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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올빼미형 인간의 숙면 분투기

최은초롱 기자

2023. 02. 02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자더라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밤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올빼미형 인간의 고분군투기.

잠에 있어 나는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이다. 일이든 공부든, 새벽에 해야 집중이 잘된다. 모두가 잠든 시간, 고요함 속에서 영화나 책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즐기는 혼자만의 여유가 너무 좋다. 언제부터 이런 올빼미 생활이 시작됐는지 묻는다면, 너무 오래돼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학창 시절부터 쭉 그래왔던 것 같다.

한때 이른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거나 공부 혹은 명상을 하는 ‘미라클 모닝’이 유행이라기에 나도 한번 기적의 아침을 맞겠노라 다짐하며 새벽에 일어나봤다. 하지만 아침형 인간의 꿈은 언제나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다.

보통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새벽 2~3시경. 기상 시간은 아침 일정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보통 출근하는 날에는 오전 7시 30분에 일어나는데,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링 등 꾸미기 단계를 생략하면 8시에 일어나도 지각은 면할 수 있다. 회사에서 꾸벅꾸벅 조는 건 아닌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아직까지 늦게 잠들었다는 이유로 피곤함을 느껴본 적은 없다. 회사에서 졸리다 싶을 때는 점심을 많이 먹고 난 직후인데, 이 정도는 누구나 느끼는 식곤증이 아닌가.

그렇다고 잠자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다. 푹 잔 뒤 아침에 눈떴을 때의 개운한 느낌이 좋고, 포근한 이불 속에서 잠들기를 기다리며 온몸의 힘을 쭉 빼고 흐물흐물 늘어져 있는 시간도 힐링의 순간이다. 수면 시간이 길지 않아도 수면 질만 좋으면 문제없다고 여겼다. 언제나 잠자려고 마음먹으면 5~10분 안에 잠들었고, 한번 잠들면 중간에 깨는 일 없이 알람시계가 울릴 때까지 딥 슬립을 했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잠드는 게 쉽지 않아졌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만반의 취짐 준비를 끝내고 누우면 눈과 머리가 점점 더 맑아지면서 그 상태 그대로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다. 혹시 몸을 좀 더 피곤하게 하면 눕자마자 잠이 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웬걸, 늦은 시간까지 촬영장에서 동동거렸던 날은 피곤해서 더 잠이 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런 증상은 1년 6개월 전, 회사 근처 오피스텔로 따로 나와 살면서 심해진 것 같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변화가 없는 걸 보면 단순히 ‘잠자리가 변해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면 환경부터 점검해봤다. 가장 먼저 얇은 롤업 커튼을 없앴다. 대신 바람이나 빛 등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차단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암막 커튼으로 바꿨다. 카페인과 수면은 전혀 관계없다는 주의이지만, 혹시 몰라 오후 3시 이후에는 커피도 마시지 않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튜브에서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ASMR이나 음악을 찾아 듣고, 숙면에 좋은 호흡법을 따라 해보기도 했다. 라벤더 오일로 셀프 아로마 테라피를 하고, 수면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강기능식품도 먹어봤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직접 물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먼저 잠이 안 오는 증상이 생활 리듬이 깨져서 나타난 것인지, 잠 드는 것이 어려운 ‘입면 장애’인지, 중간에 자주 깨는 ‘유지 장애’인지 확실하게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취침 3시간 전에는 수면환경 세팅

“사람 몸은 햇빛을 봐야 비로소 아침을 시작해요. 빛이 있어야 체온이 올라가고,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생체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하죠. 저녁형 인간이 수면 리듬을 바꾸고 싶다면 원래 기상 시간보다 1시간씩 일찍 일어나 햇빛을 봐야 해요. 단, 평소 기상 시간과 큰 차이를 두고 햇빛을 쏘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급격한 변화는 몸의 리듬을 깨거든요.”

한 원장은 잠자기 3시간 전에는 형광등 불빛 없이 어두운 실내 상태를 유지하고, 침실 온도를 선선하게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핸드폰, TV,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 사용도 금지. 평온한 템플스테이에 온 것처럼 주변 상황을 세팅하라는 게 한 원장의 최종 솔루션이었다. 이대로 노력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수면 리듬 되찾기와 입면 장애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새벽 3시까지 이불 속에서 눈뜨고 있는 날이 많다. 아직은 취침 3시간 전부터 항상 손에 지니고 있던 핸드폰을 놓는 것도, 불을 끄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밤 11시에 잠들자는 것도 아니고 새벽 1시에는 꼭 자야겠다는 다짐이 이렇게 지키기 힘들 줄이야. 하지만 좀 더 노력해보려고 한다. 일단 스마트폰과 밝은 불빛을 없애는 수면 준비 시간부터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숙면 #입면장애 #유지장애 #여성동아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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