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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소녀들의 로망 테일러 스위프트

김명희 기자

2023. 10. 23

콘서트가 유발한 경제효과가 1조 원을 넘고, 미국 백인 소녀의 절반 이상이 그녀의 팬이다. 의상을 통해 음악의 진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패션에 대하여. 

테일러 스위프트는 ‘디 에라스 투어’에서 셋리스트에 어울리는 다양한 의상으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니콜+펠리시아 쿠튀르의 퍼플 컬러 드레스

테일러 스위프트는 ‘디 에라스 투어’에서 셋리스트에 어울리는 다양한 의상으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니콜+펠리시아 쿠튀르의 퍼플 컬러 드레스

미국은 지금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4) 신드롬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 3월 17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시작된 북미 순회 콘서트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는 5개월간 52개 도시에서 열리며 약 10억 달러(1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필라델피아, 시카고, 신시내티 등 콘서트가 열리는 도시는 ‘스위프트 시티’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관광객이 급증하였고 침체에 빠진 지역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콘서트 투어로 인해 호텔비 등 지역 물가가 치솟는 ‘투어플레이션(Tourflation)’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테일러 스위프트가 경제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뜻하는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7월 22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는 7만 명의 팬이 한꺼번에 뛰는 바람에 진도 2.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처럼 땅이 흔들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쉬시의 스팽글 셔츠와 보디슈트

아쉬시의 스팽글 셔츠와 보디슈트

테일러 스위프트는 198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난 싱어송라이터다. 17세 되던 2006년 데뷔해 2010년, 2016년,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그녀는 미국 역사상 최고 여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여성 최초로 월간 청취자 수 1억 명을 돌파했으며 총 12개의 음반이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세계적으로 2억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은 미드 ‘CSI: 라스베이거스’, 영화 ‘발렌타인 데이’ 등에 출연하는 등 배우로도 활동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정점에 오른 스위프트는 다양한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08년 남성 컨트리 가수 팀 맥그로에 대한 오마주 ‘Tim McGraw’ 발매 당시까지만 해도 컨트리 요정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2010년 ‘Speak Now’부터는 팝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가미하면서 음악의 폭을 넓혔다. 2012년 그녀에게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안긴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는 일렉트로닉 팝 장르다. 컨트리 요정으로 불릴 당시 그녀의 팬들은 주로 중산층 백인 남성이었으나, 팝으로 장르를 확대하면서 여성 팬이 급증해 현재 미국 백인 소녀의 절반 이상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위프트의 팬클럽 스위프티즈(Swifties)가 백인 소녀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패션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다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실버 메탈릭 재킷과 크리스찬 루부탱 부츠.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실버 메탈릭 재킷과 크리스찬 루부탱 부츠.

‘디 에라스 투어’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테일러 스위프트 17년 음악 인생을 총정리하는 일종의 연대기 같은 콘서트였다. 스위프트는 콘서트마다 16번씩 의상을 갈아입으며 자신의 음악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각 의상은 앨범의 스타일에 따라 로베르토카발리, 알레르타페레티, 제시카존스, 베르사체, 아쉬시, 에트로, 오스카드라렌타 등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맞춤 제작했다.

에트로의 보헤미안 드레스.

에트로의 보헤미안 드레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데뷔 앨범 ‘Taylor Swift’ 수록곡을 부를 땐 자연스러운 금발에 보헤미안스티일의 원피스,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모습으로 무대에 서 음악적 뿌리가 컨트리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컨트리음악에서 팝으로 전향하는 시기의 앨범 ‘Fearless’ 수록곡을 부를 땐 골드나 실버 프린지가 가득한 화려한 의상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어 사랑스러운 여전사 이미지를 연출했으며, 어쿠스틱한 노래를 부를 땐 디자이너 제시카 존스의 레드 컬러 러플 드레스를 입고 크리스찬루부탱의 부츠를 신은 뒤 통기타를 메고 무대에 올라 사람들의 마음에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로베르토 까발리의 카리스마 넘치는 보디슈트.

로베르토 까발리의 카리스마 넘치는 보디슈트.

스위프트는 1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앨범 ‘1989’를 계기를 본격적인 팝 가수로 전향했다. 이 시절의 노래를 부를 땐 스포티한 반바지에 크롭트 티셔츠를 입거나, 주름진 메탈릭 스커트에 반짝이는 프린지 의상을 입고 레드 컬러 립스틱을 발라 힙스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7년 발매한 ‘Reputation’은 그녀에게 ‘팝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음반이다. 이 시기의 테일러 스위프트는 블랙 등 다크한 컬러에 뱀피, 스팽글 장식,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사이하이 부츠 등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19년 발표한 ‘Lover’를 부를 땐 동화 속 공주 같은 스타일을 선보이는가 하면, 밤에 쓴 가사를 모아 2022년 발매한 얼터너티브 팝 앨범 ‘Midnights’ 수록곡을 부를 땐 네이비 컬러의 슬립 드레스에 퍼 가운 등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의상의 컬러부터 액세서리까지 패션의 모든 요소를 노래에 완벽하게 매치한 것인데, 덕분에 팬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그 시절의 테일러 스위프트와 조우할 수 있었다.
‘디 에라스 투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패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 하는 팬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팬들이 가수와 소통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들은 의상을 선택한 것이다.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여전사 스타일 메탈릭 보디슈트(왼쪽).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라벤터 퍼 코트와 스팽글 원피스.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여전사 스타일 메탈릭 보디슈트(왼쪽).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라벤터 퍼 코트와 스팽글 원피스.

콘서트장에는 직접 제작한 의상을 입고 오거나 자신이 만들어온 팔찌를 교환하는 팬들도 많았다. 팔찌 교환은 ‘Midnights’ 수록곡 ‘You’re On Your Own, Kid’에 나오는 가사 “So make the friendship bracelets. Take the moment and taste it”에서 유래한 것으로, 충성도 높은 팬덤이 만들어낸 스위프티즈만의 문화다.

‘디 에라스 투어’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가 10월 미국 개봉에 이어 11월 3일에는 국내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정점에 오른 그녀의 음악과 더불어 화려한 의상을 스크린을 통해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테일러스위프트 #디에라스투어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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