. 그 순간을 넘겨야 합니다.
“과학적 호기심? 결국 성적 잘 나와야”
메디컬이나 이공 계열 전공을 선택하게 하고 싶은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는 방법이 있나요.많은 부모님이 아이가 초등학교 때는 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중학교 때부터 포기했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초등학교 때 과학적 호기심은 신기함일 뿐입니다. 어른들도 과학 실험을 하면 재밌을걸요. 하지만 중학교 때 시험을 보기 시작하면 신기함이 괴로움으로 바뀝니다. 결국 과학적 호기심을 유지하려면 성적이 잘 나와야 하죠. 그러려면 어릴 때부터 과학적 용어에 많이 노출돼야 합니다. 풍선을 머리에 문지르고 물줄기에 대면 물이 휘잖아요. 그때 “우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하의 이동을 설명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용어와 친숙해져야 중학교에 가서도 과학에 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과학관에 데려가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이때 그냥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적혀 있는 문구를 함께 읽어보면서 대화를 나눠보세요.
통합과학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기초과학 학회협의체에서는 ”통합과학만 수능 과학탐구 응시 과목으로 지정하면 이공계 분야 붕괴와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염려가 있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수능 응시 과목을 선택할 때 지망 학과만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기계공학과를 가고 싶은 학생이 물리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하죠. 오히려 통합과학이 도입되면 과목의 편식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대학교에 진학한 뒤 전공과 관련된 과학 지식을 더 쌓을 수 있죠.
통합과학 도입을 우려하는 학생과 학부모님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아직 통합과학이 수능 응시 과목이 된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 문항 수나 형식은 구체화하지 않았습니다. 12월에 그 가이드라인이 되는 시험이 처음 치러질 텐데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학교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지금 배우고 있는 과학이 통합과학의 예습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더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지금 치르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100점을 받으면 통합과학의 기본적인 실력이 갖춰진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장풍 #일타강사 #통합과학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게티이미지 뉴스1
사진출처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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